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대출 비중 4.8~14.1%시중은행 '1% 초반대'와 큰 격차연체액… 전북 349억, 부산 261억, 대구 217억 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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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주]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작은 2000년대 초반 미국이 9·11 테러에 대한 대응으로 장기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에 집중되면서다. 집값이 오르자 너도나도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려줬고 파생상품들이 줄줄이 나왔다. 하지만 2006년 기준금리가 꾸준히 상승하는 가운데 집값은 하락하기 시작했고 대출상환 능력이 부족해진 서브프라임 대출들이 디폴트되면서 금융기관들은 담보를 처분해 손실을 보전하려 했으나 집값은 더욱 빠르게 하락했다. 결국 2008년 미국의 4대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가 모기지 투자에서 입은 손실로 파산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발생시켰다. 이후 15년이 지난 지금 당시 상황과 너무나 닮아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수년간 이어진 저금리 기조속에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렸고 우후죽순격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들이 추진됐다. 부동산 PF 시장 내 금융사들의 참여 방식이 다양해지고 유동화증권 등을 통한 자본시장과의 연계성도 매우 커져 있는 상태다. 최근 기준금리가 꾸준히 오르면서 부동산 PF 사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기 시작하자 위기 발생 가능성에 대한 징후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도미노처럼 번져 가는 금융권의 부동산 PF 리스크 현황을 살펴보고 정책적 해법을 모색해봤다.

    은행권의 부동산PF 대출 연체율은 작년 말 기준 0.01%에 불과해 3월 말 기준으로 4%대인 저축은행 및 여신회사, 15%가 넘는 증권사 등 2금융권에 비해선 꽤나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대출 잔액이 41조 7000억원(3월 말)에 달해 전체 금융업권 중 보험(43조 9000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아 익스포저 규모는 큰 편이다.

    특히 지방은행은 주요 시중은행에 비해 총대출에서 PF 관련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최근 1년 새 부동산‧건설업 관련 대출 규모 및 연체액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 ▲ 금융권 부동산PF 대출 현황.ⓒ금융위원회
    ▲ 금융권 부동산PF 대출 현황.ⓒ금융위원회
    ◆ 5대 은행, 부동산PF 대출 14조 6645억… 2년 새 58.5%↑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을 비롯한 은행권의 부동산PF 대출 관련 리스크는 아직까진 제한적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연체율이 0%에 가깝고 대부분 선순위 보증 대출이어서 떼일 위험이 적다는 것이다. 

    다만 대출 규모가 최근 2년 새 60% 가까이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기적인 모니터링은 필요해 보인다. 실제로 5대 은행의 작년 말 기준 부동산PF 대출 잔액은 14조 6645억원으로 2020년 말(9조 2532억원)과 비교하면 2년 만에 58.5%나 증가했다.

    아울러 지방은행의 작년 말 부동산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도 8조 843억원으로 나타나 전년 말(7조 2772억원) 대비 11.1%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3월 발표한 '2023 은행업 전망 및 리스크 이슈' 보고서에서 "은행의 PF 관련 대출은 선순위 위주로 집행돼 다른 금융권에 비해선 안전한 편"이라면서도 "과거 도곡동 타워팰리스, 반포자이 등에서 미분양이 발생한 점을 고려하면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방은행의 총대출 중 PF 관련 익스포저가 시중은행과 비교해 높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 연구위원은 "시중은행의 경우 총대출 대비 PF 관련 익스포저가 1% 초반대여서 손실 흡수에 무리가 없지만, 지방은행은 4.8~14.1% 수준으로 높은 편"이라며 "각 프로젝트별로 모니터링 및 리스크 관리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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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방은행, 부동산‧건설업 대출 연체 증가 '위험 신호'

    지방은행의 경우 부동산PF가 포함된 부동산‧건설업 관련 대출에서 연체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특히 지방은 수도권과 달리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아파트 미분양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평이다.

    실제로 BNK부산‧BNK경남‧DGB대구‧광주‧전북 등 5대 지방은행의 올해 3월 말 기준 부동산‧건설업 대출 연체액은 11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4.7% 증가했다.

    은행별로는 전북은행의 연체액이 349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부산은행(261억원) ▲대구은행(217억원) ▲경남은행(155억원) ▲광주은행(119억원) 순이었다.

    증가 폭만 놓고 보면 부산은행이 무려 172% 증가해 가장 크게 나타났고, 전북은행(168.5%)과 대구은행(158.3%)도 세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3월 말 기준 부동산‧건설업 대출 잔액은 약 38조 8832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8.8% 늘어났다. 연체액이 증가하는 와중에 대출 규모는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부산은행의 부동산업 대출금(12조 4424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15.4% 증가했고, 건설업 대출금(1조 8843억원)은 24.5% 급증했다. 

    경남은행은 부동산업 대출금(5조 1598억원)과 건설업 대출금(8369억원)이 각각 9.6%‧2.8% 증가했고, 광주은행도 부동산업 대출금(5조 3471억원)이 10.3%, 건설업 대출금(9526억원)이 2.2% 늘었다.

    대구은행은 부동산업 대출금(4조 7790억원)이 2.0% 감소했지만, 건설업 대출금(1조 584억원)으로 12.8% 증가했다. 이밖에 전북은행은 부동산‧건설업 대출금(4조 5635억원) 규모가 전년 대비 줄었으나, 전체 여신에서 두 산업 대출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는 것이 리스크 요인이다.

    이와 관련, 지방은행 관계자는 "부동산‧건설업 대출 연체액이 늘긴 했지만, 부동산PF 대출 연체율은 주요 시중은행과 마찬가지로 0%대를 유지하고 있고 대부분 선순위 대출이어서 크게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