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 합산계약액 114억달러…전체 51.9% 차지삼성물산 수주다변화…현대건설 사우디 '잭팟'작년 100위권 밖이었던 동부건설 '단숨 10위'중소건설 비중 고작 5.6%…대형사 독식 '여전'
  • ▲ 사우디아라비아 우쓰마니아 에탄회수처리시설 현장. ⓒ현대건설
    ▲ 사우디아라비아 우쓰마니아 에탄회수처리시설 현장. ⓒ현대건설
    국내 건설기업 해외수주 편중현상이 해를 거듭할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제2중동붐'을 타고 K-건설이 해외시장서 저력을 과시하고 있는 가운데 선두자리를 두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는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이 전체 계약액의 절반이상을 쓸어담으며 쏠림현상이 고착화되는 모습이다. 

    업계에선 향후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등 국가단위 초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이어질 경우 메이저업체 수주독식이 보다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9일 해외건설협회 수주통계 분석결과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올들어 지난 8월까지 따낸 해외건설수주액은 57억8000만달러로 계약액 1위를 달성했다.

    이어 같은기간 현대건설이 56억2000만달러를 수주하며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양사가 수주한 합산 계약액은 114억달러로 전체 절반이상인 51.9%에 달했다. 

    압도적인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탑투(Top Two)' 수주비중은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1~8월 기준 실적 1·2순위 건설사 전체 계약비중은 2021년 33.1%에서 2022년 40.6%로 상승한데 이어 올해 51.9%로 1년만에 11.3%p 급등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해외수주 형태가 단순도급에서 인프라조성, 투자개발사업 등으로 다변화하면서 대형건설사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주택사업 불황이 지속돼 적극적인 해외진출을 위한 '총알'이 부족해진 것도 수주 양극화를 초래한 원인"이라고 봤다.

    실제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전년동기 49억9000만달러 대비 15.6%p 상승한 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수주다변화가 주요하게 작용했다. 

    건설부문은 지난 상반기 삼성전자가 발주한 미국 테일러 반도체공장 추가공사를 수주한데 이어 대만 푸본금융그룹 자회사인 푸본생명보험이 발주한 '푸본 아오지디 복합개발공사'를 따냈다. 공사비 1조원 규모 대형 프로젝트로 이중 삼성물산 지분은 7500여억원이었다.

    현대건설은 사우디에서 '잭팟'을 터트리며 2019년이후 4년만에 1위 탈환을 노리고 있다.

    올해 사우디 국영석유기업 아람코가 발주한 50억달러 석유화학단지 공사를 수주, 계약액이 전년동기 10억6000만달러에서 56억2000만달러로 1년새 431% 급증했다.
  • ▲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더 라인' 조감도. ⓒ네옴 홈페이지 캡처
    ▲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더 라인' 조감도. ⓒ네옴 홈페이지 캡처
    이밖에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해에 이어 3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SK에코엔지니어링과 대우건설, 두산에너빌리티가 4~6위로 중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해 5위였던 롯데건설은 18위로, 9위인 GS건설은 14위로 각각 밀려났다.

    반면 같은기간 현대로템은 32위에서 7위로 25계단 상승했고 100위권에도 들지 못했던 동부건설은 단숨에 10위로 올라섰다.

    대형사들이 수주릴레이를 이어가는 동안 중견사들은 여전히 해외시장서 힘을 못쓰고 있다. 2020년대이후 수주액이 꾸준히 늘고는 있지만 계약액 비중은 전체 5%안팎에 그치고 있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올 상반기 중소건설사는 63개국가에서 9억7000만달러 실적을 달성했는데 이는 전체 계약액의 5.6% 수준"이라며 "중소건설사 해외수주는 2020년 12억달러를 기록한 이후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해외건설 수주경쟁력을 높이려면 지금보다 비중이 확대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중견건설 B사 관계자는 "기업 '덩치'도 중요하지만 기존 수주텃밭 보유여부가 향후 해외실적을 좌우하는 것"이라며 "현재 대내외적 경영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은 만큼 신규해외시장을 공략하기엔 힘이 부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남은 하반기에도 대형건설사 해외수주 독식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하반기 추가발주가 이뤄질 사우디 등 중동지역과 재건사업이 예정된 우크라이나 경우 유럽 등 선진국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 진입장벽이 높다"며 "자본과 기술력을 갖춘 대형사가 아니면 현지시장 진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