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공매도 제도개선·한시적 금지 카드 발언 잇따라"대선 공약에도 소극적 조치" 개인 불만 거세당국·업계 신중론 여전…외국인 시장 이탈 부작용 우려
  • 코로나 사태 이후 대형 종목에 한해 부분 재개된 공매도의 전면 금지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여야 정치권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매도 제도 개선을 촉구하며 개인 투자자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다만 당국은 원점에서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장 왜곡을 우려해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공매도 한시적 금지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국민의힘 중진인 권성동 의원은 지난 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불법 공매도와 관련한 전수조사와 제도적 개선이 완비될 때까지 공매도 자체를 한시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법 공매도 문제에 관한 금융위원회와 정부의 소극적 태도를 질타하기도 했다. 권 의원은 "현재 금융감독원 역시 공매도에 관한 제도적 개선과 한시적 금지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며 "하지만 금융위원회와 정부 관료가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권 의원은 지난 30일에도 SNS를 통해 공매도 제도를 제대로 손보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대통령실이 금융위원회에 공매도 제도 개선안을 검토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친윤(친윤석열) 핵심으로 불리는 권 의원의 잇단 발언은 이와 발맞춘 행보로 읽힌다.

    최근 정치권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잇따라 공매도 규제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정무위 소속 윤창현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 정무위 종합감사에서 "공매도를 3개월 내지 6개월 정도 아예 중단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때가 온 것 같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불법 공매도 관련 기관과 외국인에 비해 개인이 받는 차별을 최소화하거나 공정성이나 신뢰성에 의문이 가지 않는 조치를 한 뒤에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백혜련 정무위원장은 지난 31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국회 상임위원장 간담회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 문제 때문에 굉장히 많은 피해를 받고 있는데, 금융위 입장이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개인 투자자들이 차별받지 않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대통령이) 함께 노력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의 이같은 움직임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개미 표심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BNP파리바, HSBC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상습적인 무차입 공매도 행위가 금융당국에 적발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매도 제도 개선은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당국에선 개인 투자자의 공매도 담보비율, 상환기간을 조정했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기관과 외국인과 여전히 차별적인 조건을 받는다고 비판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금융당국 앞 시위, 국회 청원, 국회의원실 민원 등을 통해 무차입 공매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은 물론 공매도 상환기간, 공매도 담보비율 등 외국인·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했던 제도의 손질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그간 공매도 제도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개선 요구가 끊이지 않았는데 정치권이 최근 들어 적극적으로 나선 분위기"라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집에도 포함됐었지만 지금까지 실질적으로 변한 게 없는데, 이제라도 민심을 반영한 정책 개선에 나서길 촉구한다. 결과를 예단하긴 어렵지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국은 기존 공매도 전면 재개에 무게가 실렸던 기조에서 벗어나 원점에서 제도를 개선하겠단 입장이지만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통용되는 투자 기법인 공매도를 명확한 이유 없이 임의로 틀어막았을 때 외국인 이탈, 시장 왜곡 등 부작용을 우려해서다.

    국내에서 공매도가 한시적으로 전면 금지된 경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발 증시 급락 등 3차례로 글로벌 증시 불안이 이유였다. 현재는 2021년 5월부터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종목에만 한해 이를 재개한 상태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최근 전체적으로 매크로 시황이 좋지 않은데다 환율 문제까지 겹쳐 국내 시장에서의 외국인 이탈이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며 "복합적 이유가 있겠지만 특히 최근 외국인 매도세는 당국의 공매도 전수조사, 한시적 금지 조치 뉴스가 나온 것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럴 경우 외국인 입장에선 빨리 환매를 하든 이익을 극대화하든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정의정 대표는 "개인 투자자들이 무조건 공매도 폐지를 외치는 게 아니다. 개인투자자들에게도 평등한 기회가 주어진 공매도를 허용해달라는 것"이라면서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명분 뒤에 숨어 외국인·기관에게만 유리한 제도로 인해 발생하는 국민의 피해를 나 몰라라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