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 유인책 없이는 '수도권·인기과' 악순환 반복필수의료 전문의 대신 일반의로 남는 경향도 도드라져정원만 늘린다고 의료공백 해결되나… 기피과 지원이 쟁점'수가+미래비전' 복합적 설계가 관건… 부작용 발생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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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를 더 확보하면 각 지역별 부족한 필수의료 공백을 메꿀 수 있을까. 정부는 이 질문의 답을 2025년도 대학입시부터 적용될 의과대학 정원 확대로 대신할 예정이다. OECD 대비 부족한 의사 인력이 의료체계를 무너뜨렸다는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제조건은 늘어난 의사가 돈도 안 되고 일은 어려운데 소송이 빈번한 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실 등 기피과에 투입되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숫자만 늘리고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수도권, 인기과 쏠림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최근에는 기피과 전문의 자격을 따는 것 대신 일반의(GP)로 남아 피부과 등에서 미용GP를 선택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결국 필수의료와 거리가 먼 의사 배출만 증가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보건복지부는 의대정원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 '지역 완결적 필수의료 혁신전략'을 오는 19일 확정한다. 매년 의대생을 300명, 500명, 1000명 이상 늘리는 방안을 전방위적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아직도 구체적 수치는 베일 속에 가려졌다. 

    의대정원은 2000년 의약분업에 반발한 의사단체의 요구로 10% 줄어든 뒤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묶여 있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1000명 증원론이 현실화되면 기존보다 정원을 30% 이상 많이 모집하는 셈이다.

    ◆ 늘어난 의사 활용방안 부재… 차라리 일반의로 

    지난 11일 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규홍 장관을 향해 "만약 의사라면 무슨 전공과목을 선택하겠느냐"고 묻자 조 장관은 "근무 여건과 수익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겠다"고 답했다. 

    이는 필수의료 분야를 택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장관 역시 기피과의 한계를 고백한 셈이다. 

    의대정원을 늘리기에 앞서 피·안·성(피부과·안과·성형외과), 정·재·영(정신건강의학과·재활의학과·영상의학과)과 같은 인기과에 계속 몰리지 않도록 전반적 수련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는 의료계 중론이다.

    의대생이나 인턴들은 공통적으로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를 비롯해 응급의학과, 중환자의학과 등 기피과 전문의로 사는 삶은 일방적 희생이 강요된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의료계는 물론 일반 국민에게도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의 '폐과 선언'은 이러한 현실을 드러내는 지표였다. 기피과 전문의 자격을 버리고 미용과 비만·당뇨, 통증 분야로 전환해 진료하는 것이 현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결국 인턴까지만 하고 전공의를 포기하는 경향이 가속화되고 있다. 올해는 그 인원이 300명에 달한다. 이들은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GP)로 남는 것인데 차라리 이러한 선택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이다. 

    서울 강남구 소재 피부과에서 근무 중인 미용GP A씨는 "기피과 전문의 자격을 따는 것 대신 일반의를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며 "생활환경이나 근무조건도 우월한 상황임을 숨기고 싶지 않다"고 했다. 

    ◆ 기피과=필수의료=지방대, 정원만 늘려서는 해결 불가

    의사의 관점에서 기피과인 필수의료는 '지방대 입시'라는 표현이 나왔다.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지방대에 학생이 부족해 입학정원을 아무리 늘려도 상위권 학교에 갈 수 있는 학생이 지원하지 않듯이 의대정원을 늘려봐야 의사가 되면 필수의료에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하지 않는 이유는 필수의료 분야의 저수가와 더불어 의사의 형사처벌 경향 때문"이라며 "정부가 이것을 제대로 해결할 의지가 없는데 단순 숫자만 늘린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필수의료 인력에 수요가 많으니 그에 맞춰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단순하고 위험한 접근은 이미 과잉된 분야에 더 인력이 집중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우려다. 

    결국 고질적 저수가 체계를 개편하는 것은 물론 기피과 전문의의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해결책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소아과 문제를 해결한다면서 정부가 내놓은 수가 보상안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며 소아 의료체계 붕괴는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전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은 "분만 수가가 55만원인데 아이를 하나 받으려면 최소 3명은 붙어 있어야 한다"며 "이런 고질적 저수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마상혁 경상남도 공공의료대책위원장(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은 "(기피과에) 안정적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우선인데 정부는 단편적 접근만 하고 있다"며 "이대로면 현실은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