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구조조정, 전동화 전환 숨고르기미국 자동차 파업 여파, 인건비 상승 부담커져희망퇴직·비용절감 국내서도 이어지는 분위기
  • ▲ 폭스바겐이 2026년까지 100억 유로 규모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폭스바겐그룹코리아
    ▲ 폭스바겐이 2026년까지 100억 유로 규모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폭스바겐그룹코리아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의 구조조정이 잇따르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OEM들은 경기 침체와 수요 위축으로 인해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폭스바겐그룹 산하 브랜드 폭스바겐은 2026년까지 100억 유로(약 14조원) 규모 절감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전기차 시대로 전환을 위해 비용절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취지로, 고강도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토마스 셰퍼 폭스바겐 CEO는 “높은 원가와 생산비용, 낮은 생산성 등으로 인해 자동차 산업에서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다”며 “미래를 위해 투자할 만큼 충분한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으며, 구조조정 없이 평소대로 사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폭스바겐의 구조조정 예고는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투자비용 대비 수익을 내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금리와 물가 상승으로 소비자들의 자동차 수요가 감소한 영향도 크다. 폭스바겐의 올해 3분기까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 감소했으며 영업이익률은 6.9%로, 현대차와 토요타가 10%대 이익률을 거둔 것과 비교해 저조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투자가 줄어드는 추세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세 자릿수 성장률을 나타내던 전기차 시장은 올해 30%대 성장에 그치고, 내년에는 20% 전후로 성장세가 둔화될 전망이다.

    테슬라는 3분기 실적발표에서 전년 대비 52% 감소한 영업이익을 내놓으며 멕시코 기가팩토리 공장 건설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전기차 시장 성장세 둔화가 현실로 나타나면서 제조사들은 전기차 공장 가동 시점과 투자계획을 연기, 수정하는 모습이다.

    GM은 2024년까지 4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폐기했음을 공식화했다. 포드는 전기차 사업에 책정한 500억 달러 가운데 120억 달러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포드가 중국 CATL과 합작한 배터리공장 건설은 재개하되 원래 계획보다 규모가 줄어들 전망이다. 공장 배터리 생산능력은 연간 35기가와트시에서 20기가와트시로 43%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고용 규모도 당초 2500명에서 약 800명 줄어든 1700명 수준이 유력하다.

    투자한 금액만큼 수요가 따라오지 못하는 전동화 전환 외에도 미국 자동차노조 파업 여파도 구조조정을 부추기는 요소다. 전동화 전환을 목표로하는 감원을 추진하다 역풍을 맞으면서 오히려 지불해야할 임금이 늘어난 모습이다.

    미국 자동차 빅3로 분류되는 GM과 포드, 스텔란티스는 앞서 9월 15일부터 6주간 동시 파업을 겪으며 그 결과로 ‘4년간 25%’ 기본임금 인상안을 수용했다. 실질적인 임금인상은 약 33% 수준으로, 도이체방크는 3사가 향후 4년간 추가로 부담할 비용이 26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전미자동차 노조 파업 여파는 빅3를 제외한 타 브랜드 사업장 임금에도 영향을 끼쳤다. 토요타는 내년 1월부터 생산직 임금을 9%, 혼다는 11%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현대차 북미법인도 앨라배마 공장 등 생산직 직원 4000명의 임금을 2028년까지 25% 올리기로 결정했다.

    인력 감축 한계에 직면한 글로벌 브랜드의 구조조정은 투자계획 축소·철회를 비롯해 생산원가 절감 등 대규모 예산 삭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폭스바겐의 구조조정 결정은 2029년까지 직원을 감원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뒤집은 것으로 주목됐는데, 이를 의식해 대부분의 비용 삭감은 인력감축 이외 조치를 통해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브랜드들의 대규모 구조조정은 국내 지사들의 예산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인력 조정과 더불어 전방위 비용절감 분위기가 감지된다.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최근 100여명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을 통해 인력 재편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모습이다. 스텔란티스코리아 관계자는 “희망퇴직을 신청한 직원들 중에 아직 근무중인 인원들이 있어서 완전히 끝난건 아니다”라며 “퇴사한 직원들이 있고,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스텔란티스코리아의 조직개편은 본사 정책과 궤를 같이한다. 스텔란티스는 올해 4월에 직원 2500명을 상대로 희망퇴직을 제안했고, 최근 사무직 직원 절반가량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시행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그룹코리아는 본사의 구조조정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본사는 투자와 개발 등에서 비용절감을 추진하겠다는 취지로, 국내 지사는 생산이 아닌 판매중심 조직이라는 점에서다.

    폭스바겐그룹코리아 관계자는 “본사는 투자와 개발 방향 부분에서 비용 최적화를 추진하는걸로 알고있다”며 “그룹 예하 브랜드의 국내 인력은 200여명 정도로 부족한 상황이며, 본사에서 공유받은 비용절감과 관련된 부분은 따로 없다”고 전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글로벌 브랜드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시행하는 만큼, 국내에서도 여파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인력 감축을 비롯한 전방위 구조조정이 시행되는 가운데 국내 지사들도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며 “일부 브랜드에서는 내년 예산 편성을 비롯한 대규모 비용 절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 스텔란티스 로고 ⓒ스텔란티스코리아
    ▲ 스텔란티스 로고 ⓒ스텔란티스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