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소비자물가 2.3%… 근원물가는 3.9%로 여전히 높아기저효과 끝나면 8월 이후 물가 다시 상승 전망 우세한은 "근원물가 전망치 3.3% 웃돌 것"… 24일 수정치 발표9월 美 금리인상 가능성·1062조원 가계부채, 금리인상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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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를 기록했다. 2개월 연속 2%대를 나타냈다. 석유류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지난 2021년 6월(2.3%) 이후 2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폭을 보였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 동향'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1.20(2020년=100)으로 1년 전보다 2.3% 상승했다.

    물가 상승률이 둔화한 가장 큰 원인은 지난해 7월 소비자물가가 6.3%를 기록하며 최고점을 찍었던 기저효과가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정점을 찍은 뒤 올 들어 1월 5.2%, 2월 4.8%, 3월 4.2%, 4월 3.7%, 5월 3.3%로 둔화했다. 6월에는 2.7%로 21개월 만에 2%대로 내려왔다.

    구매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으로 구성해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보다 1.8% 상승해 2021년 2월(1.7%) 이후 29개월 만에 1%대를 보였다.

    물가 상승률을 끌어내린 주요 품목은 석유류다. 석유류 가격은 1년 전보다 25.9% 하락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85년 1월 이후 최대 감소 폭을 나타냈다. 경유는 33.4%, 휘발유는 22.8%, 자동차용 LPG는 17.9% 각각 내렸다.

    전체 물가상승률에 대한 석유류의 기여도는 -1.49%포인트(p)다. 석유류가 전체 물가의 1.5%p쯤을 끌어내렸다는 의미다.

    석유류 가격 하락에 따라 공업제품과 전기·가스·수도요금 등의 물가도 동반 하락했다. 공업제품의 물가 상승률은 0%를 기록했다. 전기·가스·수도요금은 21.1% 상승했다. 전기·가스·수도요금은 지난해 9월(14.6%) 이후 가장 낮은 상승 폭이다. 다만, 여전히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해 국민 부담이 우려되는 품목 중 하나다.

    개인서비스 가격은 4.7%를 기록했다. 다른 품목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1년 전보다 보험서비스료 13%, 공동주택관리비 5.5%, 구내식당 7.8%, 햄버거 15.4%가 각각 상승했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휴양시설이용료 17.2%, 호텔숙박료 6.9%, 해외단체여행비 4.2%, 놀이시설이용료 5.7%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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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축·수산물은 1년 전보다 0.5% 하락했다. 지난해도 집중호우와 불볕더위로 농·축·수산물 가격이 올랐던 데 따른 기저효과로 풀이된다. 다만 한 달 전과 비교했을 때는 1.7% 상승했다.

    농산물은 전달보다 4.7% 상승했다. 이 중 채소류가 7.1% 올랐다. 상추 83.3%, 시금치 66.9%, 열무 55.3%, 오이 23.2%, 사과 17%, 토마토 10.2%, 파 9.7%, 배추 6.1% 상승했다.

    반면 돼지고기(-2.9%), 참외(-20.4%), 감자(-18.1%), 국산쇠고기(-1.2%), 체리(-20.6%), 파프리카(-12.1%) 등은 하락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채소류는 폭우 영향으로 7월 하순에 많이 올랐다"며 "물가를 세 차례 나눠 조사하는데 세 번째 조사 때 (영향이) 많이 나타나 등락률이 낮게 나온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집중호우에 따른 채소류 가격 인상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8월 소비자물가에서는 채소류 물가 상승률이 더 높게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농림축산식품부는 수급안정을 위한 할당관세 물량 도입, 할인쿠폰 지원 등으로 8월 농축산물 가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1년 전보다 3.9% 상승했다. 4%를 밑돌았지만, 여전히 높은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의 상승률은 3.3%를 기록했다. 지난 6월(3.5%)보다 0.2%p 하락했다.

    김 심의관은 "7월까지는 지난해의 기저효과로 물가가 안정된 측면도 있다"며 "기저효과가 사라지는 8월부터는 이런 둔화 흐름이 이어지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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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은행 ⓒ연합뉴스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대로 둔화했지만, 근원물가는 여전히 4%에 육박하는 데다 가계부채도 6월 말 기준 1062조3000억 원으로 폭증하면서 금리인하 카드를 꺼내기 녹록잖은 상황이다.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 3월까지 감소세를 보였다. 하지만 4월부터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가계부채는 전달과 비교해 4월에는 2조3000억 원, 5월 4조2000억 원, 6월 5조9000억 원 각각 불어났다.

    지난 1일 한은이 공개한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7월13일)을 보면 금통위원 6명 모두 가계부채 축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은 금통위는 4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한 상태다.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는 2%p로 사상 최대로 벌어졌다.

    앞서 한은은 물가가 목표치인 2%대로 안착한다는 신호가 있어야 기준금리 인하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계부채 증가 우려에 더해 8월에는 기저효과가 사라지며 물가가 다시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한 상황이어서 금리인하로의 정책 전환을 고려하기 쉽잖은 처지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2일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앞으로의 물가 경로상 국제유가 추이, 기상여건, 국내외 경기 흐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다"며 "소비자물가는 8월부터 다시 높아져 연말까지 3% 안팎에서 등락하고, 근원물가는 전망치인 3.3%를 웃돌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오는 24일 열릴 예정인 금통위 회의에서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치 등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은은 지난 5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5%, 근원물가 상승률은 3.3%로 각각 전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