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판매 765억 전액손실 불가피신뢰도 하락 우려에 40~80% 보상 추진 '메자닌'까지?… 모럴해저드 우려초고액자산가 대상 '투 체어스 W' 등 향배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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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자산관리(WM) 영업 강화 전략이 시작부터 악재를 만났다.

    초고액 자산가 고객들을 대상으로 판매한 '홍콩빌딩 펀드' 투자금 765억 전액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신뢰도 저하를 우려한 은행측은 곧바로 '자율조정'을 통해 투자원금 40~80% 가량을 지급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어차피 원리금 보장이 되지않는 '메자닌'펀드까지 은행이 보상을 해야하는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금융기관들이 4년 전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GFGC빌딩)에 빌려준 약 2800억원 대출금이 대부분 증발할 위기에 놓였다.

    미래에셋증권은 2019년 6월 메자닌(중순위) 대출로 이 빌딩에 2억 4300만달러(당시 환율 기준 2800억원)를 대출해줬는데, 일부 은행을 통해서는 초고액 자산가 고객들을 대상으로도 판매가 이뤄졌다.

    해당 메자닌 펀드는 10개월 만기 연 5.2% 고수익률을 내세웠으나, 2020년 코로나 사태가 터지며 투자금 상환이 연기됐다. 이후 홍콩 내 부동산 경기 악화, 정치적 불안 등이 겹쳐 운영이 어려워졌고, 결국 빌딩 매각으로 투자금 손실이 최종 확정됐다.

    우리은행은 이 펀드(시몬느대체투자전문사모투자신탁제12호)를 765억원 판매해 금융권에서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다음으로 미래에셋증권이 240억원을 판매했고, 나머지 금융권 판매액도 650억원 수준으로 우리은행에는 미치지 못했다.

    우리은행 입장에선 최근 수 년간 곤란을 겪었던 사모펀드 불완전판매의 '악몽'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라임‧DLF 등 펀드 손실에 대한 투자자 보상 문제가 대부분 해결된 상태에서 또 다시 펀드 손실 사태가 터지자 은행측은 상당히 당혹스러운 눈치다.

    더욱이 조병규 신임 우리은행장이 이달 초 취임해 영업에 박차를 가하려는 시점에 악재가 발생해 아쉽다는 반응이다. 

    조 은행장은 취임 직후 조직개편을 통해 기업영업과 더불어 WM영업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초고액 자산가들이 밀집해 있는 서울 청담과 대치에 '투 체어스 W(TWO CHAIRS W)'를 개설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우리은행은 고객 투자금 손실 가능성이 커지자 즉각 피해 보상 절차에 돌입했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라 투자자들과의 자율 조정을 통해 투자원금 일부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금융권 내에선 투자자들이 원금의 40~80%를 돌려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과거 라임펀드 사태 때 투자 피해자들이 돌려받은 수준과 유사하다.

    한편, 일각에선 이번 메자닌펀드 투자자들에게도 원금 일부를 보전해주는 것이 자칫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메자닌펀드는 전형적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상품으로 투자 위험도가 상당하기 때문에 은행이 불완전판매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제한적이다. 우리은행 측도 "법률적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금융권 관계자는 "메자닌펀드의 경우 어차피 투자자들도 중후순위인 것을 알고 투자한 것인데, 이에 대해서도 원금을 일부 보전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 논란을 낳을 수 있다"며 "다만, 은행 입장에선 이번 투자 손실과 관련해 논란이 확대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