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위, 예산편성·정책결정권 없어 … 파견직 많아 업무 연속성·전문성↓獨, 전일제학교 확대 후 출산율 반등 … 늘봄학교, 저출산·학력격차 해소 기대여성 노동참여율 높여야 … 佛 일·가정양립-獨 임금구조 투명성 제고노력 눈길
-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이 사상 처음으로 0.6명대까지 추락했다. 지난 2018년 0.98로 심리적 마지노선(1.0명)이 붕괴한 지 6년 만인 올해는 연간 합계출산율도 0.7명대를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역대 정부는 인구 감소 대책으로 18년간 380조 원의 막대한 혈세를 쏟아부었지만,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된 셈이다. 이에 뉴데일리는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와 학령인구 감소, 경제활동 위축, 국민연금 기금 고갈과 그에 따른 미래 세대의 부담 증가, 의료·주거 문제 등 인구 절벽 사태를 헤쳐 나가기 위해 시급히 준비해야 할 사안들에 대해 긴급 진단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편집자 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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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부터 합계출산율 1.18명을 기록하며 초저출산 국가에 진입한 우리나라는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하며 출산율 반등을 꾀했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쏟아부은 혈세만 380조 원에 이른다.
그러나 성적표는 참담하다. 2020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합계출산율은 평균 1.59명. 우리나라 출산율은 0.84명으로 평균의 절반 수준이다. 1970년 이후 OECD 국가의 합계출산율 변화량을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는 감소 폭이 가장 컸다. 1970년 4.53명이었던 출산율은 지난해 0.72명으로 곤두박질쳤다.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출산위)가 지난해 부모급여 지급, 신혼부부 주거공급, 늘봄학교 운영 등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출산율 하락 기조를 바꾸기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다. 저출산 정책의 컨트롤타워인 저출산위가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게 조직 위상과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각 부처에 흩어진 저출산 정책… 총괄 컨트롤타워 대대적 개편해야"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각 부처별로 흩어진 저출산 정책을 통합하고 조정해서 (예산·인력 등을) 효율적으로 선택하고 집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이 교수는 "정부의 저출산 정책이 통합적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각 부처별로 산발돼 있다"면서 "이런 이유로 정부는 실제로 많은 자원을 쓰고 있지만, 체감하는 저출산 대응 효과는 상당히 떨어진다"고 설명했다.이어 "저출산위가 저출산 관련 정책을 담당하고 있지만, 위원회 체제다 보니 실제로 정책을 통합적으로 끌고 가기에는 구조적, 기능적으로 상당히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이 교수는 "프랑스 등 해외 선진국에서도 저출산 문제 때문에 초정부적인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했다"며 "이제는 우리나라도 총괄적인 대응 체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저출산위는 저출산·고령사회정책에 관한 중요사항을 심의하는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다. 그러나 이 기구는 예산편성권과 정책결정권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또 저출산위 사무국 직원은 각 부처에서 파견한 국·과장급 공무원들이 대부분이다. 평균 1년~1년 6개월쯤 파견기간이 끝나면 원래 부처로 돌아간다. 이런 근무환경으로는 업무 연속성과 전문성을 쌓기가 힘들다는 지적이 제기된다.지난해 말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에서 발간한 '인구위기 대응전략' 보고서를 보면, 인구정책과 관련해 거버넌스 개편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3가지 대안을 제시했다.먼저 '인적자원부'를 신설하자는 제안이다. 부(部) 형태로 설치할 경우 인적자원 개발과 정책조정 등에 있어서 강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예정처는 내다봤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산업통상자원부·교육부 등 다른 부처와 갈등 소지가 있으며, 조직 통합·신설에 많은 행정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했다.두 번째로 '인적자원처'를 신설하자는 제안을 했다. 국무총리 소속으로 인적자원처를 신설하면 자문위원회(저출산위·국가인적자원위원회)에 비해 정책결정과 예산편성 등의 기능이 강화된다는 것. 또 기능(조직·예산 등) 이관에 있어서 행정비용 부담이 부(部) 설치에 비해 적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참모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정책 실행이나 부처 간 조정 권한이 약하다는 한계가 있다고도 했다.마지막으로 현행 체제를 보완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저출산위의 인력구성 중 73%가 파견직 위주로 구성돼 업무 연속성과 전문성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전담 공무원 확대를 통해 업무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獨 전일제학교, 저출산 극복과 함께 교육격차 해소… 韓 늘봄학교 도입 청사진 되나OECD 주요국 중에는 과거에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겪었으나, 현재는 성공적으로 극복했다고 평가되는 나라가 있다.우리나라와 같이 합계출산율 1.3명 미만의 초저출산 현상을 일시적으로 경험했다가 출산율을 다시 1.5명대로 끌어올린 주요 선진국 중에는 독일이 있다.독일은 부모의 경력단절을 막고 육아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 초등학교에서 전일제학교(Ganztagsschule)를 이용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쓴 '교육과 돌봄의 융합으로서 전일제학교 확대와 시사점'에 따르면 전일제학교는 하루 7시간 기준, 오후 4시까지 학생이 학교에 머무를 수 있도록 시간을 구성해 운영한다.교육부가 올해부터 확대 추진하려는 우리나라의 늘봄학교와 유사한 형태다. 독일 전일제학교는 2000년대 초반 이후 폭넓은 정치·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대폭 확대됐다. 전일제학교 비중은 2002년 16.3%에 불과했으나, 2020년에는 전체 학교 중 71.5%까지 증가했다.전일제학교는 독일 내 계층 간 학력 격차를 해소했다는 점에서도 큰 의의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때 저소득층 자녀들이 방과 후 부모가 돌아올 때까지 집에 방치되면서 학력 수준이 심각하게 저하된 것이 독일 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바 있다.정 교수는 "전일제학교는 독일어가 모국어가 아닌 가정의 학생이 독일어를 제대로 배우고 학교교육의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전일제학교 도입 후 지난 2018년 PISA(국제학업성취도 평가) 조사는 독일 학생의 학력 수준이 OECD 회원국 평균 이상으로 올라갔음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이에 우리나라도 윤석열 정부에서 적극 추진하는 늘봄학교가 저출산 문제 해결은 물론 계층 간 학력 격차를 완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여성 노동참여율 높을수록 출산율도 높아… "고용·육아 안정성 양립돼야"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12월 '20~30대 여성의 고용·출산 보장을 위한 정책방향' 연구보고서를 내놨다. 이 보고서는 악화하는 출산율을 반등시키려면 여성 고용이 안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보고서는 OECD 국가들에서 여성 노동참여율이 높을수록 합계출산율이 함께 높아진다며 프랑스 사례를 들었다.프랑스는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와 함께 가장 높은 출산율을 유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다. 최근 10년간 프랑스 여성의 고용률은 꾸준히 증가했으며, 합계출산율도 2022년 기준 1.79명으로 유럽에서 높은 수준을 보인다.프랑스 정부는 일·가정양립정책을 펴면서 여성들이 더 이상 일과 가정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선택에 내몰리지 않고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독일도 여성의 고용을 유지하고 노동시간에 대한 자율권을 보장하면서 동일노동·동일임금원칙을 철저하게 보장하고 있다. 2017년에는 '임금구조 투명성 촉진법'을 제정해 동일하거나 동등한 작업 수행 시 임금의 구성 요소와 수준에 있어서 성별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도록 명문화했다.또 독일은 미니잡 등 시간제 일자리를 창출해 여성 고용률을 상승시켰고, 당시 비공식부문에 존재했던 가사·돌봄서비스·일용직 노동자들이 사회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비용을 지원했다.서영숙 숙명여대 아동복지학부 명예교수는 "우리나라에서도 2~3시간의 비교적 짧은 시간을 근무하는 정규직이 늘어나야 한다"며 "고용과 육아의 안정성이 양립된다면 우리나라 출산율도 개선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