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주차장 운영 방식 투표 실시여성전용 폐지 후 통합 주차장 운영키로투표 성비율 고려 '여직원 1표 VS 남직원 0.4표' 논란주차공간 부족 문제 놓고 '불평등 못참는 MZ세대' 움직임 주목
  • 기숙사 내 여성전용 주차장 제도 존폐를 두고 투표에 부쳤던 SK하이닉스가 결국 통합 주차장을 운영하는 방향으로 갈등을 매듭지었다. 불평등에 저항성이 강한 MZ세대가 적극적인 문제 제기에 나서 변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도 있지만, 지나친 갈등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23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논란이 된 경기도 이천 직원 기숙사 내 여성전용 주차장 존폐 여부를 두고 진행한 투표에서 여성전용 주차장을 폐지하고 통합 주차장으로 변경해 운영하는 방향으로 최종 결론났다.

    SK하이닉스에선 최근 기숙사 내 여성전용 주차장을 두고 기숙사 입주자들 사이에 갈등이 빚어졌다. 지상 주차장과 지하 3층까지 주차장을 두고 있는데 이 중 입주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자리인 지하 1층 주차장의 80%가 여성전용으로 구성돼있어 불만을 샀다.

    이에 앞서부터 기숙사 리모델링 등으로 인원이 늘며 기숙사 주차 자리 부족 문제가 불거졌다. 가뜩이나 주차장 자리 찾기가 힘든데 절대 다수인 남자 직원들이 비교적 편리한 주차 구역을 이용하기 어렵다는 점까지 겹치면서 본격적으로 주차장 갈등이 표면화됐다.

    갈등이 깊어지자 회사에서는 여성전용 주차장을 운영하는 게 안전 상의 이유였다고 해명했지만 구성원들의 불만은 더 커졌고 결국 기숙사 입주자 대상 투표를 실시했다. 통합 주차장 방식으로 변경, 현재 방식 유지 외에 기타 의견도 받았다.

    하지만 이 투표 과정에서 또 한번 논란이 발생했다. 투표 대상인 기숙사 입주자 중 남자 직원 비율이 훨씬 크다는 점 때문에 남여 비율에 맞춰 투표권을 차등 지급했기 때문이다. 여성 1명은 1표로 계산되지만 남성 1명은 0.4표에 해당한다는 조건으로 투표를 실시해 남자 직원들의 원성은 더 커졌다.

    SK하이닉스 기숙사 입주자들 사이에서의 문제가 외부로까지 확산된데는 이 투표권 문제가 결정적이었다. 직원 중 한명이 이 문제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면서 SK하이닉스 내부만이 아니라 직장인들, 나아가 온라인 상에서 젠더 갈등으로 점화됐다.

    결과적으론 통합 주차장 방식으로 변경하자는 의견이 70% 넘는 지지를 받아 기존 여성전용 주차장을 일반 주차장으로 바꾸는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현 체제를 유지하자는 의견도 20% 가까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주차장 갈등으로 표면화된 반도체업계 젠더 이슈가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으로 터져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도체업계 특성 상 남자 직원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남초 조직이 대부분인데 성평등 문제나 젠더 이슈에 민감도가 높은 MZ세대들이 주류가 되면서 과거에는 생각 조차 못했던 문제들이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이번 SK하이닉스 주차장 문제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주차장 공간 부족을 해소하는 것이었는데 여성전용 주차장 적절성 여부로 불똥이 튄 것 같다"며 "불평등한 상황이나 제도에 거부감이 큰 MZ세대들의 등장으로 남초 집단이 대부분인 반도체업계 분위기도 많이 바뀌는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