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TF' 마무리예대차 공시 강화, 대환대출인프라 구축, 상생금융 전환 성과가계대출금리 5.22% → 4.83%, 예대차 1.68% → 1.27%경영현황 보고서 매년 공개, 과도한 성과급· 퇴직금 제동
  • ▲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5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금융위원회
    ▲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5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금융위원회
    금융권 경쟁을 촉진해 서민 이자부담을 경감하고, 은행 경영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취지로 출범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가 5개월여의 여정을 마무리 했다.

    금융위원회는 5일 오전 은행지주회장 간담회를 열고 은행 경영·영업 관행·제도 관련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산업의 과점 폐해를 지적하며 "실질적인 경쟁 시스템 강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데 따른 후속 조치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작년 어려운 경제 여건에서도 은행이 역대 최대의 이자수익을 거두게 된 것은 코로나 사태, 저금리 등으로 대출 규모가 늘어나게 되면서 은행이 과점력을 활용해 높은 예대금리차를 책정했기 때문"이라며 "과점이윤이라 볼 수 있는 이자수익을 미래를 위해 활용하기 보다는 고액의 성과급과 배당으로 지급해 문제가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발표한 TF 개선안은 ▲은행권 경쟁촉진 및 구조개선 ▲성과급·퇴직금 등 보수체계 ▲손실흡수능력 제고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 ▲고정금리 확대 등 금리체계 개선 ▲사회공헌 활성화 등 6개 부문이다.

    신규 플레이어 찾아라

    과점 깨기 핵심은 5대 시중은행으로 집중된 시장에 신규 플레이어를 진출시키는 것이었다.

    최근 5년 간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인뱅) 3사가 진입했지만, 지난해 말 기준 이들 인뱅 3사가 은행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 수준에 불과하다. 거대 자본을 쌓은 시중은행과 실효성 있는 경쟁이 어려웠던 까닭이다.

    TF는 은행업 영위 경험이 있는 금융사가 시중은행과 경쟁에 뛰어들어야 단시일내 경쟁 촉진이 가능하다 판단해 지방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강구했다. 때마침 DGB금융의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 의향을 밝혀왔다.

    대구은행 대출잔액은 51조원으로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45조원) 보다 많다. 만약 시중은행 전환에 성공하면 지방은행이 없는 충청, 강원 등에서 여수신 경쟁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 부위원장은 "요건 충족 여부를 신속히 심사해 전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된다면 30여년만에 새로운 시중은행 출현이며 지방에 본점을 둔 최초의 시중은행이란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기대를 모았던 특화전문은행(챌린지뱅크) 도입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TF 운영 과정 중 미국 최대 챌린저뱅크였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면서 논의 자체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증권, 보험, 카드 등 비은행권에 계좌 개설 권한을 열어주는 지급결제 업무 허용안도 추가 논의가 필요한 숙제로 남았다. 금융위는 '동일 기능-동일 리스크-동일 규제' 원칙하에 지급결제 안전성 및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담보제도, 유동성․건전성 관리 등에 대해 추가 검토할 계획이다.
  • ▲ 가구당 월평균 이자비용ⓒ금융위원회
    ▲ 가구당 월평균 이자비용ⓒ금융위원회
    대환대출 플랫폼 구축·예대차 공시 강화 성과

    대출차주가 더 싼 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대환대출 플랫폼과 예대금리차 공시를 대폭 강화한 것도 TF 성과로 꼽힌다.

    TF가 출범한 2월 이후 가계대출 신규취급 금리는 5.22%에서 4.83%로 0.39%p 떨어졌고, 예대금리차는 1.68%에서 1.27%로 0.41%p 하락했다. 한국은행이 2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부터 3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시중은행들이 자발적으로 예금금리는 올리고, 대출금리는 낮춰온 것으로 해석된다.

    5월 31일 출범한 온라인 원스톱 대환대출인프라에는 53개 금융사, 23개 대출비교플랫폼이 참여 중이다. 지난달 말까지 총 2만6883건, 6684억원의 대출자산이 이동했다. 이동하면서 생긴 금리인하 폭은 평균 1.6%p 수준으로 현재까지 아낀 대출이자는 1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은행간 이동 비중이 80% 이상으로 높아 중·저신용자에게는 여전히 높은 문턱을 보였지만, 신규진입 없이도 은행 간 경쟁 활성화가 일어나며 전반적인 시장금리 인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연말까지 신용대출 외에도 주택담보대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달부터는 은행별 예대금리차 공시범위를 신규취급액 기준에서 잔액기준까지 확대하고 전세대출 금리도 공시 항목에 추가한다. 은행별로 전체 가계대출 금리를 기준금리, 가산금리, 우대금리로 세분화하고 은행별 특수성 설명을 위한 설명페이지도 신설된다.

    성과급·배당 근거 투명하게

    지난해 사상 최대 수익을 기록한 5대 시중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2조7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성과급과 배당금에 2조원을 쏟아부으면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TF는 지배구조법 개정을 통해 임원 성과보수체계를 개선하고, 은행 수익이 어떻게 형성되고 배분되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해 시장의 견제·감시 기능을 강화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예컨대 임원 성과급 최소이연비율은 40%에서 50%로 상향하고, 기간도 3년에서 5년으로 늘려 한번에 성과급을 몰아 받는 행태를 개선키로 했다.

    또 개별 등기임원의 보수지급계획을 주주총회에서 설명(Say-on-Pay)토록 하고, 개별 임원의 보수지급액 공시도 강화한다. 임원 성과급 뿐 아니라 직원의 성과급·희망퇴직금 및 배당현황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공개하도록 했다.

    은행 사회공헌 지출액이 연간 1조원에 달하지만, 브랜드사용료 같은 취지에 맞지 않는 항목이 포함되지 않도록 하고 금리인하 등 실질적인 상생금융으로 유도한 것도 개선안에 포함됐다.

    김 부위원장은 "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방안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 과제별 세부계획에 따라 신속히 추진해 나가겠다"며 "법령 개정 등이 필요한 과제는 관계기관 및 업권과의 협의 등을 거쳐 조속히 법령안을 마련하는 등 후속절차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