미중 만남 성사, 관계 개선 급물살… '디커플링→디리스킹' 진일보반도체 앞에선 강경 입장 고수… 中 첨단 반도체 공급망 여전히 족쇄삼성, SK 대중 투자 리스크 여전… 투자 유예 불확실성 해소 최우선
  • ▲ 방중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맞이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 방중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맞이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며 미중 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지만 첨단 반도체를 사이에 두고 신경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 공장을 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일단 미국의 대중(對中) 투자 금지 조치를 유예받았지만 양국이 반도체 산업에서는 더 첨예한 갈등을 펼칠 수 있어 리스크가 여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외신에 따르면 지난 18일(현지시간)부터 중국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만남으로 미중 관계가 '디리스킹(위험 제거)' 수준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첨단 반도체를 두고는 여전히 갈등관계를 지속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블링컨 장관과 시 주석의 이번 면담으로 미국이 중국에 대해 그동안 '디커플링(탈동조화)' 기조를 가졌던 데서 '디리스킹' 단계로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을 반도체나 배터리 등 핵심 산업 공급망에서 배제하는 정책으로 디커플링을 앞세웠는데 여기서 다소 완화된 개념으로 경제와 무역 등에서 중국 의존도를 점차 완화해가겠다는 뜻인 디리스킹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에 미국과 중국 고위급 만남이 성사되며 팽팽한 긴장관계에 있던 양국이 소통의 물꼬를 텄다는데 의미가 크다. 특히 미국은 '대만 독립을 지지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제시했고 중국은 '미국에 도전하거나 미국을 대체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정치나 사회 체제적으론 상호 존중 의지를 강하게 표해 주목받았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갈등 핵심으로 자리잡은 '반도체' 산업 관련해선 미국이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모습이다. 블링컨 장관은 방중 일정을 마무리하는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디리스킹과 다양화를 지지하지만 우리를 적대하는데 사용되지 않도록 중요 기술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블링크 장관은 핵무기 프로그램이나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등에 쓰일 수 있는 특정 기술을 중국에 제공하지는 않겠다고 구체화했다. 이는 곧 중국과의 경제적 교류는 이어나가되 미국이 그동안 강조해온 안보 관련 기술이나 관련 산업 분야에선 여전히 중국을 견제할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결국 미국이 말하는 중요 기술의 핵심 대상은 반도체다. 미국은 앞서서도 중국이 정밀 무기나 미사일 등 군사 장비를 만드는데 인공지능(AI) 등 최신 기술이 반영된 반도체를 활용할 가능성을 우려해 견제 수위를 높여왔다. 양국 회담 이후에도 이 우려에 대해선 미국이 조금도 타협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반도체 전쟁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도 지금과 같은 긴장감을 유지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일단은 미국이 제시했던 '가이드라인(보호조치)'에 따른 대중 투자 규제를 1년 간 유예받기로 했지만 이후에도 중국에 반도체 장비나 관련 기술을 반입하는 건에 대해선 지속적으로 미국의 간섭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

    미국과 중국이 급격히 해빙모드에 돌입하는 것인지 기대했던 반도체업계에서도 아직은 양국의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에 무게가 실린다. 현재 미국의 대중 투자 규제에 적극적으로 의견 개진에 돌입한 삼성과 SK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미중 관계의 진척도와 상관없이 사업환경에 발생한 불확실성을 제거하는데 우선순위를 둘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