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양자컴퓨팅·반도체 등 첨단 기술 보유 中기업 투자 규제美 PE·VC 투자활동 직접 타격… 中 첨단산업 육성 싹 자르기韓·日·유럽 '동참' 촉구 가능성… 투자업계, 반도체 中 투자 막힐수도갈길 잃은 美 투자금 韓 스타트업 유입 기대 속 삼성, SK 리스크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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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STC 홈페이지
    미국이 중국 첨단 반도체와 양자컴퓨팅, 인공지능(AI) 등 3개 분야에 투자를 전면 금지하고 나섰다. 미국 자본의 사모펀드(PE)와 벤처캐피탈(VC) 등의 대중(對中) 투자가 우선적으로 영향을 받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등 동맹국들에 참여를 촉구할 가능성이 커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리 정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업계 의견을 미국 정부에 제출하겠다는 방침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미국 자본의 PE와 VC 등이 중국 첨단 반도체와 양자컴퓨팅, AI 등 3개 분야에 투자하는 것을 통제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백악관은 이번 행정명령을 통해 "군사, 정보, 감시 또는 사이버 지원 역량에 핵심인 첨단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악용하려는 우려 국가들로부터 미국 국가안보를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행정명령에서 선정된 대표적인 우려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의 특별행정구인 홍콩과 마카오도 우려국가에 포함됐다.

    첨단 반도체와 양자컴퓨팅, AI 등 3가지 분야에서 중국기업에 투자하려는 곳은 사전에 투자 계획 등을 신고해야 한다. 이 신고에 따라 미국 재무장관이 투자 금지 여부 등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번 제재에서도 앞서 발표한 조치와 같이 구형 반도체나 상대적으로 기술 수준이 떨어지는 양자 기술 등은 규제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미국이 '디리스킹(위험제거)' 기조로 중국 제재 조치에 나서면서 광범위한 규제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첨단 기술 산업 분야에서만 중국의 '기술 굴기'를 잠재우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대신 첨단 기술 분야에 한해서는 이전보다 강도 높은 수준으로 초기 기술 기업까지 규제 범위가 깊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행정명령에서 미국 자본이 중국 첨단 기술 개발 스타트업에 흘러들어가는 길을 완전히 막았다는 점이 핵심으로 꼽히는데, 이는 곧 미국이 첨단 반도체와 AI, 양자컴퓨팅 분야에선 중국이 기초 기술부터 육성할 수 없게 싹을 잘라낸 것이란 평가도 가능하다.

    이 같은 미국 자본의 대중국 첨단기술 투자 규제는 올 상반기부터 예고된 바다. 하지만 이후 중국의 강력한 반발과 투자업계의 우려, 전반적인 해외 투자 위축 등을 고려해 오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고 이번에 최종 발표된 것이다.

    미국은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이번 조치가 '디리스킹' 차원의 선택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그럼에도 중국은 이번 행정명령 발표 직후 "매우 실망스러운 조치"라고 밝히며 중국도 자국 이익을 보호하는 작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공식화했다.

    류펑위 미국주재 중국 대사관 대변인은 9일(현지시간) "미국의 이번 조치가 중국과 미국 기업, 투자자들의 이익을 심각하게 저해할 것"이라며 "중국은 이 같은 상황을 면밀히 파악해 중국 권익 보호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 ▲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
    ▲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
    미국이 이처럼 새로운 대중 투자 규제를 내놓으면서 국내 반도체와 AI 등 첨단 산업과 투자업계에 발생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미국이 우리나라와 일본, 유럽 등 동맹국들을 중심으로 대중 투자 규제 조치에 동참해줄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미국이 중국에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을 규제할 때에도 동맹국들의 참여가 이어졌다. 반도체 장비 강국인 네덜란드와 일본이 여기에 동참하면서 확실한 규제 효과를 꾀했다.

    이번에는 보다 범위를 넓혀 주요 7개국(G7)에 이 같은 조치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설 수 있다. 이미 지난 5월 G7 정상회의에서 해당 문제를 논의했다고 알려졌고 실제로 유럽 동맹국들이 비슷한 규제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로 중국 현지에 반도체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이 여전히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미국이 이번 추가 규제에 동참을 권할 경우 국내 기업들과 투자업계도 여기에 응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번 규제로 미국의 투자업계는 물론이고 인텔이나 퀄컴 등 반도체 기업들도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VC를 통해 중국 첨단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막힌다. 삼성이나 SK도 비슷한 수순을 밟을 가능성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중국으로 향하지 못하는 미국 자본이 국내 초기기술 기업으로 향할 것이란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전세계적인 AI 열풍으로 관련 스타트업들이 투자에 목 마른 상황이라 국내 스타트업 시장엔 오히려 기회가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다.

    정부도 날로 수위가 높아지는 미국의 대중 규제를 예의주시하며 미국 정부와 소통을 늘려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에 미국이 대중국 투자를 전면 통제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하면서 우리 정부도 업계 의견을 수렴해 미국 측에 전달하는 활동을 이어간다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이 이 같은 관계를 지속하면서 국내 반도체업계는 불확실성을 계속해서 떠안을 수 밖에 없는 대표적인 분야다. 당장 이번 조치는 삼성이나 SK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첨단 반도체 산업 관련해 미국의 추가적인 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며 불확실성이 걷히기는 힘들 것이란게 업계 전반의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