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이라크 공동위 6년만 재가동…800여프로젝트 참여 타진 이라크 재건시장 규모 100조원…"낙관론 시기상조" 지적도현대·대우·한화건설 직접수혜 예상…후속발주·추가수주 기대 유가하락 기조 장기화 조짐…IS 잔존세력 폭격 등 긴장지속
  • ▲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전경. ⓒ한화 건설부문
    ▲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전경. ⓒ한화 건설부문
    한국·이라크 공동위원회로 대표되는 양국 고위급채널이 6년만에 재가동되면서 국내건설사들의 중동수주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공동위에서 이라크정부가 인프라조성 등 800여개 프로젝트에 한국기업이 참여해 줄 것을 적극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수주가뭄에 시달려온 건설업계도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하지만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이라크경제가 석유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데다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IS 등 테러위협도 여전해 시장 불확실성이 언제든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정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번 제9차 한·이라크 공동위를 계기로 '제2 중동붐'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이라크정부가 국가재건을 위해 추진중인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합하면 시장규모는 최대 1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새 내각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이라크 정세와 한국기업에 대한 높은 선호도는 건설사들 구미를 더욱 당기게 하고 있다.

    다우드 알 그라이리 이라크 무역부 장관은 21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공동위 본회의후 기자들을 만나 "최근 새내각이 구성돼 정치적으로 안정되고 안보가 보장돼 한국과 더 많은 협력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프로젝트 진행속도가 빠르고 약속을 잘 지키는 것으로 알려진 한국기업들이 이라크에서 더욱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동위 재개를 계기로 직접적인 수혜가 기대되는 기업은 현지에서 대형프로젝트를 수행중인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한화 건설부문이다.

    특히 한화 건설부문은 양국정부가 비스마야신도시 기성금 미지급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약속하면서 '앓던 이'였던 중동사업을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알 그라이리 장관은 "수일내로 비스마야 사업지연 문제가 해결돼 다른 프로젝트들과 함께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스마야신도시 개발사업은 2027년까지 수도 바그다드 남동쪽 10㎞ 부지에 주택 10만가구와 교육시설, 도로 등 각종 사회기반시설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총 공사비는 약 14조5000억원에 이른다.

    2012년과 2015년에 각각 주택·SOC를 수주해 공사를 진행했지만 발주처인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NIC)가 공사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아 지난해 10월 전격 중단됐다.

    또한 현대건설이 참여중인 3조3000억원 규모 '바그다드 경천철사업', 대우건설이 진행하고 있는 53조원대 '알 포 신항만 개발사업'도 이번 공동위를 계기로 후속발주와 추가수주가 기대되고 있다.
  • ▲ 이라크 석유 시추시설. ⓒ연합뉴스
    ▲ 이라크 석유 시추시설. ⓒ연합뉴스
    하지만 중동시장의 다이내믹한 변동성을 고려했을 때 낙관론은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나온다.

    관건은 석유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꾸준히 약세를 보이던 국제유가는 주요 수입국인 중국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70달러선 아래로 떨어졌다.

    관련 업계에선 유가하락 기조가 하반기를 넘어 장기화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국제유가 평균 전망치를 기존 배럴당 88달러에서 82달러, 내년 전망치를 99달러에서 91달러로 내렸다.

    골드만삭스는 석유전망에 대해 가장 낙관적인 전망치를 내놓는 은행중 하나지만 최근 6개월간 국제유가를 세번이나 하향조정했다.

    국제유가는 이라크나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 발주 및 공사지연과 공사대금 미지급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석유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동국가 특성상 유가하락이 장기화하면 정부예산과 지출도 쪼그라들 것"이라며 "특히 이라크는 대(對) 중국 석유수출 의존도가 상당히 높아 중국 경기침체가 직격탄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세계은행(WB) 통계를 보면 최근 10년간 석유는 이라크 수출 99%이상, 정부예산 85%, GDP 42%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중국은 이라크 전체 석유수출량 30%를 차지하고 있다.

    이라크를 둘러싼 내외부 정세도 여전히 불안정성이 크다. 주이라크 대한민국 대사관 등에 따르면 이슬람국가(IS) 잔존세력이 이라크와 시리아에 대한 공격을 준비중이고 지난달에는 튀르키예가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지역을 폭격하는 등 긴장이 지속되고 있다.

    해외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여러 지표와 국제정세를 따져보면 석유가격 약세와 이에 따른 산유국 지출감소가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럴 때일수록 정부는 국내기업이 참여한 프로젝트가 예산배정·발주 우선순위에 들 수 있도록 현지정부와 끈끈한 스킨십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