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영업익 –90억원…전년동기 이어 또다시 손실매출도 2년 연속 역성장…2016년 이후 7년 만에 최저해외‧건축 누적 원가율 100% 상회…판관비도 10% '쑥'현금창출력 저하로 자본 감소…부채비율 10년새 최고수주고, 지난해 연 매출 70% 수준…반등 모멘텀 '부재'
  • ▲ 엘티삼보. ⓒ엘티삼보
    ▲ 엘티삼보. ⓒ엘티삼보
    토목 전문기업 엘티삼보가 원자재 쇼크를 정통으로 맞았다. 원가율이 악화하면서 매출도 역성장하고 수익성은 아예 기대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 영업현금흐름이 둔화하면서 재무구조도 흔들리는 상황이다.

    문제는 반등을 도모할 먹거리마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내 사업을 모색해봤지만, 성과가 신통치 않다.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큰 상황이다.

    21일 반기보고서 분석 결과 엘티삼보는 연결 기준 매출 2864억원, 영업이익 -90억원의 영업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동기 3266억원에 비해 12.3% 줄어들면서 전년(-44.9%)에 이어 2년 연속 감소했다. 상반기 기준 2016년 2266억원 이후 최저치다.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227억원에서 손실폭은 줄어들었지만, 2년 연속 적자가 지속했다. 영업손실을 2년 연속 기록한 것은 상반기 기준 2010년대 들어 처음이다.

    분기 기준으로도 2분기에 전분기 47억원에서 -45억원으로 적자전환하면서 2022년 2분기 이후 4개 분기 만에 또다시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매출도 전분기 3115억원에서 58.7% 줄어든 1286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연속 전분기대비 역성장이다.

    이처럼 부진한 실적은 업계를 강타한 원자재 쇼크와 인플레이션 여파다.

    상반기 원가율은 96.7%로, 전년동기 101%에 이어 2년 연속 90% 이상을 나타냈다. 최근 10년새 들어 처음 있는 일이다. 앞서 8년(2014~2021년)간 상반기 원가율은 평균 85.8%다.

    진행 사업장의 누적공사를 기존으로 보면 △해외도급 102.7% △건축사업부 102.1% △토목사업부 96.3% 등으로 원가 부담이 높다. 수익이 날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게다가 판관비율도 가중됐다. 판관비가 전년동기 167억원에서 185억원으로 10.7% 늘어나면서 판관비율도 5.11%에서 6.46%로 악화했다.

    매출 역성장과 2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재무건전성도 흔들리고 있다. 현금창출력 저하로 자본총액이 감소하면서다.

    상반기 자본총액은 3390억원으로 전년동기 7546억원에 비해 55.0% 감소했다. 상반기 기준 최근 10년새 자본총액이 줄어든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차입금의 경우 같은 기간 1167억원에서 1057억원으로 9.43% 줄어들었지만, 자본총액이 감소하면서 차입금의존도는 15.4%에서 31.1%로 악화했다.

    부채비율은 높아진 부채 규모로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 상반기 부채 규모는 9944억원으로, 전년동기 5017억원에 비해 98.1% 급증했다. 부채비율은 66.4%에서 293%로 크게 가중됐다. 부채 규모와 부채비율 모두 최근 10년새 가장 높은 수준이다.

    채무 부담이 커지면서 이자비용도 불어났다. 상반기 이자비용은 45억원으로, 전년동기 16억원에 비해 171% 뛰었다. 이 역시 10년새 최대 규모다. 이어진 영업손실로 이자보상배율은 지난해(-13.7배)에 이어 또다시 마이너스(-2.00배)를 기록했다.

    유동성 역시 불안하다. 유동비율은 2021년 상반기 209%에서 지난해 166%, 올해 117% 순으로 낮아지면서 2018년 111%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또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도 2019년 상반기 3091억원 이후 4년 연속 줄어들었다.

    문제는 이 같은 부진을 만회할 모멘텀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상반기 수주잔액은 9157억원으로, 전년동기 1조4620억원에 비해 37.3% 감소했다. 지난해 연 매출 1조3100억원 대비 69.9%에 불과하다. 3분기가량 먹거리밖에 확보하지 못한 셈이다.

    같은 기간 국내 수주잔액은 8816억원에서 4369억원으로 50.4% 반토막났으며 해외에서도 5804억원에서 4788억원으로 17.5% 줄어들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해외사업장에서 공기 지연과 셧다운이 잇달아 발생하는 등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2021년 이후 국내사업 다각화로 활로를 모색한 점을 고려하면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모양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엘티삼보는 애초 해외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건설사"라며 "코로나19 악재로 다소 무리하게 국내 비중을 늘리다 보니 외형 성장에는 성공했지만, 정작 실속은 챙기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해외에서 예전과 같은 수준의 먹거리를 확보하고 국내에서는 수익성 좋은 선별 수주와 원가 절감 노력이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당분간 실적이 지속해서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엘티삼보의 시공능력평가순위 역시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엘티삼보는 2018년 56위에서 2020년 39위로 상향됐지만, 2022년 40위 2023년 53위 순으로 내려앉았다. 연간 실적에서 상반기 추이가 이어진다면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7월1일 자로 투자사업부문(㈜엘티)을 신설해 인적분할한 만큼 추가 외형 감소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