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 분만시 기존 55만원+안전수가 55만원이 전부 불가항력 분만사고 대책은 여전히 미흡… "분만실 떠나야"월매출 40만원 오르는 소아과 정책수가 비판론 확산 기피과 대책으론 역부족… 내년 전공의 지원율 하락 우려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에 앞서 필수의료 살리기 일환으로 연간 3000억원 규모로 분만·소아 수가를 신설하기로 했지만 관련 분야 의사들의 반응이 마뜩잖다. 생색내기용에 불과하다며 오히려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30일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 개원가에 따르면 지난 26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의결된 정책수가와 관련 "불만족스럽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규모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되는 형태를 취하고 있어 대한의사협회(의협) 등은 긍정적 의견을 피력했지만 관련 분야 의사들은 붕괴된 의료환경을 벗어나기 역부족이라는 진단이다. 

    먼저 정부는 내년부터 분만실에 연간 26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한다고 했다. 그런데도 산부인과 의사들은 '보상 부족'을 강조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분만을 하지 않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이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통계상 올해 7월까지 산부인과 의원 중 82%는 분만과 관련 건강보험 청구를 하지 않았다. OECD 최저 저출산 영향과 55만원에 불과한 수가, 소송 위험 탓에 사실상 분만실 가동을 멈춘 것이다.

    이에 산부의과 의사들은 올초부터 정부를 향해 지속적으로 수가 인상을 강조했다. 400% 인상, 분만 관련 진료비 600만원 적용 등 다양한 셈법을 제시됐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분만 수가 개선안에는 ▲특별·광역시 제외 분만 기관에 지역수가 55만원 ▲산부인과 전문의 상근 및 분만실을 보유한 의료기관에 안전정책수가 55만원이 확정됐다. 

    여기에 ▲고위험분만 가산 인상(자연분만 현행 30%→100%~200% 인상) 및 고위험분만마취 정액수가 11만원 ▲응급분만수가 55만원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를 근거로 분만의 절반을 차지하는 특별·광역시 소재 산부인과 분만실에서 분만 건당 추가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55만원에 불과하다. 그 외 지역에서는 110만원이 지급된다. 지역간 형평성 문제도 지적된다. 

    고위험분만 시에는 더 많은 정책가산이 이뤄지지만 불가항력적 의료사고로 인한 소송시 제기되면 손해배상 금액이 수억원대다. 올해 무과실 분만사고 보상금을 정부가 3000만원 지원하기로 했지만 법정 싸움이 벌어지면 문을 닫아야만 하는 곳이 여전히 많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굶어 죽지 않을 정도로만 수가 개선을 해놨는데 모든 분만 수가가 건당 200만원은 넘어야 한다"며 "그래야만 매달 10건씩 분만을 해도 유지가 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여전히 수가가 외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분만 행위 자체에 대한 상대가치점수를 올려 현행 55만원 수준이 아닌 더 높은 금액으로 올리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소아청소년과는 산부인과 대비 현격히 적은 300억원의 정책수가가 반영된다. 그간 소아과 차원서 요구했던 연령 가산이 이뤄지는 것인데 1세 미만은 7000원, 6세 미만은 3500원이 더 붙는다. 

    심평원 통계상 국내 소아과 전문의는 약 6000명으로 이를 연간 300억원에 대입하면 보면 월매출 41만7000원이 늘어나는 셈이다. 기피과 살리기라는 전방위적 대책이라고 보기엔 미흡하다. 

    이를 두고 임현택 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초진만 3500원 더줘서 한 달에 세후 40만원쯤 수입 느는 정책수가를 소아과 대책으로 들고 나왔다"며 "배터지게 개선해주니 전공의 지원율이 늘어날 것"이라고 비꼬았다. 

    최용재 아동병원협회장은 "올초부터 정부가 소아과 관련 대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이를 기반으로 젊은 의사들이 소아과를 선택하게 하는 기전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며 "내년의 상황은 더 심각해질 것이므로 소아의료 대란을 막기 위한 선택과 집중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