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포스, 하반기 DDR5 16Gb 고정가 상향조정3Q D램 재고하락 가속화… 가격 낙폭 줄어들듯미중 분쟁 속 수요 회복 희소식… 삼성·SK 실적 회복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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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사진. ⓒ삼성전자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반도체 산업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반도체 업체들의 상반기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회복세에 돌입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하다. 특히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감산 효과가 가속화되면서 현물 가격도 반등하는 분위기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 하반기 DDR5 16Gb 제품의 고정 가격 전망을 지난 6월 전망보다 상향 조정했다.

    오는 10월 현물 가격이 반등을 시작해 내년 1분기부터 고정 가격이 반등한다고 제시했다. DDR4 8Gb 제품은 9월 현물 가격, 내년 1분기 고정 가격 반등 시작 전망을 유지했다.

    현물 가격 반등으로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 회복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업게 한 관계자는 D램 업체들의 출하량이 지난 2분기부터 예상을 상회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재고 하락은 3분기부터 가속화되는 가운데 가격 낙폭은 빠르게 감소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에 이어 메모리업계 1위 삼성전자도 지난 4월 감산을 공식 발표했다.

    올 들어 대규모 적자를 시현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DS부문도 4분기에는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SK하이닉스도 2분기에는 고객 주문 증가로 출하량이 대폭 상승해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글로벌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도 2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TSMC는 스마트폰 등 IT기기의 칩 생산을 도맡고 있는데, 최대 고객사인 애플의 하반기 아이폰 신제품 흥행이 예상되면서 하반기 실적 '턴어라운드'가 전망되고 있다.

    세트 수요가 살아나면 파운드리 뿐만 아니라 D램과 낸드플래시 출하량도 늘어나 메모리 업체들의 하반기 실적도 기대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세트업체들의 메모리 재고 하락이 올 3분기부터 가속화 되는 가운데 가격 낙폭은 빠르게 감소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하반기 메모리 업체들의 실적도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패권을 위한 미국과 중국의 경쟁 심화로 산업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수요가 회복되고 있다는 점은 희소식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대(對)중 반도체 수출 규제를 강화했다. 당시 미 정부는 ▲핀펫(FinFET) 기술 등을 사용한 로직칩 ▲18나노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기술을 중국 기업에 판매할 경우 미 정부 허가를 받도록 했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중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한국 기업에 대해서는 미국의 반도체 장비·기술을 중국에 들일 경우 미 상무부의 별도 허가를 받도록 하는 조치를 오는 10월까지 유예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과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운영중이다. SK하이닉스는 우시에 D램 공장, 충칭에 후공정 공장을 두고 있다. 다롄에는 인텔로부터 인수한 낸드 공장도 있다.

    계속되는 미국의 공세에 중국은 지난 5월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을 공격하며 보복에 나섰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산하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CAC)은 마이크론 제품에서 비교적 심각한 보안 문제가 있어 인터넷 안보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면서 중요한 정보 시설 운영자는 마이크론의 제품 구매를 중지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내달부터는 갈륨 및 게르마늄 관련 품목에 대한 수출 통제도 실시한다. 갈륨과 게르마늄은 컴퓨터 칩과 태양광 패널, 야간 투시경 등 다양한 전자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금속이다. 중국은 전 세계 갈륨 공급량의 약 80%를 담당하고 있으며, 미국은 자국 내 갈륨 수요의 53%를 중국으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게르마늄도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80%가량 소화하고 있다.

    양국의 반도체 패권경쟁을 관망하던 반도체기업들은 결국 반기를 들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홈페이지 성명을 통해 "행정부가 현재 및 잠재적인 (수출) 제한 조치가 ▲ 좁고 명확하게 규정됐는지 ▲ 일관되게 적용되고 있는지 ▲ 동맹국과 완전히 조정되는지 등에 대해 평가하기 위해 업계 및 전문가와 광범위하게 협의할 때까지 추가적인 제한 조치를 취하는 것을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SIA는 인텔, IBM, 퀄컴,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과 삼성, SK하이닉스, TSMC 등이 회원사로 있다. SIA는 "지나치게 범위가 넓고 모호하고, 때로는 일방적인 제한을 부과하기 위한 반복적 조치들은 미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공급망을 교란할 우려가 있다"며 "이는 상당한 시장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중국의 보복 조치 확대를 촉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미중 분쟁 지속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전방산업의 수요 회복으로 올 하반기부터는 실적 반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