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1~3000명' 소문만 무성… 교통정리도 미흡연구자마다 주요 지표 다른 연구 한계 명확한 근거 확보가 선결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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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최소 351명에서 최대 3000명까지 거론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발표를 미룬다. 의료계의 거센 반발에 일단 '지역완결형 필수의료 혁신전략'을 발표한 후 협의를 거쳐 올해 안에 최종안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정부 및 의료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오는 19일 의대정원 규모가 빠진 보편적 형태의 필수의료 전략을 공개한다. 전날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산하 의사인력 전문위원회에서도 수치에 대한 합의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집행부가 전원 사퇴를 각오한 고강도 투쟁을 선언함에 따라 발표 시기가 뒤로 밀리고 그 기간 동안 의료현안협의체를 가동해 협의를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 ▲ 지난 17일 대한의사협회는 긴급 의료계대표자회의를 열어 의대정원 확대와 관련 고강도 투쟁을 예고했다. ⓒ대한의사협회
    ▲ 지난 17일 대한의사협회는 긴급 의료계대표자회의를 열어 의대정원 확대와 관련 고강도 투쟁을 예고했다. ⓒ대한의사협회
    ◆ 널뛰는 증원 규모… 정치적 도구로 전락

    문제는 수습추계의 공신력 부족이 계속 화를 키우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증원 규모의 범위가 원판 돌리기처럼 매일 바뀌며 추측성 보도가 쏟아지지만 명확한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351명, 512명, 1000명, 1200명, 1300명, 3000명 등 다수의 안이 언급됐다. 정부와 국회, 대통령실 안팎으로 소문이 돌면서 추측성 보도가 쏟아졌지만 관계자들이 언급한 근거는 부재한 실정이다. 

    당초 중점적으로 논의됐던 사안은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줄었던 '351명'을 추가하는 방식과 '512명'을 더 확보해 의대정원을 기존 3058명에서 3570명으로 늘리자는 것이었다. 

    그러다 지난 11일 복지부 국정감사 이후 의대정원 규모가 '500~1000명', '1000명 이상', '최대 3000명'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여러 안이 근거 없이 제시되는 것은 국민 건강권과 밀접하게 연결된 문제가 정치적 도구로 변질됐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최소한의 교통정리도 없는 정부의 태도도 논란을 부추기는 원인이다. 

    일각에서는 1000명 이상의 수치는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참패한 대통령실과 여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던진 국정쇄신을 위한 선언적 발언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또 야당 측에서도 지방 지역구인 복지위 위원들이 정원 확대에 동조하면서 여야 합치된 '의료계 때리기'로 조율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의료계도 그간 정부와의 협의과정에서 '무조건 반대' 노선을 탔고 발표가 임박하자 파업 이상의 고강도 대응을 하겠다고 선언해 직역 이기주의 논란에서 벗어나긴 어려운 상황이 됐다.

    ◆ 연구자별로 다른 수급추계 셈법 

    본질적으로 필수의료의 공백이 의대정원 확대의 근거다. 이를 확립하기 위해선 공신력 있는 '의사 수급추계'를 제시하고 이에 대한 논의가 진행돼야 하나 검증이 어려운 구조다. 

    국내 의사 수 관련 주요 보고서는 ▲의사인력의 중장기 수급 추계와 정책 대안(2020년, 김진현,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 ▲미래사회 준비를 위한 의사인력 적정성 연구(2020년, 홍윤철, 의료정책포럼) ▲전문과목별 의사인력 수급 추계 보고서(2021년,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의사 수 논쟁의 문제점(2023,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 등으로 좁혀진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학 교수의 연구에서는 2001년~2018년 국민건강보험 의료이용량(건강보험 외래 및 입원 총 내원일수)을 의료 수요 지표로 두고 중장기 수급을 추계했고 2050년에는 의사가 2만8279명이 부족할 것이라고 했다. 

    홍윤철 서울대 예방의학교수의 연구는 건강보험통계연보 기준 연령별 및 성별 1인당 의료이용량과 통계청 인구추계 데이터를 토대로 수요량을 예측했고 현 의대정원을 유지할 경우 2050년 2만6570명의 의사가 부족해진다고 예측했다. 

    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연구교수(당시 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는 건강보험 급여청구자료를 기반으로 전문과목별 상대가치 점수를 의료수요 지표로 두고 분석해 2035년 2만7232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봉식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은 OECD 연평균 활동의사 증가율을 기준으로 2047년에는 한국의 인구 1천명당 의사수가 5.87명으로 OECD 국가 평균 5.82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분석하며 의사 수 과잉을 주장했다. 

    ◆ 근거 확보가 관건… 해외선 전담기구 설치 

    의사인력 수급 추계와 관련한 기존 연구는 사용하는 근거 지표와 방법론이 상이했고 부족한 의사 수에 대한 추계결과도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정치적 논쟁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근거를 확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수치를 제시하기 전 근거를 확보하자는 것이다. 

    이에 의사 출신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급추계의 합리성을 높이기 위한 공적 기관으로 보건의료인력수급추계지원위원회를 설치하는 ‘보건의료인력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최근 대표발의했다.

    신 의원은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정확한 의료인력 수급 추계를 위해서는 단순히 연구자의 개인적 판단이 아닌 다양한 지표와 근거를 토대로 전문가들의 종합적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봉식 의협 연구소장은 "네덜란드, 호주, 미국, 일본 등은 보건의료 환경과 문화 등이 다르더라도 의사인력, 보건의료인력 수급을 전담하는 조직이나 기구, 연구기관을 운영 중"이라며 "특히 의료전문가, 이해단체 의견을 수렴하는 기전을 갖추고 있으나 우리는 매우 미흡한 상태"라고 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수급추계의 공신력을 얻으려면 각종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논의체가 아니라 의료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된 공식 기구가 만들어져 근거 중심의 보고서를 최종적으로 확정하고 이를 정부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전향적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