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톤을 넘길 때가 됐다"… 용퇴내부 승계프로그램 정착… '좋은 선례 허인·양종희·이동철 부회장 3인 유력9년간 KB금융 진두지휘… '1등 DNA' 정착
  • ▲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KB금융
    ▲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KB금융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용퇴를 결정했다.

    '4연임' 도전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6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에 공식 전달했다.

    KB금융에 1등 DNA를 심은 윤 회장의 또한번의 결단은 금융지주들의 선진적인 지배구조 확립에 새로운 규범이 될 전망이다.

    ◇ '선진 지배구조' 좋은 선례

    김경호 회추위원장은 "너무 아쉽긴 하지만 윤 회장의 선택을 존중한다"며 "투명하고, 객관적이며, 존중하는 모습은 KB 지배구조의 틀을 만드는 기회가 되었고, 미래의 CEO에게도 좋은 전통으로 남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이사회를 중심으로 구축한 안정적인 지배구조와 효과적인 경영승계 시스템이 잘 작동함을 시장에 보여줄 시기가 됐다"는 윤 회장의 의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2014년 11월 취임한 윤종규 회장은 2017년과 2020년 연임에 성공하면서 만 9년째 KB금융그룹을 이끌어 왔다. 회장과 은행장을 3년간 겸직하면서 KB사태의 내분으로 인한 혼란을 수습한 이후 곧바로 내부 승계프로를 마련해 지배구조 선진화에 꾸준히 힘을 실어왔다.

    핵심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와 적극적인 M&A 등을 통해 리딩금융그룹 토대도 마련했다.

    2015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을 시작으로 2016년 현대증권(현 KB증권), 2020년 푸르덴셜생명(현 KB라이프생명) 등의 인수합병을 주도하여 비은행 사업을 강화해 왔으며, 이를 바탕으로 국내에서는 가장 완성도 높은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와 지배구조를 갖춘 국내 최고의 금융그룹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객, 주주, 직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상생을 강조하면서 고객중심경영을 적극적으로 실천했으며, 직접 주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소통하고 주주환원 정책도 강화하는 등 주주가치 중심의 경영을 이어왔다.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ESG경영을 확산시키고 사회공헌 사업을 확대하는 등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이 전파되도록 사회적 가치 창출에 힘을 써 고객, 사회와의 상생을 통한 지속가능한 KB가 되도록 조직문화도 변화시켰다.
  • ▲ (사진 왼쪽부터) 허인, 이동철, 양종희 부회장, 박정림 KB증권 대표.ⓒ연합뉴스
    ▲ (사진 왼쪽부터) 허인, 이동철, 양종희 부회장, 박정림 KB증권 대표.ⓒ연합뉴스
    ◇ '명예로운 퇴진' 결단

    윤 회장이 연임 도전 여부와 관련해 직접적인 메시지를 낸 것 역시 KB금융그룹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됐다.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 불필요한 잡음이 나오는 것을 방지하고자 다소 이른 시점에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오는 8일 발표가 예정된 1차 숏리스트(6명)부터 윤 회장의 이름은 빠지게 됐다.

    윤종규 회장은 회추위원들에게 “그룹의 새로운 미래와 변화를 위해 KB금융그룹의 바톤을 넘길 때가 됐다”며 “KB금융그룹이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리딩금융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 역량 있는 분이 후임 회장에 선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KB금융의 지배구조가 안정화되고 지배구조의 모범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주고 있는 사외이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김경호 회추위원장은 "윤 회장이 연초부터 이사회에 이같은 뜻을 비쳐왔다"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경영자이자 존경받는 리더 중 한명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 허인, 양종희, 이동철… 차기 회장은 누구?

    윤종규 회장이 일찌감치 연임 의사를 접으면서 차기 회장 구도는 허인, 양종희, 이동철 등 1961년생 동갑내기 부회장 3인방의 경쟁 체제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먼저 허인 부회장은 유일한 KB국민은행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다소 앞서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대 법학과 80학번으로 79학번인 윤석열 대통령의 1년 후배라는 배경도 거론된다.

    양종희 부회장은 지주 부사장으로서 윤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으며, 셋 중에선 가장 빠른 2016년 계열사(KB손해보험) 사장에 올라 3연임에 성공하며 2020년 12월까지 회사를 이끌었다. 양 부회장도 서울대(국사학과)를 나왔다.

    이동철 부회장은 지주 내 '전략통'으로 알려져 있으며 윤 회장 취임 이후엔 KB생명보험 부사장, 지주 전략총괄 부사장(CSO) 등을 거쳐 2018년 KB국민카드 사장 자리에 올랐다. 제주 출신으로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이밖에 다크호스로 거론되는 인물로는 여성 CEO인 박정림 KB증권 대표가 있다. 1963년생인 박 대표는 부회장 3인방에 비해선 나이가 어린 편에 속한다. 현재 지주에서 부회장 아랫급인 총괄부문장을 겸직하고 있다.

    한편, 회추위는 오는 8일 차기 회장 후보 1차 숏리스트 6명을 확정하고 29일 이들을 대상으로 인터뷰 및 심사를 거쳐 2차 숏리스트(3명)를 확정할 계획이다. 내달 8일엔 3명의 후보자에 대해 심층평가 뒤 투표를 통해 최종 후보자 1인을 확정하게 된다. 공식 선임일은 주주총회 날인 11월 20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