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용 메모리 만년 3위… HBM 점유율도 10%대 그쳐후공정 핵심 기술 'TSV' 패키징 기술 확보 못해 한계엔비디아 잡은 SK, AMD 손잡고 반격 나선 삼성… 시장 판도 변화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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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지능(AI) 서버시장이 급성장하며 메모리반도체 업계에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미래 먹거리로 부상했지만 메모리 시장 3위 미국 마이크론이 이번에도 삼성과 SK하이닉스를 넘어서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점유율 차이도 큰데 HBM 핵심 기술인 TSV(Through Silicon Via) 패키징 기술도 확보하지 못해 앞으로 격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24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HBM과 128기가바이트(Gb) DDR5가 차세대 D램 시장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기존 메모리 반도체 시장 3위인 마이크론이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넘어서기는 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선 마이크론은 현재 HBM 시장 초기 단계부터 삼성, SK와 격차를 나타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글로벌 HBM 시장 50%를 점유한 SK하이닉스가 1위를, 40%를 점한 삼성전자가 2위지만 3위인 마이크론은 10% 수준의 점유율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D램 시장 구도와 유사하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심각한 메모리 반도체 다운턴에 앞서서는 삼성전자가 D램 시장의 45% 가량을, SK하이닉스가 28% 가량을 점유해 1, 2위 지위를 이어왔고 그 뒤를 이어 마이크론이 20% 남짓한 점유율로 명맥을 이어왔다.

    기존 범용 D램과는 달리 일찌감치 4세대 HBM인 HBM3를 양산하는데 성공한 SK하이닉스가 선두로 나서면서 SK하이닉스-삼성전자-마이크론으로 이어지는 3각 구도가 형성됐다. 일부 제품에 따라서는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점유율 상 엎치락 뒤치락하는 상황이긴 해도 이들 경쟁에 마이크론이 낄 수 있는 구석은 없다는게 업계의 공통적 의견이다.

    향후에도 SK와 삼성이 이끄는 양강구도가 깨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들 기업과 마이크론 사이에 기술 격차가 상당하고 앞으로 투자 여력까지 감안하면 SK와 삼성이 주도하는 시장 구도가 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현재 HBM 최신 기술인 4세대 제품 양산에서 마이크론이 가장 뒤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론은 내년 중에 HBM3 제품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SK하이닉스는 HBM3 기술을 선점해 유일하게 양산하고 있어 시장 1위로서의 경쟁력을 이어갈 여력이 충분하다. 상대적으로 HBM 시장 준비가 더뎠던 삼성전자도 연내엔 4세대 HBM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서 마이크론은 HBM과 유사한 HMC(Hybrid Memory Cube) 기술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가 낭패를 봤다. HBM 대비 폐쇄적인 생태계를 기반으로 하고 기술적인 문제 등이 있었던 HMC는 빛을 보지 못하고 HDM이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는 바람에 마이크론은 지난 2018년이 돼서야 HBM 로드맵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결정적으로 마이크론은 HBM 경쟁력을 판가름하는 TSV 패키징 기술을 확보하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TSV는 기존 반도체와는 달리 여러 칩을 붙여 완성하는 HBM에서 핵심 기술로 꼽히는 동시에 TSV 라인을 얼마나 갖췄느냐에 따라 HBM 생산능력이 좌우될만큼 중요하다. 이 기술의 도입 없이 HBM2를 생산하고 있는 마이크론은 최고용량 제품은 제대로 제조할 수도 없는 수준이다.

    기술경쟁력에서 밀리다보니 고객사를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SK하이닉스는 유일하게 HBM3를 생산하는 곳이라 AI용 GPU시장 최강자인 엔비디아의 선택을 받아 사업에 더 힘을 얻었다. 삼성전자도 양산을 앞두고 있는 4세대 HBM 제품을 AMD와 협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고 엔비디아도 잠재 고객으로 두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와 삼성이 AI 서버시장 주요 고객을 선점한 가운데 마이크론이 설 자리를 찾기는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