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부문 TF 가동… 2030년 글로벌 생산공장 '무인화'제조혁신 기반 '수율' 이어 '인력난' 문제 해결나서고숙련 필수 산업… 美 인력난 겪는 TSMC 전례에 삼성도 비상반복되는 인재 유출·전직자 기밀 탈취 등 리스크 해결 해법으로
  •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클린룸 전경 ⓒ삼성전자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클린룸 전경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장을 중심으로 '무인화' 작업에 속도를 낸다. 일반 제조업에 비해 숙련된 인력을 확보하는게 필수지만 이미 글로벌 생산공장 곳곳에서 인력난으로 고민하고 있는 삼성이 내린 결론이 바로 '무인 공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DS)부문에 무인화 공장 구축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했다. 지난해 연말 조직개편으로 무인공장을 운영하는 핵심 기술 중 하나인 디지털트윈 TF를 조직한데 이어 이달 초 중간 조직개편에선 지능화된 미래형 공장을 의미하는 오토너머스 팹(Autonomous Fab) TF를 가동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해부터 삼성이 내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제조혁신 계획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삼성은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 생산공장을 무인으로 운영하는 중장기 목표를 수립하고 관련 조직을 정비해 실천에 옮기고 있다. 이미 삼성 반도체 공장에는 인공지능(AI)이나 머신러닝(ML), 로봇 등을 라인 전반에서 활용하고 있지만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자율생산(Autonomous Manufacturing)'을 지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율생산이라는 개념은 양품 비중이 곧 생산성과 직결되는 첨단 반도체 산업에 필수로 떠올랐다. 미세공정 난이도가 높아진 첨단 반도체 산업에선 양품을 생산하는 비중을 의미하는 수율이 해당 기업의 제조 경쟁력을 대변한다. 파운드리업계 1위인 대만 TSMC가 많은 고객사들의 신뢰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비결을 한가지만 꼽으라면 안정적인 수율을 꼽을 정도다. 자율생산 체제를 활용하면 단순히 많은 제품을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일 뿐만 아니라 생산라인 중간에 발생하는 오류를 빠르게 찾아내고 파악해 해결할 수 있어 반도체 수율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

    현재도 삼성 반도체 공정 대부분에 사람이 개입하는 일이 적지만 앞으론 자율생산 개념을 구축해 라인에 완전히 인력을 없애는 방향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제조업과 달리 반도체 생산라인에는 보다 숙련된 인력이 배치돼야 하는데 앞으로는 지금보다 이 인력을 확보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국내에서도 반도체 인력난은 이미 오래된 고민이지만 최근 미국에 새로운 반도체 생산기지를 건설하는 주요 기업들 사이에선 현지 생산 인력을 구하는 일이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대표적으로 TSMC가 최근 미국 애리조나 공장 운영을 하면서 일손 부족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해 주목받았다. TSMC는 최근 대만 본사에서 미국 공장에서 일할 인력을 대거 파견한다고 밝히면서 "미국 생산공장의 최첨단 설비를 다룰 수 있는 숙련된 인력들이 필요하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앞서 TSMC는 미국 현지에서 인력을 구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총 동원했다. 공장을 설립하면서 주정부와 현지 인력 고용에 대해서도 일정부분 약조한 부분이 있고 현지 생산체제를 안정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선 현지 인력을 확보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TSMC는 애리조나 생산공장에 미국 현지 생산 인력을 주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사실상 포기했다고 볼 수 있다. 반도체업계에선 동양식 기업문화가 팽배한 TSMC 공장 분위기에 미국 현지 인력들이 부적응하고 이탈하는 사례가 많고 첨단 반도체 장비와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직원들이 많아 TSMC가 곤혹을 치렀다는 뒷 말이 무성했다.

    현재 미국 테일러 지역에 파운드리 신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도 TSMC와 다를 바 없는 상황이다. 조직문화 차원에선 삼성이 TSMC에 비해 훨씬 유연한 편이라는 평가가 나오긴 하지만 미국 현지 인력 숙련도에 대해선 여전히 물음표가 찍힌다. 삼성은 이미 미국 오스틴 지역에 반도체 공장을 두고 있어 미국 인력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벌써부터 국내 본사에선 미국 테일러 공장에 파견할 인력 규모를 준비하며 현지 인력난에 대응할 해법 마련에 나섰다.

    국내에서도 장기적으론 인력난을 피할 수 없는 문제로 본다. 인구절벽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생산가능 인력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어 삼성을 비롯한 대다수 기업들이 제조 현장에 인력을 줄이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잇따른 전직자들의 기술 탈취와 인력 빼가기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도 공장 무인화가 대세로 떠올랐다. 생산 라인에서 나오는 데이터 분석 자료를 기반으로 사람이 아니라 AI가 솔루션까지 내놓는 수준으로 진화하면 핵심 기술에 대한 보안 수준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며 임직원들이 기술을 빼돌릴 수 있는 접근성 자체를 차단할 수 있는 방법으로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