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당시 매출 300억원 달했던 OEM 사업… 철수 수순틈새시장 수제맥주 OEM 줄었지만 맥주사업도 매출 26.6% 하락맥주공장서 음료까지 생산 중… 맥주 신제품에 사활 걸었단 평가도
  • ▲ 롯데칠성의 맥주 클라우드 시리즈.ⓒ롯데칠성음료
    ▲ 롯데칠성의 맥주 클라우드 시리즈.ⓒ롯데칠성음료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시장 자체의 붕괴라고 판단합니다. 당분간은 오르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가 지난 2일 기업설명회에서 한 말이다. 실제 롯데칠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중 제법 수익이 됐던 수제맥주 OEM 사업은 3분기를 기점으로 거의 개점휴업 상태가 됐다. 맥주 점유율 하락이 가시화된 롯데칠성 입장에서는 이번 맥주 ‘클라우드’ 신제품에 사활을 걸어야하는 상황이다.

    3일 롯데칠성에 따르면 3분기 주류부문의 OEM 매출은 1억원에 불과했다. 전년 동기 OEM 매출 44억원과 비교하면 96.7%가 증발했다. 사실상 OEM사업의 폐업 수준이다. 한때 연간 300억원에 달했던 OEM 매출이 한 순간에 사라진 것이다.

    이런 추세는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이어져 왔다. 지난 2분기 롯데칠성의 OEM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7.2% 감소한 15억원에 그쳤고 1분기 OEM 매출도 31억원으로 전년 동기 63.5% 줄었다.

    사실 OEM 매출은 롯데칠성에게 있어 쏠쏠한 수익이 돼 왔다. 롯데칠성은 코로나19 기간 유흥시장 맥주 소비가 얼어붙으면서 맥주 소비가 급감하자 맥주 OEM 사업을 시작했다. 롯데칠성 입장에서는 공장 가동률을 높이면서 수익을 올릴 수 있었고 폭발적인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생산에 차질을 빚던 수제맥주 업체에게는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는 그야말로 ‘WIN-WIN’ 사업이었다. 덕분에 롯데칠성 주류부문은 업계 전반의 위기 속에서도 흑자전환에 성공한 바 있다. 

    문제는 수제맥주의 열풍이 엔데믹과 함께 식어가면서 롯데칠성의 OEM 사업도 급격하게 줄어갔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롯데칠성이 틈새시장을 공략했던 OEM 전략의 수명이 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수제맥주 수요가 급감하면서 OEM을 통한 생산은커녕 자체 공장 가동률마저 낮추고 있는 상황으로 알고 있다”며 “코로나19 특수성이 사라지면서 다시 맥주 본연의 경쟁력으로 승부해야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평가했다.

    공교롭게도 롯데칠성의 맥주 사업은 경쟁사의 신제품 경쟁에 밀려 이렇다 할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롯데칠성의 3분기 맥주 매출은 2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6% 감소했다. 심지어 2분기의 매출 208억원에도 못미쳤다. 맥주 시장의 최대 성수기가 3분기인 것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타격이다. 

    OEM 생산이라는 옵션이 사라진 롯데칠성 입장에서는 오는 21일 출시가 예정된 맥주 ‘클라우드’ 신제품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롯데칠성은 국산 맥아, 홉을 활용한 신제품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이들 신제품이 맥주시장의 지배력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롯데칠성의 맥주사업의 전망이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롯데칠성은 이미 충주 1,2 맥주공장을 하이브리드 생산 방식으로 전환한 상태다. 맥주 생산라인에서 음료부문의 제품까지 생산하는 방식이다.

    내년 5월부터는 소주제품의 생산 계획까지 잡혀있다. 덕분에 롯데칠성은 OEM 매출이 사라졌지만 맥주 공장가동률 자체는 상승한 상태다.

    롯데칠성은 올해 맥주공장 가동률이 전년 보다 13.6%P 상승한 46.4%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야심차게 출발했던 롯데칠성의 맥주사업의 포부는 상처가 불가피해졌다. 롯데칠성은 내년 맥주 ‘클라우드’ 출시 10주년을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