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증가, 장기적으로 큰 부담""추가적 긴축보단 동결 통한 고금리 유지할 것"美 금리 사이클, 中 경기회복 등 변수 많아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네 차례 연속 동결하면서 금리인하 시점에 대한 시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르면 올 연말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 전망하고 있으나 한국은행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가계부채'에 대한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창용 총재는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 강연에 참석해 "기준금리를 연 3.5%로 했더니 석달 간 가계부채가 늘었는데 가계부채가 증가는 장기적으로 큰 부담"이라고 밝혔다. 

    이어 "당분간 금리를 내린다고 얘기하긴 어렵기 때문에 금리 인하를 크게 기대하지 말라"고 했다. 

    또 이달 금통위에서는 금통위원 6인 모두 금리를 한 차례(0.25%p) 인상한 3.75%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총재가 가계부채 증가를 통화정책의 '부담'으로 지목하면서 가계부채가 금리 결정의 새 변수로 떠올랐다. 장기적 증가세가 계속될 경우 경우, 금리 조정을 통한 거시적 정책 접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고강도 긴축 속 부동산 경기가 침체 국면을 맞으며 축소되던 가계부채는 최근 석달 간 상승 곡선을 그렸다. 지난달 말 기준 은행권의 가계대출을 잔액은 1062조3000억원으로 전월대비 5조9000억원 확대됐다. 이러한 증가세는 2021년 9월 6조4000억원이 늘어난 이후 1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현재 가계부채 증가세와 관련해 금융당국과 한은은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최근 역전세 사태로 주택담보대출 완화가 이뤄지면서 일시적으로 총량이 늘었으나 거시적 정책을 동원할 만큼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의미다. 

    다만 부동산 경기 회복 등으로 부동산 거래가 큰 폭으로 증가할 경우 가계부채 증가세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키움증권 안예하 연구원은 "가계부채의 반등이 (금리결정의) 변수로 등장했다"면서 "정부의 역전세난 대응책에 따라 주택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국내 부동산시장 연착륙이란 목표를 감안하면 추가적 긴축보단 동결을 통한 고금리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 내다봤다. 

    즉 가계부채 증가세는 불안하지만 시장은 금리 인하에 힘을 싣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중국의 경기 회복 부진에 따른 국내 성장동력 약화 역시 금리 인하를 재촉하고 있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25~26일 기준금리0.25%p 인상을 끝으로 '피벗'모드에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금리인상은 사실상 끝났으며 올해 연말 정도 금리 인하 논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