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5월 선도지구 선정기준 발표…2027년 착공재초환 여전…용적률상향시 수억대 분담금 불가피여소야대 정국 폐지 가능성↓…업계 "사업성 낮아"
  • ▲ 일산신도시 아파트 전경. 사진=박정환 기자
    ▲ 일산신도시 아파트 전경. 사진=박정환 기자
    정부가 이르면 내달 중순 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 등 1기신도시 선도지구 선정기준을 발표한다. 최대 3만가구 규모 선도지구를 지정해 용적률 완화 등 재건축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2027년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하지만 현저하게 낮아진 재건축 기대감과 통합재건축 구성원간 내홍, 타지역 차별 논란 등 문제가 산적해 가시밭길이 예고되고 있다.

    26일 정비업계에선 전날 국토교통부가 제시한 1기신도시 재건축 플랜을 두고 부정적 전망이 우세한 양상이다. 시장 대내외적 상황을 고려할 때 선도지구로 지정돼도 본격적인 재건축 추진을 장담할 수 없는 까닭이다.

    국토부 발표에 따르면 신도시별 도시정비물량 5~10% 내외로 선도지구가 지정된다. 총 지정물량은 3만가구가량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단지가 재건축을 함께 추진하는 '통합재건축'을 통해 사업비를 11% 안팎으로 절감할 수 있고 사업기간 단축도 가능하다는 게 정부 측 논리다.

    하지만 시장에선 노후도시특별법(특별법)을 통해 사업성을 높여주더라도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에 발목이 잡힐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1기신도시 경우 특별법을 적용하면 용적률을 최대 750%까지 확대해 사업성을 높일 수 있지만 그만큼 재초환 부담금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1기신도시는 용적률 상향폭이 커 수억원대 분담금 폭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서울에선 추가분담금 부담에 사업이 중단된 사례가 적잖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5단지(840가구)'는 전용 84㎡ 선택시 조합원당 분담금이 5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단지 최근 매매가인 4억7000만원보다 높은 액수다. 이에 조합은 기존 시공사인 GS건설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새시공사를 찾고 있다.

    선거후 여소야대 정국이 되면서 재초환 폐지 가능성이 낮아진 것도 악재로 꼽힌다.

    경기 일산신도시 한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결국 정부의 1기신도시 플랜은 재건축을 위한 '판'은 깔아주겠지만 추가분담금 등 뒷감당은 소유주들이 알아서 하라는 것"이라며 "그나마 기대됐던 재초환 폐지도 당분간 어려워져 불안정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 일산신도시 아파트 전경. 사진=박정환 기자
    건설업계도 현재로선 사업참여 메리트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시공사 선정 시점이 돼야 알겠지만 인건비와 공사비는 당분간 계속 오를 것"이라며 "사업성이 높은 서울 강남권도 수주를 망설이는 상황에 1기신도시까지 챙길 수 있는 건설사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선도지구 3만호 지정이나 통합재건축 지원, 패스트트랙 도입 등 이런저런 혜택을 내놓고 있지만 따져보면 빈수레가 요란한 격"이라며 "조합이나 시공사 입장에서 재건축 수익성을 직접적으로 키워주는 방안은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통합재건축이 되려 사업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별법에 따르면 1기신도시에서 2개이상 단지가 통합재건축을 추진할 경우에만 용적률 완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통합재건축은 대규모 기반시설 정비와 효율적 단지배치에 유리하고 시공사와 협상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공사비 절감도 가능하다.

    하지만 '사공'이 많아진 만큼 단지간 이해관계가 충돌해 오히려 사업 추진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현재 일산에선 마두동 강촌마을 1·2단지와 백마마을 1·2단지, 일산동 후곡마을 3·4·5·10단지 등이 통합재건축을 추진중이다. 분당에선 시범삼성한신, 평촌에선 한가람 한양·삼성·두산 등이 통합재건축을 위한 주민동의율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향후 시장상황이 바뀔 때에 대비해 통합재건축 등 제도적 준비를 해두는 것은 필요한 사안"이라면서도 "다만 재건축 추진을 저해하는 재초환 등이 여전해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결국 재건축도 부촌 중심으로 탄력이 붙을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