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건설 연구개발비 총 2588억…전년比 34.6%↑현대건설 737억원 1위…GS건설 1년새 134% 증액 현대건설·SK에코, 전년比 각 14억·13억원씩 감액 30대대기업 R&D투자비용 매출액 대비 평균 4.9%
  • ▲ 사우디아라비아 건설현장. ⓒ연합뉴스
    ▲ 사우디아라비아 건설현장. ⓒ연합뉴스
    국내 대형건설사 연구개발(R&D) 투자비중이 여전히 타업종에 비해 턱없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건설사 분기보고서 분석결과에 따르면 상반기 이들 기업 연구개발비는 총 258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665억원(34.6%) 증가했다.

    연구개발액은 현대건설이 737억원으로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어 △대우건설 418억원 △GS건설 396억원 △DL이앤씨 381억원 △현대엔지니어링 223억원 △포스코이앤씨 161억원 △롯데건설 143억원 △SK에코플랜트 129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10대건설사중 건설부문외 급식·바이오사업 연구개발비용이 함께 잡히는 삼성물산과 비상장사로 반기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호반건설은 이번 조사에서 제외했다.

    이중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이 전년동기대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곳은 GS건설로 1년새 227억원(134%) 증가했다. 

    이어 현대엔지니어링이 127%, DL이앤씨가 123% R&D투자비용을 늘리며 상승률 2·3위를 차지했다.

    반면 현대건설과 SK에코플랜트는 오히려 전년동기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을 각각 14억원, 13억원씩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비율은 전반적으로 증가했지만 대체적으로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실제 10대건설사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0.64%로 1년새 0.08%p 증가하는데 그쳤다. 

    업종마다 상이하긴 하지만 주요기업 R&D 투자비용은 대체로 매출액의 1~2%이상을 차지하곤 한다. 2020년기준 국내 30대대기업 연구개발비 비중은 매출액 대비 평균 4.9%로 집계됐다.

    그러나 10대건설사중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그나마 1%를 넘어선 곳은 현대건설(1.02%)과 DL이앤씨(1%) 두 곳이 유일하다. DL이앤씨 경우 전년동기 0.5%에서 1%로 연구개발비 비중이 2배 뛰었다.

    이밖에 △대우건설 0.71% △SK에코플랜트 0.58% △GS건설 0.57% △롯데건설 0.48% △현대엔지니어링 0.39% △포스코이앤씨 0.35% 순으로 비중이 높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R&D 투자를 늘리는 것이 맞지만 예산확보가 쉽지만 않다고 입을 모았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공사비 인상에 따른 원가율 상승과 주택시장 위축, 도시정비사업 일감 감소 등 시장 불확실성이 커 연구개발비를 단기간에 늘리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며 "특히 R&D부문 경우 전문연구인력 확보부터 전쟁인데다 관련 예산도 한번 삭감되면 다시 올리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산하연구조직을 키우는 것은 시간·비용 소모가 큰 게 사실"이라며 "이에 스타트업과 '오픈 이노베이션' 등을 통해 첨단기술을 확보하는 방식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히 연구개발비 비중만 보고 건설업계가 R&D에 소홀하다고 몰아세우는 것은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부연했다.

    중대재해처벌법과 '철근누락' 사태로 인한 안전관리비용 증가가 건설사 R&D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현장사고 위험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인력·장비 확충이 불가피한데 여기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게다가 '철근누락' 사태 및 민간아파트 전수조사 여파로 추후 하자보수와 관련 소송비용 등이 늘 수 있어 건설사 입장에선 연구비까지 늘릴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력 부족이 글로벌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국내 건설사 기술력은 유럽·미국 등 선진국 70% 수준으로 3년이상 격차가 벌어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해외시장에서 선진국에 기술력으로 밀리고 중국·인도기업 저가공세에 시달리는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위성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해외발주국이 디지털기술 적용과 프로젝트 관리체계 디지털전환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관련 기술력 확보를 통한 생산성 혁신과 리스크관리 역량 제고는 국내 건설사들 해외시장 점유율 회복을 위한 핵심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