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요건 1500만원씩 상향…6억원이하 주택대상서울내 6억이하 아파트매물 드물어 혜택 적을듯"비아파트 수요 회복돼야 정책 시너지효과날 것"
  • ▲ 서울 아파트 전경. ⓒ뉴데일리DB
    ▲ 서울 아파트 전경. ⓒ뉴데일리DB
    "올해 결혼하기 전 신혼집을 알아보는데 우리 부부 예산에 맞고 각자 출퇴근이 편한 집을 찾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디딤돌 대출을 알아보니까 6억원이하 주택만 가능하길래 일단은 월셋집을 마련했어요. 집을 사면 못해도 10년은 거주할 텐데 억지로 조건에 맞춰서 불편을 감수할 순 없잖아요." (31세 이모씨)

    올 5월 결혼식을 올린 이모씨는 신혼집을 구할 당시 '내집마련 디딤돌 대출'의 신혼부부 대출요건을 확인했을 때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주택대출 소득요건 완화를 발표하고 이를 시행중이다. 신혼부부의 주거 안정을 위해 디딤돌 대출과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 소득요건이 기존보다 각각 1500만원씩 상향되는 것이 골자다.

    디딤돌 대출의 경우 소득요건이 기존 부부합산 연 7000만원에서 8500만원까지 늘어났다. 금리는 2.45~3.55%를 적용한다. 소득 7000만원이하는 2.45~3.30%를 적용받는다. 버팀목 대출은 당초 6000만원에서 7500만원으로 완화됐다. 금리는 2.1~2.9%를 적용하고 소득 6000만원이하의 경우 2.1~2.7%를 적용받는다.

    소득요건은 완화됐지만 대출시 주택가격과 보증금 요건, 대출한도 등은 종전과 같다.

    디딤돌 대출은 주택가격 6억원이하에 대출한도는 최대 4억원이다. 버팀목 대출의 경우 보증금 기준 수도권 3억원·비수도권 2억원이하고, 대출한도는 수도권 1억2000만원·비수도권 8000만원선이다.

    이같은 내용은 지난 3월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내놓은 신혼부부 주거비 부담 완화 대책의 후속조치 일환이다. 하지만 디딤돌 대출의 경우 주택가격이 6억원이하로 설정돼 서울내 내집마련을 희망하는 신혼부부들에게는 혜택이 미미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식을 올린 하모씨(35)는 "신혼부부 대출 소득요건이 완화될 수 있다는 소식에 기존에 살던 집에서 일단 결혼 생활을 시작하고 신혼집은 천천히 구해볼 생각이었다"면서도 "소득기준은 범위내 들어왔지만 대상 주택가격이 그대로라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6억원이하 매물 자체가 많지 않고 서울 외곽지역은 상대적으로 노후 아파트가 많다"며 "빌라와 같은 비(非)아파트는 전세사기 때문에 불안해서 적당한 매물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실제 부동산R114에 의하면 9월22일기준 서울내 전체 아파트중 매매가 6억원이하 매물은 10채중 1채에 불과했다.

    부동산R114가 시세를 조사한 서울 아파트는 115만6381가구로 이중 6억원이하 아파트는 13만312가구였다. 수치로 보면 전체의 11.3%다.

    특히 △마포구 2.8% △강남구 2.6% △중구 2.3% △영등포구 2.1% △서초구 1.9% △동작구 1.7% △강동구 1.3% △용산구 1.1% △송파구 0.3% 등은 6억원이하 아파트가 100채중 5채도 되지 않는 실정이다.
  • ▲ 서울 아파트 전경. ⓒ뉴데일리DB
    ▲ 서울 아파트 전경. ⓒ뉴데일리DB
    실거래가를 보더라도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6억원을 훨씬 웃돈다.

    직방이 지난 4일까지 집계한 올해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가격은 11억3279만원으로 조사됐다. 총 가구수 30가구이상 아파트(임대 제외), 거래취소 등을 뺀 통계다.

    하씨가 우려한 것처럼 빌라나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는 전세사기 여파로 인해 수요 자체가 꺾인 상황이라 '주거 사다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을 보면 올 1~9월 빌라 매매거래량은 1만5251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6년이래 최저치다.

    또한 같은기간 서울 오피스텔 매매량 역시 5872건으로 조사돼 작년 거래량 1만2300건의 '반토막' 수준인 47.7%를 기록했다. 이는 2013년 5011건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같은기간 아파트가 2만6594건 거래돼 지난해보다 170% 급증한 것과는 확연한 온도차를 보인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평균거래가격과 차이가 있는 기준은 실수요자 입장에서 접근성이 제한될 수 있다"며 "해당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서정렬 교수는 아파트 쏠림 현상을 해소하고 비아파트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회복하는 것이 대출완화 정책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분석했다.

    서 교수는 "사람들이 현재 전세사기 등 여파로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비아파트쪽으로 눈을 돌리면 6억원이하중에서도 괜찮은 매물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접근성 측면에서는 정책 완화 혜택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아파트 중심으로 맞춰져 있는 정부 정책이 비아파트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정책적 출구를 열어놔야 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일각에서는 전세사기를 막을 수 있는 확실한 대책이 마련되면 비아파트 거래에 대한 신뢰도가 회복돼 정책 모기지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올 2월 웨딩마치를 울린 하씨(32)는 "우리 부부의 경우 운 좋게 사택을 제공받아 10년간은 주택매매나 전월세 걱정이 없지만 주변 지인들을 보면 고민이 많은 것 같다"며 "신혼부부 대출조건에 억지로 맞춰 서울 외곽으로 가자니 나중에 태어날 아이 교육이 걸리고, 빌라나 오피스텔로 가자니 전세사기 때문에 선뜻 결정을 못하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소득요건을 완화해주는 건 좋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세사기를 확실히 막을 대책 수립인 것 같다"며 "한두푼도 아닌 돈을 떼일 수 있다고 생각하니 선택지는 점점 좁아지고, 정책완화 효과는 없고 결국 사람들이 볼멘소리만 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