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 병원장 "의료 질적 수준 별개로 하드웨어 확충 한계" 서울권역 기존 14곳에 제주대·중앙보훈병원 도전장복지부, 54곳 병원 평가 후 연말 최종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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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천향대서울병원
    내년부터 적용될 5기 상급종합병원 지정 절차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강화된 기준과 과열 경쟁 탓에 순천향대서울병원이 소위 '3차 병원' 재탈환을 자진 포기했다. 

    최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5기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받기 위해 총 54개 의료기관이 상급종합병원 지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현재 4기로 지정된 45곳에 추가적으로 9곳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신규 진입을 노리는 곳은 ▲서울권(제주대병원, 중앙보훈병원) ▲경기남부권(성빈센트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강원권(강원대병원) ▲충남권(건양대병원) ▲경남동부권(고신대복음병원, 인제대해운대백병원) ▲경남서부권(창원경상대병원) 등이다. 

    해당 명단에 순천향대서울병원이 빠졌다는 점이 다소 의아하다는 병원계 반응이다. 과거 상급종합병원 타이틀 확보했던 곳으로 이번 5기 진입을 추진할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했지만 신청서를 접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이정재 순천향대서울병원장은 "의료의 질적 수준엔 자신이 있지만 과열 경쟁에 합류하지 않기로 했다"며 "중환자 병상 등 하드웨어적 문제를 풀려면 공간 확보에 힘을 기울여야 하는데 서울 중심부에 위치한 한계로 당장 개선이 어려운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 병원장은 "6기에는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제반여건을 확보하되 억지로 기준에 부합하는 조건을 만드는 등 무리하게 진입을 시도하지는 않겠다"며 "안정적 진료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최우선 순위의 과제"라고 설명했다. 

    이는 서울에 14곳이나 있는 상급종합병원 포화의 문제로 귀결된다. 강화되는 지정기준을 따라가기엔 공간과 시설 확충에 어려움이 있는데 무리한 확장은 환자 진료에 오히려 독이 된다는 것이다. 

    ◆ 서울권 포화에 '2곳' 더 경쟁

    순천향대서울병원은 포기했지만 제주대병원과 중앙보훈병원이 상급종합병원 신규 진입을 노리고 있어 총 서울권역서 총 16곳이 경쟁에 들어간다. 

    제주대병원이 서울 소재 병원들과 병원들과 같이 묶이게 된 것은 아직 제주권역에 상급종합병원을 지정할 수 있는 기준이 없기 때문으로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실제 제주에서는 고난이도 수술 등을 전담해야 하는 병원이 없어 타지역 환자 유출이 심각한 상태여서 지역 내 상급종합병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서울권역 병원들과의 경쟁에서는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신규 진입이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앙보훈병원 역시 기존 14곳의 병원과 경쟁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유근영 병원장의 전폭적 드라이브가 걸려 지정기준에 부합하는 병원으로 변화가 나타나고 있지만 국가 유공자 등 보훈대상자 중심 별도의 의료체계를 갖춘 공공병원이라는 한계가 존재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상급종합병원 지정, 특히 서울권역에 집중된 과열 경쟁은 심화할 전망이다. 당초 정부는 전국적으로 상급종합병원 기관수 자체를 늘리는 방안을 모색했지만 지역 필수의료 공백 등 문제와 맞물려 당장 적용은 어렵다는 중론이다. 

    복지부는 "5기 지정 신청서를 낸 총 54곳의 병원의 자료 및 건강보험 청구실적을 토대로 지정기준 충족 여부를 평가하고 올해 12월 말 최종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