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5월 출시 예정 'GH200'에 HBM3E 탑재… SK하이닉스 샘플 공급HBM3 대비 '이익률 20%', '탑재량 2배'… 삼성, 'HBM3P' 개발에 '명운'2Q D램 시장 SK하이닉스 점유율 30%대 '껑충'… HBM에 수익 달려
  • ▲ SK하이닉스 HBM3 제품 이미지 ⓒ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 HBM3 제품 이미지 ⓒSK하이닉스
    미국 인공지능(AI) 반도체 선두주자인 엔비디아가 내년 2분기 차세대 AI 칩인 'GH200 그레이스 호퍼 슈퍼칩'을 출시할 것이라 선언한 가운데 여기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기 위해 삼성도 명운을 걸었다. 기존 제품보다 탑재량은 2배 가까이, 이익률은 20% 늘어나는 차세대 HBM 시장을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28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가 내년 2분기 양산을 시작하겠다고 밝힌 차세대 AI 칩 'GH200'에는 전작인 'H100' 대비 HBM 탑재량이 2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H100 제품에는 80기가바이트(GB) HBM3이 사용되는 반면 GH200에는 144GB HBM3E가 탑재된다.

    더 강력한 성능과 데이터 처리 속도를 갖추면서 평균판매단가(ASP)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HBM3E는 ASP가 전작 대비 최소 20%는 올라갈 것이라는게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HBM 시장 전망이 밝은 것도 이처럼 세대가 진화해 나갈수록 탑재량이나 가격은 배로 뛰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지난 8일 보고서를 통해 내년 매출 기준 HBM 시장 규모가 89억 달러(약 11조 7000억 원)에 이르고 성장률은 127%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내년 2분기 엔비디아의 GH200이 본격적으로 출시되면서 HBM3E가 시장 전체 매출과 이익률을 높이는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임을 반영한 결과다.

    SK하이닉스는 이미 HBM3E 샘플을 고객사인 엔비디아에 공급하는 단계로 알려졌다. 샘플 공급으로 일정 부분 의견 조율 부분을 거치고 나면 본격적으로 엔비디아 차세대 AI 칩에 탑재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며 반도체업계는 물론이고 글로벌 투자시장에서도 SK하이닉스를 재조명하고 있다.

    삼성도 차세대 HBM인 'HBM3P'를 개발해 엔비디아를 비롯해 글로벌 AI 서버 고객사들을 대상으로 세일즈에 나서고 있다. 올 4분기쯤에는 북미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업에 샘플을 공급하기 위한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SK하이닉스가 지난 2013년 최초로 HBM 개발에 성공한 이후 개발을 이어온 덕에 일찌감치 엔비디아 공급사로 자리를 잡았지만 삼성은 HBM 개발에 한 발 늦었다는 평가다. 결정적으론 'MR-MUF'라는 기술 도입에서 차이가 발생했다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기존 D램 업체들이 NCF 기술로 HBM을 쌓아올리는 방법만이 답이라고 여길 때 SK하이닉스는 MR-MUF라는 기술을 도입해 경쟁력을 확보했다. 과거 이 MR-MUF 방식이 불가능할 것이라 여겼던 삼성도 차세대 HBM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기 위해선 이 기술을 도입할 수 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현재 이 기술을 최적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HBM을 등에 업은 SK하이닉스는 지난 2분기부터 이미 D램 시장에서 점유율을 크게 높이며 부활 신호탄을 쐈다. 한동안 D램 시장에서 매출 기준 점유율 30%를 회복하지 못했고 힘겹게 지키던 2위 자리에서도 물러났지만 지난 2분기 이를 모두 회복하는데 성공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지난 2분기 SK하이닉스 D램 매출이 34억 4300만 달러(약 4조 6000억 원)로 전 분기 대비 49% 급증하며 점유율 30.1%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가 D램 업계에서 유일하게 점유율이 늘어난 비결로 꼽히는게 바로 HBM이다. 트렌드포스는 "SK하이닉스 D램 출하량이 전분기 대비 35% 이상 늘었는데 AI 서버 수요 증가가 HBM 출하량을 증가시킨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범용 D램 수요 회복이 더딘 가운데 성장 가능성은 물론이고 수익성까지 독보적인 HBM 시장을 잡는 건 이제 삼성에게도 필수 불가결한 일이 됐다. 올 하반기 HBM3P 생산을 시작으로 삼성이 HBM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