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제약·현대약품 오너리스크 발생대원제약·대한약품, 제품 제조및 판매 중단 처분일동제약 경영위기, 유유제약 신약개발 주춤
  • ▲ 왼쪽부터 삼일제약 허승범 회장, 현대약품 이상준 대표. ⓒ각 사
    ▲ 왼쪽부터 삼일제약 허승범 회장, 현대약품 이상준 대표. ⓒ각 사
    제약업계 오너 3세들이 CEO(최고경영자) 자리에 잇따라 올라서면서 각자의 방식으로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성과를 내기도 전부터 끊임없이 악재에 휘말리며 뒤늦게 혹독한 경영수업을 치르는 상황에 놓였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오너 3세 CEO는 삼일제약(허승범)·현대약품(이상준)·일동제약(윤웅섭)·유유제약(유원상)·GC녹십자(허은철)·제일파마홀딩스(한상철)·보령(김정균)에서 올해 대원제약(백인환)·일양약품(정유석)·대한약품(이승영) 등이 추가돼 약 10곳의 제약사가 본격적인 오너 3세 경영체제에 들어섰다. 

    오너 3세 CEO들이 늘어나면서 선의의 경쟁 또한 치열해져 해외시장 공략·신제품 발굴·신약개발 등으로 실적 올리기에 나섰지만, 오너리스크에서부터 제품 판매금지 및 회수·실적 악화 등의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삼일제약과 현대약품은 오너리스크로 어수선한 상황이다. 두 기업은 7월 초 비슷한 시기 문제가 불거지면서 오너 3세의 리더십이 휘청이고 있다. 

    그동안 베트남 점안제 위탁생산(CMO) 공장 설립에 주력해 왔던 삼일제약 허승범 회장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지난해 4월부터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의 내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일제약은 베트남 공장 사업 본격화를 위해 글로벌 CMO/CDMO(위탁개발생산) 전문기업인 유니터와 해외사업 협력하기로 했다는 호재를 알렸지만, 그럼에도 추락한 신뢰도는 회복하지 못하고 주가가 폭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기대를 받던 베트남 공장 건설에도 대금 등의 정산이 제때 이뤄지지 않는 등의 논란이 지속됐다. 허 회장은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베트남 건설회사에 대한 잔금 지급은 최종 잔금에 대해 건설사와 협의해 분할 지급해왔다. 모두 협의 한대로 정상 지급될 예정이다"고 전했다. 

    현대약품 이상준 대표는 최근 고혈압 치료제 용기에 치매약을 넣어 유통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현대약품은 '타미린서방정8밀리그램'(치매치료제) 30정 포장용기에 '현대미녹시딜정'(고혈압 치료제) 라벨을 부착한 것이다. 

    회수 제품량은 총 1만 9991병으로 약 2억 4000만원대, 지난해 판매량의 약 2.7%에 달하는 피해금액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식약처로부터 행정처분을 면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 대표가 단독체제로 경영권을 확보한 지난 2년 동안의 악재들이 함께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대표는 2018년 사장 자리에 취임한 이후 2021년 3월부터 단독대표 체제로 현대약품 경영을 이끌면서 2021년 적자전환에 이어 지난해 노사 갈등으로 일어난 분쟁, 임신중절 의약품 '미프지미소정' 품목허가 신청 돌연 자진 취하, 지난 5월 회계처리 기준 위반으로 과징금 처분과 검찰 통보에 따른 주식 거래 정지 등의 각종 문제가 잇따라 발생했다. 

    올해부터 오너 3세로 CEO자리에 오른 대원제약 백인환 경영총괄 사장과 대한약품 이승영 대표이사는 각각 올해 5월부터 어린이 감기약 '콜대원 키즈펜시럽'·'파인큐아세트펜시럽' 제조 및 판매 중단,'부데코트흡입액'(미분화부데소니드) 판매정지 2개월 행정처분을 받았다. 

    대원제약의 '콜대원 키즈펜시럽'·'파인큐아세트펜시럽' 제품은 상분리 현상이 발생해 식약처로부터 자발적 회수를 권고 및  제조‧판매 중지 등의 조치를 받았고, 대한약품의 '부데코트흡입액'은 '의약품 동등성 재평가 자료 미제출(1차 위반)'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것이다. 

    일동제약과 유유제약은 신약개발 등 R&D 부문에서 휘청이는 모습이다. 

    일동제약은 캐시카우로 기대받던 코로나19 치료제 '조코바'의 국내 허가 지연과 실적 부진에 따라 창사 이래 처음으로 약 20%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일동제약은 2020년 영업이익 66억원에서 2021년부터 -555억원을 기록해 적자전환 했고, 지난해에도 73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적자 규모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유제약은 안구건조증과 탈모치료제 개발에 나서면서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에 나섰지만, 안구건조증으로 개발 중이던 'YP-P10'은 임상 1/2상 투약 종료 시점인 12주차에서 1차 평가 지표인 TCSS(총각막염색지수)와 ODS(안구불편감)가 개선되는 효과를 보였음에도 위약군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미성을 확보하지 못해 임상에 실패했다. 

    유유제약이 개발 중인 탈모치료제의 경우 신약이 아닌 개량신약이라는 점에서 이번 임상실패로 인한 파이프라인의 축소는 향후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유유제약에 남아있는 신약 후보물질은 다발성경화증 치료제 하나뿐이며, 아직 임상단계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일양약품 정유석 대표이사는 이미 실적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CEO자리에 올랐다. 

    일양약품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803억 2157만원으로 전년 동기 856억 9536만원 대비 약 6%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44억 8391만원으로 전년 동기 111억 158만원 대비 무려 60% 가까이 감소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30억 5634만원으로 전년 동기 97억1021만원 대비 약 70% 감소했다.

    특히 4월에는 직장 내 괴롭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직장인 익명게시판(블라인드)에 직장 내 괴롭힘 고발이 발생했는데,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일양약품 모 영업부장이 한 직원을 공개적으로 혼내며 갖은 모욕에 더해 약 20분간 무릎을 꿇렸다는 것. 

    이렇듯 오너 3세가 경영권을 확보한 이후 발생한 악재들로 인해 신뢰도가 추락한 제약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너 2세때와는 달리 3세로 넘어가면서 회사에 대한 책임감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 연이은 악재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며 "이들이 앞으로 얼마나 신뢰도를 회복해 업계 리더로서 인정받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