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샘논의 끝 11차 수정안 두고 투표… 勞 1만원 8표-使 9860원 17표노동계 염원인 시급 1만원 못 넘어… 공익위원, 경영계안 지지노사 간 자율 합의 강조하던 공익위원, 막판에야 심의촉진구간 제시
  • ▲ 내년도 최저임금 투표 결과.ⓒ뉴시스
    ▲ 내년도 최저임금 투표 결과.ⓒ뉴시스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5% 오른 9860원으로 결정됐다. 월급여(209시간 기준)로 환산하면 206만740원이다.

    노동계의 염원인 시급 1만 원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결론 났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4차 전원회의를 열고 논의를 이어가다 19일 새벽 회차를 변경하는 등 밤샘 논의를 벌여 이같이 결정했다. 다음 달 5일까지 최저임금을 고시하려면 더는 결정을 미룰수 없는 처지였다. 최저임금은 애초 13차 회의가 열렸던 지난 13~14일 결정될 예정이었으나, 공익위원이 노·사의 자율적 합의를 강조하며 기간을 더 늘렸다.

    박준식 최임위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 앞서 공익위원이 개입할 여지가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모두발언을 통해 "오늘 회의에서 최대한 격차를 좁히고 노·사 합의로 결정이 이뤄질 수 있길 희망하지만, 만일 합의가 어려울 경우 부득이하게 표결로 결정해야 할 수도 있다"며 "우리 사회가 수용 가능한 합리적인 최저임금안이 결정되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동안 노·사의 자율적 합의를 기다리며 침묵했던 공익위원은 9820원(2.1%)~1만 150원(5.5%)의 심의촉진구간을 설정하고 범위 내에서 노·사의 수정안을 요구했다. 심의촉진구간은 8차 수정안과 비교해 사용자위원의 요구안보다 15원(0.2%) 높고, 근로자위원의 요구안에 비해서는 430원(4.5%) 낮은 수준이다.

    공익위원은 이후 자정을 넘겨 추가 수정안을 요구했고, 최종적으로 노사가 제시한 최종안(11차 수정안)인 1만 원과 9860원을 두고 투표에 부쳤다.

    투표 결과 경영계가 제시한 9860원이 17표, 노동계가 낸 1만 원이 8표, 기권 1표가 나왔다.

    현재 최임위의 구성원은 근로자위원 8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으로 근로자위원이 1명 부족한 상태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소속인 김준영 근로자위원이 지난 5월 고공 농성 중 경찰 진압에 폭력 대응한 혐의로 구속돼 공석이 생겼다. 다만 이날 회의에는 공익위원 1명이 불참해 근로자위원 8명, 사용자·공익위원 각 9명이 참여했다. 투표 결과를 보면 대부분 공익위원이 경영계 제시안을 지지한 것으로 보인다.
  • ▲ 18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14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와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자리하고 있다.ⓒ연합뉴스
    ▲ 18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14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와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자리하고 있다.ⓒ연합뉴스
    노·사는 마지막까지 각자의 입장을 호소했다.

    근로자위원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우리나라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내고 불평등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전환점으로 최저임금 인상이 꼭 필요하다"며 "현 고물가 시대에서 가장 고통받는 계층은 저임금 취약계층 노동자다. 이들의 나락으로 떨어진 생계 복구를 위해 내년도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결정해 주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박희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월급 빼고 다 올랐다. 최임위 심의 기초자료에 따르더라도 최저임금은 1만 원 이상 인상돼야 한다"며 "사용자위원이 제시하는 안은 오직 소상공인 등의 어려움을 기준으로 하고 물가인상률도 반영하지 않은 삭감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사용자위원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그간 누적된 최저임금 고율 인상과 일괄 적용이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부담에 직접 작용했단 사실이 자명하다"며 "최근 6년간 최저임금은 물가에 비해 3배 이상 높게 인상됐다. 이런 상황에서 소상공인 등이 감당하지 못할 수준의 인상은 이들의 희망을 뺏고 국가경제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최저임금의 지불주체 대부분은 근로자보다 낮은 소득을 가져가거나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다. 이들에게 생계비 증가 문제를 해결하라고 책임을 지우는 건 공정하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며 "최저임금이 지불능력이 가장 낮은 업종을 토대로 책정되지 않으면 준수율이 하락해 정작 최저임금이 보호하고자 하는 취약계층을 지키지 못하는 역설을 초래할 것"이라고 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