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관련 기금 3곳에 약 30.5조원 자금 추가 투입구마모토 신공장 짓는 대만 TSMC에만 8조원 지원나서日 반도체 어벤저스 '라피더스'엔 건설비 8조에 운영비18조원 지원까지 고려뒤늦게 '부활' 외쳤지만 韓·대만과 격차 커...적극 지원나선 日 부러운 韓업계
  • ▲ 일본 라피더스 설립 주체 모습 ⓒ
    ▲ 일본 라피더스 설립 주체 모습 ⓒ
    일본 정부가 반도체 산업 부흥을 목표로 삼고 수십조 원의 자금을 투입한다. 현재 일본 구마모토 등에 신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대만 TSMC를 비롯해 자국 반도체 산업 '어벤저스'로 불리는 라피더스에도 수조 원대 자금 지원에 나선다.

    이처럼 일본이 작정하고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역할을 확대하려 나섰지만 이미 우리나라, 대만 등과 기술격차가 커서 따라잡기 힘들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국내 반도체업계에선 일본 정부의 이 같은 지원 자체가 부럽다는 시각이 다수다.

    12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관련 기금을 3조 4000억 엔(약 30조 5000억 원) 가량 증액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기존에 조성한 '특정 반도체 기금' 등 반도체 관련 기금 3개에 추가적으로 자금을 투입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 같은 자금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에 상당 부분 할애될 예정이다. TSMC는 현재 일본 구마모토에 파운드리 신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데 여기에 9000억 엔(약 8조 원) 가량이 지원된다.

    지난해 4월 준공을 시작한 TSMC의 일본 구마모토 신공장은 내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만 언론은 최근 보도를 통해 구마모토 공장이 대부분 건설을 마치고 설비 도입을 시작했다면서 이르면 연말에 양산도 가능하다고 밝혔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TSMC 외에도 일본 반도체 산업을 부활시킬 업계 연합체인 '라피더스'에도 막대한 자금이 투입될 예정이다. 라피더스는 소니와 키옥시아 등 일본 대표 반도체 기업들은 물론이고 도요타, 덴소 등 제조기업, 소프트뱅크, 미쓰비시UFJ 은행 등 금융기업들까지 대기업 8곳이 모여 설립한 일본 반도체 산업 부활 프로젝트다. 이들은 일본 북단인 홋카이도 치토세 부근에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미 라피더스에 3300억 엔(약 3조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여기에 이번에 추가 지원까지 5900억 엔(약 5조 3000억 원) 나서면서 라피더스에만 총 9200억 엔(약 8조 3000억 원)이 투입된다.

    여기서 더 나아가 라피더스 공장 설립 이후 운영 단계에서 발생하는 연구·개발(R&D)비용 등 사업비까지 일본 정부가 모두 보조할 계획까지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비 규모만 2조 엔(약 18조 원)으로 역대급이라는 평가다.
  • ▲ ⓒTSMC
    ▲ ⓒTSMC
    하지만 이미 반도체 산업이 글로벌 핵심 자산이자 기술 분야로 떠오른 상황에서 일본이 다시 반도체 산업을 부활시키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일각에선 일본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서라도 반도체 산업을 되살리려는 이 같은 시도가 사실상 무용지물에 불과할 것이란 비관론까지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유는 한국과 대만이 지난 수십년 동안 반도체 산업에서 빠르게 기술력을 확보하며 업력을 쌓았고 그동안 여기에 투입된 자금 규모를 단시간에 넘어서기는 불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과 대만 기업을 중심으로 첨단 반도체 제조기술이 발전해왔고 그만큼 진입장벽이 넘볼 수 없는 수준으로 높아졌는데 일본 정부가 이를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미국이 글로벌 공급망 패권까지 쥐기 시작하면서 반도체 제조 시장에서 일본이 설 자리는 더 좁아졌다는 분석이다. 더구나 이번에 일본 정부가 추진하는 반도체 지원 기금 규모가 현재 일본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과중한 측면이 있어 중장기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동력도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국내 반도체업계는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일본 반도체업계 상황이 그저 부럽기만하다는 분위기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국내를 반도체 제조 핵심기지로 가져가야 한다는게 기업들의 공통적인 생각이지만 정치·사회적으로 걸림돌이 많은게 현실"이라며 "일본의 사례를 보면서 정부와 정치권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 지원하겠다는 의식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