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이사회·주주총회 의결전 현역컴백 발표 일부주주와 담합…부당한 영향력 행사로 보일수도일반적으로 최소 이사회 통과후 발표…이례적인 일
  • ▲ 윤세영 창업회장. ⓒTY홀딩스
    ▲ 윤세영 창업회장. ⓒTY홀딩스
    윤세영(90)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2019년 3월 아들 윤석민 회장에게 회장직을 물려준지 5년만에 경영일선에 복귀한다. 다만 아무리 창업주라고 해도 태영건설이 상장사인 만큼 이사회나 주주총회 결의 없이 일방적 현역컴백은 다소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13일 여의도 증권가를 중심으로 태영건설 법무팀이 워크아웃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는 속칭 '찌라시'가 암암리에 퍼졌다. 또 일각에선 워크아웃을 건너 뛰고 법정관리(회생절차)에 들어간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에 지주회사인 TY홀딩스와 태영건설은 즉각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지난 2~3분기 실적이 잘 나온데다 윤세영 창업회장도 경영에 복귀한 상태"라며 "최근 계열사인 태영인더스트리 매매계약이 체결돼 이번달 매각대금이 들어오면 유동성 지원도 확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태영그룹은 지난 4일 윤세영 창업주의 경영일선 복귀를 전격 발표한 바 있다. 1933년생인 윤 창업주는 올해 만 90세로 2019년 3월 장남인 윤석민 회장에게 그룹 회장직을 물려주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이와 관련 태영그룹 관계자는 "유동성 부족 등 태영건설이 위기를 겪고 있는 와중에 당사를 창업한 윤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한다는 것은 그룹차원에서 건설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직원들 입장에서는 심리적 안정감이 상당할 것"이라고 했다.
  • ▲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국가법령정보센터 캡쳐
    ▲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국가법령정보센터 캡쳐
    알려진 바에 따르면 윤 창업주는 회장직을 내려놓은 이후에도 종종 태영건설을 방문해 경영상황을 직접 확인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윤 창업주 정식복귀는 내년 3월에 있을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통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선임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룹이 이같은 내용을 기정사실화해 발표한 것은 다소 문제소지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35조 2항을 보면 대주주는 경제적 이익 등 반대급부 제공을 조건으로 다른 주주와 담합해 금융투자업자 인사 또는 경영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대주주인 윤 창업주 경영일선 복귀가 기정사실화된 것은 일부주주와 담합해 결정된 부당한 영향력 행사로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비트윈 박진식 변호사는 "부당한 영향력으로 보일 여지가 있긴 하지만 공시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표한 것만 가지고는 법적 저촉소지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며 "예정사항이기 때문에 추후 선임이 확정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형건설A사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최고경영자(CEO) 선임과 관련해서는 최소 이사회 통과후 발표를 한다"며 "대표이사변경건은 공시해야 할 정보이기 때문에 상장사들의 경우 주가가 민감하게 움직일 수 있는 요인이 돼 선임이 어그러질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이어 "태영건설 경우 금융적으로 어려운 상황이고 또 윤세영 회장은 창업자이면서 오너이기 때문에  관련 소식을 선제적으로 알린 것 같다"며 "창업자가 복귀하면서 주주나 여론을 달래고 상징적인 인물을 전방에 내세우면서 금융권에 신용적으로 긍정적 시그널도 함께 보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형건설B사 관계자는 "창업자이면서 최대주주, 오너가 복귀하는 것이기 때문에 특수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며 "연말 인사시즌과 맞물려 보통 내정과 예정자를 발표하는 것은 일반적"이라고 했다.
  • 한편 태영건설 분기보고서를 보면 7월부터 9월까지 3분기상 매출액은 지난해 3분기보다 증가했다.

    지난 3분기 매출액은 7008억여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5695억여원보다 1313억여원 늘었다. 이는 23.0% 증가한 수치다.

    매출총이익은 429억여원으로 전년동기 360억여원보다 69억여원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126억여원으로 128억여원을 기록한 지난해 3분기보다 2억여원 줄어들었다.

    이는 기타영업외비용 및 금융비용 등 증가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3분기 태영건설 기타영업외비용은 72억여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27억여원보다 43억여원 늘어났다. 기타영업외수익은 124억여원으로 전년동기 139억여원보다 15억여원 줄어들었다.

    금융비용은 268억여원으로 지난해 3분기 48억여원보다 220억여원 크게 증가했다.

    특히 법인세비용차감전 순이익은 41억여원으로 전년도 208억원과 비교했을 때 167억여원 감소했다. 이에따른 분기순이익은 4억여원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211억여원 이익을 남겼다.

    이같은 내용을 종합해보면 TY홀딩스가 밝힌 3분기 실적개선은 총 매출로는 맞게 보여도 세부내역상으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태영건설은 지난해 9월 레고랜드발 PF보증 위기 사태이후 유동성 위기를 이유로 '부도 고위험군'에 종종 거론되고 있다. 올들어 PF유동성 리스크로 재무부담이 가중돼 신용등급이 하락하기도 했다.

    지난 6월 한국신용평가사와 한국기업평가는 태영건설의 과도한 재무부담과 더딘 수익성 회복을 이유로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한신평은 기업어음(CP) 신용등급도 A2에서 A2-로 내렸다.

    한신평은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다수 사업장에 PF 신용보강을 제공한 결과 태영건설의 연결기준 PF 보증규모가 올해 3월말기준 2조4000억원까지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체 PF 보증 50%에 근접하는 미착공 PF 보증 현장중 상대적으로 분양여건이 저조한 지방의 비중이 크다"며 "부동산 경기회복 지연으로 보증 규모 감축도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점은 재무적 불확실성을 높인다"고 평가했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태영그룹은 지난 10월 물류자회사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을 발표하기도 했다. 

    TY홀딩스 측은 "그룹 내 물류사업 회사인 태영인더스트리의 매각이 막바지"라며 "매각대금은 전적으로 태영건설 유동성 제고를 위한 자금지원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