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진출 후 13분기 연속 '영업손실'2025년까지 갚아야 할 부채만 '7조' 규모韓 제4이통 신청자 '제로'… "이유 있었네"
  • ▲ 미키타니 히로시 라쿠텐 최고경영자ⓒ라쿠텐
    ▲ 미키타니 히로시 라쿠텐 최고경영자ⓒ라쿠텐
    일본 토종 플랫폼기업 ‘라쿠텐’이 제4 이동통신사 진출 약 5년 만에 빚더미에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이 경쟁 활성화를 위해 제4 이동통신 사업자를 물색하는 가운데 신청자가 없는 이유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20년 4월 진출해 곧 출범 5주년을 앞둔 ‘라쿠텐 모바일’은 경영난을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해 모회사 '라쿠텐 그룹'은 13분기 연속 영업 손실을 겪고 있다. 라쿠텐 모바일로 인한 누적 적자는 총 8190억엔(7조3675억원)에 달하며 이중 8000억엔은 2025년 말까지 갚아야 하는 빚이다.

    라쿠텐의 창업자 겸 대표인 미키타니 히로시는 일본식 ‘알뜰폰’을 꿈꾸며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와 저렴한 장비를 도입해 비용절감을 시도했다. 하지만 인프라 비용이 급등하면서 비용절감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고 적자가 치솟았다. 

    세계 3위 규모의 일본 통신시장에서 라쿠텐 모바일이 보유한 가입자는 약 520만 명으로 시장점유율은 약 2.5% 수준이다. 라쿠텐 모바일이 지난해 벌어들인 매출은 약 3510억엔이며 이는 라쿠텐 전체 매출의 18%를 차지한다.

    라쿠텐은 일본 최대 온라인 쇼핑몰 ‘라쿠텐 이치바’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 국내 회원 계정 수만 1억 개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은행, 신용카드, 채권, 보험 사업까지 영위하고 있는 일본의 거대 플랫폼조차 제4 이통사 운영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 

    라쿠텐 모바일은 제4 이통사를 물색하고 있는 한국의 참고 사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경쟁 활성화를 위해 지난달 20일 5G 28GHz 대역 할당 공고를 내고 제4 이통사 사업자 접수를 받고 있다. 접수 기한은 오는 19일까지로 마감이 채 일주일 밖에 남지 않았으나 접수 신청자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접수 신청 의사를 밝힌 곳은 미래모바일을 제외하고 없는 실정이다.

    정부는 제4 이통사 모집을 위해 주파수 할당 가격을 이통3사 대비 65% 수준으로 낮추고, 의무 기지국 수 역시 1만5000대에서 6000대로 줄여주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약속했으나 입질이 없는 상태다. 심지어 제4 이통사에겐 이통3사와 동일하게 3.7GHz 주파수를 할당하겠다고 공약했으나 깜깜 무소식이다.

    앞서 정부는 쿠팡, KB국민은행 등을 제4 이통사의 유력한 잠재 후보군으로 보고 사전 접촉했으나 기업들은 SK텔레콤·KT·LG유플러스 3강 체제로 굳혀진 시장 진입을 꺼려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정부는 2010년부터 2015년 사이 7차례에 걸쳐 제4 이통사 도입을 추진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제4 이통사를 찾더라도 숙제가 산적해있다. 28GHz 대역폭은 현재 3.5GHz보다 넓어 더 빠른 통신이 가능하나 전파 도달 거리가 짧다. 또 장애물을 잘 통과하지 못해 장비를 더욱 촘촘하게 구축해야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또 28GHz 주파수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이 아직 없어 이용자들이 체감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이통사 관계자는 “제4 이통사가 지난 수십 년 간 나오지 않은 데는 다 이유가 있다”며 “유지보수 비용만 매년 수조원이 드는데, 이 돈을 어디서 마련하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