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삼성사회봉사단 출범 통해 사회공헌활동 본격 전개사회공헌, 기업 이윤 및 홍보 수단 아닌 윤리 목적 사명감고졸-여성 차별, 사원 복지 등 삼성서 출발해 타기업으로 확산상생-동반성장 각별히 관심… "삼성 협력업체도 삼성 가족"
  • ▲ 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삼성전자
    ▲ 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삼성전자
    "탁아소를 한다 하니 모두 반대했다. 탁아소 원리를 아는가. 삼성이 만들어 놓은 탁아소에 애들을 맡기고 부부가 한 3년에서 5년 열심히 일하면 집이 한 채 생긴다. 이것이 확 퍼지면 달동네 전체가 열심히 일한다. 탁아소 사업은 그저 삼성의 PF나 대기업의 사회환원 정도로 알고 있다. 이미지 메이킹은 한 부분에 불과하다."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지난 1993년 도쿄회의에서 발언한 내용이다. 이 선대회장은 임원들을 향해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은 강인한 리더십의 소유자였지만 사회 문제 해결에는 진심이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이 사회공헌 활동에 있어서 기업의 이윤 및 홍보를 위한 수단이 아닌 윤리 자체에 목적을 두고 진행하고 있는 이유다. 

    이 선대회장은 사회공헌 목적을 소외 이웃을 돕는 것은 물론, 후진적인 사회 문화 변화를 사명감을 갖고 진성성 있게 이끌었다. 단순희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성을 갖고 있는 것이 이를 대변한다. 

    실제로 이 선대회장은 "내 재산이 5천억 1조 더 많아지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 한 나라의 1등 기업은 국가와 함께 가야 되는 거야"라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재계에서는 이 선대회장의 이런 활동을 두고 기업문화와 사회문화를 확실히 바꿔놓았다고 평가한다. 삼성에서 출발한 고졸-여성 차별 철폐, 사원 복지, 사회공헌 등의 기업 활동이 다른 대기업으로 확산된 것이 대표적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개념을 확립한 인물도 이 선대회장이다.  

    이 선대회장은 지난 1994년 삼성사회봉사단을 출범시켜 조직적으로 사회공헌활동이 전개될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했다. 매년 연인원 50만 명이 300만 시간 동안 자발적으로 고아원과 양로원 등의 불우 시설에서 봉사하고 자연환경 보전에 땀 흘리고 있다.

    '맹인 안내견' 등 동물을 활용하는 사회공헌도 우리 사회에 널리 알려진 삼성의 대표적인 활동이다. 지난 1995년 잘 훈련된 맹인 안내견을 맹인에 기증한 것을 시작으로 매년 10마리의 안내견을 기증하는 장기 프로젝트를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특히 안내견 사업은 시각장애인의 삶을 개선시키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진돗개 순종 보존 사업도 진돗개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계기를 마련하고 국내 애견 문화 저변 확대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다.  

    사회공헌과 함께 산업계에서의 상생과 동반성장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 이 선대회장은 취임 직후인 1988년 다른 무엇보다 중소기업과 공존공생을 선언하며 상생 실천을 시작했다. 삼성이 자체 생산하던 제품과 부품 중 중소기업으로 생산이전이 가능한 352개 품목을 선정해 단계적으로 중소기업에 넘겨주기로 결정하면서 큰 화제가 됐다.

    이듬해 신년사에서 이 선대회장은 "삼성의 협력업체도 바로 삼성의 가족"이라며 "그들에게 인격적인 대우와 적극적인 지원을 해줘 회사와 협력업체가 하나의 공동체이며 한 가족이라는 자부심을 느끼게 해 참된 공존 경영을 이룩하는 것 또한 인간 중시 경영의 하나라고 믿는다"라고 강조하며 이 같은 철학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임을 예고했다.

    이어 지난 1993년 신경영 선언 당시에도 작게는 삼성의 발전을 위해, 크게는 대한민국 경제 성장을 위해 협력업체 육성을 다시 한번 역설하며 상생경영을 뼈에 새겼다.

    이 선대회장은 "삼성그룹의 대부분이 양산조립을 하고 있는데 이 업의 개념은 협력업체를 키우지 않으면 모체가 살아남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협력이 생존을 위한 필수임을 확실히 했다.

    스포츠 외교에도 힘쓰며 우리 스포츠계 발전과 세계적 위상 강화에 크게 기여했다. 그는 스포츠를 국제교류와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중요한 촉매제로 인식하고 기업인도 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론을 가져왔다. 이에 삼성이 1997년 올림픽 톱 후원업체로 자리 잡았고 본인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을 역임하는 등 한국의 글로벌 스포츠 발전 공헌에 일익을 담당했다.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꾸준히 스포츠 외교 활동을 펼쳐 201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평창이 아시아 최초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는데 크게 기여했다.

    김태완 카네기멜런대 경영윤리 교수는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이건희 선대 회장 3주기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이 선대회장은 윤리를 이윤이나 PR의 도구로 생각하지 않았고 시혜적으로 한 번 돕고 말자는 식이 아니라 지원을 쭉 이어가 거기서 인재를 창출하자는 것"이라며 “실제로 CSR에 대해 이 정도로 하는 기업이 삼성 외에 사실 별로 없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