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평균 간병인 비용 370만원·육아도우미는 264만원 … 일반 가정 감당 불가돌봄서비스 노동공급 부족하고 갈수록 심각 … 노년부양비 지난해 25.8명한은 "외국인노동자에게 최저임금 미적용해서 인력난, 비용부담 해결" 제안이자스민 의원·이주단체들 "한은 제안 시대착오적, 반인권적 발언" 비판
  • [편집자 주] 지금 독자들이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이슈를 진단하고 방향성에 물음표를 던집니다. 뜨거운 논쟁의 중심에서 객관적인 해법에 대한 '경우의 수'를 제시하되 결과에 도달하는 것은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두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우리나라 월평균 간병인 고용 비용은 370만 원, 가사·육아 도우미 비용은 264만 원. 한눈에 봐도 일반 가구가 간병인과 육아 도우미에 매달 지출하기엔 부담되는 금액입니다. 한국은행은 지난 5일 해결책으로 돌봄서비스 관련 외국인 노동자를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에 고용할 것을 제안했는데요. 이자스민 녹색정의당 의원을 비롯해 이주단체들이 '노동권'을 무시한 정책이라며 비판에 나섰습니다.

    이자스민 녹색정의당 의원은 지난 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은의 보고서에 대해 "우리나라의 노동자 인권과 이주민, 여성에 대한 차별적 인식 수준을 여실히 보여준 보고서"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주노동자노동조합도 "국제노동기구(ILO) 차별금지협약(111호 협약) 위반이며, 국적이나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한 근로기준법 제16조 위반이다. 헌법의 평등권에도 위배된다"고 가세했습니다.

    하지만 국내 돌봄서비스 공급 부족과 높게 책정돼 있는 비용으로 일반 가구가 이용하기에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해외의 경우 싱가포르·대만·일본·독일 등은 돌봄서비스 외국인 노동자에 최저임금을 미적용하거나, 돌봄서비스를 고용허가제 대상 업종으로 지정해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기도 합니다.
  • ▲ 오세훈 서울시장이 16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 시장은 이날 돌봄서비스 외국인 노동자 도입 우려에 대한 위원들의 질문에
    ▲ 오세훈 서울시장이 16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 시장은 이날 돌봄서비스 외국인 노동자 도입 우려에 대한 위원들의 질문에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 어렵겠지만 중장기적으로 기대가 된다"고 답했다.ⓒ뉴시스
    ◆왜 외국인 노동자가 필요할까? "인력난 심각, 비용은 부담"

    한은이 지난 5일 발표한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을 보면 돌봄서비스 수요는 갈수록 높아집니다. 원인은 급속한 고령화 때문입니다. 15~64세의 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하는 65세 이상의 노인 수를 뜻하는 노년부양비는 2015년 17.5명에서 지난해 25.8명을 찍었습니다. 한은에 따르면 2035년엔 48명, 2055년엔 82명까지 올라갑니다.

    노인 돌봄을 담당하는 간병인, 요양보호사 등의 보건서비스 종사자 수는 고령화로 인해 2020년 51만여 명에서 2022년 67만여 명으로 늘었습니다. 돌봄서비스 종사자 수도 2022년 79만여 명으로 2018년 대비 32%나 증가했습니다.

    문제는 돌봄서비스 인력난이 갈수록 심해집니다. 돌봄서비스직 노동 공급 부족 규모는 2022년 19만 명에서 2032년 38만~71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일반 가구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비용도 문제입니다. 2023년 65세 이상 가구 중위소득은 224만 원인데 같은 해 월평균 간병인 고용비는 370만 원으로 1.7배에 달합니다. 40,50대 가구의 중위소득 대비로도 60%를 상회합니다. 육아 도우미 고용 비용도 지난해 월 264만 원으로 30대 가구 중위소득(509만 원)의 50%를 웃도는 수준입니다.

    ◆최저임금 미지급, 가능할까?

    한은은 인력난과 비용 부담의 해결책으로 외국인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말자고 제안합니다. 우리나라는 ILO에 가입돼 있어 국적에 따라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할 수 없습니다. 한은의 제안은 얼핏 보면 이를 위반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한은이 제시한 방법은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개별 가구가 사적 계약 방식을 통해 외국인을 직접 고용하는 것입니다.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일반 가정이 직접 고용한 가사도우미는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않습니다. 이런 방식을 취한 나라는 홍콩, 싱가폴, 대만 등이 있습니다.

    두 번째 방법은 외국인 고용허가제 대상 업종에 돌봄서비스업을 포함해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것입니다. 외국인 고용허가제는 중소기업이 합법적으로 외국인력을 고용하는 제도입니다. 최저임금법 제4조는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허용하고 있어 돌봄서비스 업체가 외국인을 고용해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일본·독일·영국 등이 이를 활용 중입니다.

    돌봄서비스뿐 아니라 미국·일본·독일·호주 등 많은 나라들이 다양한 산업·업종·지역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2023년 지역별 시간당 최저임금은 오키나와현이 853엔인데 비해 도쿄는 1072엔입니다. 

    강철희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을 지급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격"이라고 했습니다. 강 교수는 "맞벌이 부부가 최저임금 때문에 육아 도우미에 200만 원씩 지출하게 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그렇게 되면 사실상 외국인 돌봄서비스 노동자 도입이 무의미하다"고 말했습니다.

    강 교수는 "한국 정부가 최저임금을 지원해 주는 것도 재정의 한계가 있고, 최저임금 적용하는 것도 일반 부부가 감당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강 교수는 싱가포르의 경험을 얘기하며 "한국에서 가사도우미에 월 300만~400만 원씩 나갔는데 싱가포르에서는 60만~80만 원밖에 안 썼다"며 "싱가포르의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낫다"고 강조했습니다.
  • ▲ 이자스민 녹색정의당 의원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12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 이자스민 녹색정의당 의원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12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최저임금 미지급은 노동권 무시

    그러나 반대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자스민 의원은 한은이 제시한 해결책에 대해 지난 6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국내법과 국제협약 우회 꼼수를 제안하는 것이 대한민국 중앙은행의 역할이냐"며 "한은은 외국인, 여성, 돌봄노동을 싸잡아 폄훼하는 시대착오적이며 반인권적인 보고서를 발간하고 한국개발연구원과 공동으로 노동시장 세미나까지 열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 의원은 "만약 한은이 제시한 차별적인 꼼수가 실제로 반영돼 추진된다면 정부 스스로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등 국내법과 ILO 국제협약을 어기고 이행하지 말라고 부추기는 것과 다름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단순히 생산성, 숫자로 세상을 바라보고 외국인력을 대거 투입하고, 최저임금을 제외하고,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겠다는 저급한 발상으로는 갈등과 사회문제만 유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주노동자노동조합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이주노동자의 노동을 최저임금보다 값싸게 부릴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차별적이며 착취를 정당화하는 반인권 반노동적 사고이다. 사회 어느 일부 영역에서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는 집단이 생기면 이는 다른 영역으로 번지게 될 것이며, 이는 전반적 노동조건 악화로 이어질 것이다"고 평가했습니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을 주는 것이 맞다"면서 "국가가 지급하거나 돌봄서비스 업체에 지원금을 챙겨주는 등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박 교수는 "돌봄 노동을 할 수 있는 인력이 우리나라에 고갈된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를 안 들여올 수는 없다"면서 "돌봄 노동이 사회복지 영역인 만큼 국가가 지급해야 할 어느 정도의 의무도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이어 "최저임금 지급이 어렵다면 구체적인 업무 규정을 만들어 업무별 임금을 책정해 노동강도에 맞는 임금을 산정하는 방법도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시장 수요와 노동권, 선택은?

    돌봄서비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지급 문제는 결국 시장 상황에 맞게 가느냐 아니면 노동자의 권리를 우선하느냐로 귀결됩니다. 최저임금을 지급하자니 시장 상황에 부합하지 않고, 주지 않자니 선례가 남아 다른 업종으로 번질 수 있는 등 노동권 문제가 걸립니다. 강철희 교수와 박승희 교수는 각자 의견은 엇갈렸지만, 어느 방향이든 사회적 합의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돌봄서비스 외국인 노동자 '최저임금 지급' 문제,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