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호황기 지속…5년치 이상 일감 확보HD한조양-한화오션-삼성重 ‘3강’ 체제 굳건새 주인 찾은 HMM, 장기투자계획 이행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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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바다산업은 힘찬 재도약과 함께 미래 성장기반 구축에 주력한 한 해로 요약된다.

    장기 불황을 딛고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을 맞은 조선업종은 선별수주전략 기반 수익성 극대화를 도모한 시기였다. 작년보다 선박 발주량은 줄었지만 선박 가격은 오르며 공급자 우위 시장이 유지됐다. 이러한 가운데 조선사들은 미래경쟁력 강화를 위해 친환경 선박, 해양플랜트 등 기술 선점경쟁을 이어갔다.

    해운업은 업황 피크아웃(고점 후 하락)이 현실화하며 성장세가 둔화했다. 코로나19 시기 역대급으로 올랐던 해상운임은 하락세로 돌아서 올해 내내 손익분기점 안팎에 머물렀다. 해운업 불황이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HMM은 지난 2년간 마련한 조단위 현금을 바탕으로 투자전략 시행을 본격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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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초호황 사이클이 지속되며 5년치 일감을 쌓는 성과를 올렸다. HD한국조선해양은 ‘빅3’ 조선사 가운데 가장 먼저 수주목표치를 초과 달성했고,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은 각각 방산과 해양플랜트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K-조선’의 저력을 과시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총 223억2000만 달러를 수주해 연간 수주 목표액(157억4000만 달러)의 141.9%를 달성했다. 선종별로는 PC(석유화학제품운반)선 37척, 컨테이너선 29척, LPG(액화석유가스)·암모니아운반선 34척,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39척, PCTC(완성차운반선) 4척, 탱커 7척, 액화이산화탄소운반선 2척, 에탄운반선 5척, 해양 1기 등 총 158척이다.

    특히 HD한국조선해양은 국내 조선 3사 중 가장 빠른 지난 9월 수주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고부가가치 친환경 선박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계속됐고, HD한국조선해양은 풍부한 건조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차세대 친환경 연료 선박 시장을 선점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뚜렷한 흑자 달성을 예고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의 2023년 실적 컨센서스(전망치)는 매출 21조2820억원, 영업이익 3019억원이다. 시장 예상대로라면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23% 늘며 영업이익은 지난해 3556억원 손실에서 흑자 전환하게 된다.

    한화오션은 지난 5월 2001년 워크아웃(재무개선작업) 졸업 이후 22년 만에 한화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았다. 한화그룹은 육·해·공을 아우르는 통합방산업체로 거듭났으며 한국 조선산업은 HD현대, 삼성중공업, 한화 등 새로운 빅3 체제로 재편되며 기존의 3강 체제는 더 굳건해졌다.

    한화오션의 올해 수주 달성률은 43%에 그친다. 저가수주 관행에서 벗어나 수익성 위주 선별 수주에 집중한 탓에 성과가 저조했다. 다만 카타르 프로젝트 등을 고려하면 연내 목표달성 가능성도 열려 있다. 한화오션 영업적자 규모는 지난해 1조6136억원에서 올해 1083억원으로 크게 줄고, 내년부터 이익 실현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2014년 이후 9년 만에 흑자달성을 예고한 상태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중공업이 올해 2358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으로 흑자전환한 이후 2024년 4693억원, 2025년 7601억원 등 이익폭을 키워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정진택·최성안 ‘투톱 체제’로 시작한 삼성중공업은 최근 최성안 부회장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해양플랜트에서 잔뼈가 굵은 최 회장의 지휘 아래 삼성중공업은 차세대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설비) 시장 1위 사업자 지위를 굳건히 하는 데에 주력 중이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마수걸이 수주로 15억 달러(한화로 1조9611억원) 규모의 역대 네 번째 FLNG를 수주하는 쾌거를 올렸다. 올해 수주달성률은 69%를 기록 중이나, 카타르 LNG선 2차 발주와 FLNG 추가 수주 가능성이 높은 점에 비춰 연내 목표 달성도 기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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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운업계는 코로나19 이후 급등한 해상운임이 올해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며 불안감이 엄습한 한 해를 보냈다. 2021년 1월 한때 5109.6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운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올 2월 1000 아래로 떨어진 이후 줄곧 1000 안팎에서 등락하며 약세를 보였다.

    HMM 실적도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HMM의 올해 매출이 8조3994억원으로 전년보다 54.8% 줄고, 영업이익은 5640억원으로 94.3%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21년 7조3775억원, 2022년 9조951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점에 비춰 이익 규모가 급감하게 된다.

    HMM은 시황 변화와 연계한 탄력적 선박 운용, 고수익 장기운송 계약 연장, 전략적 용선 및 대선을 통해 수익성 강화를 꾀하고 있다. 자동차선, 유조선 등 벌크선을 늘려 컨테이너선 의존도를 낮추는 선대 다변화도 진행 중이다. 이에 올 3분기 3.6%의 영업이익률을 달성, 업계 상위권의 이익률을 기록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해운업황 침체로 난항을 겪었던 HMM 매각작업은 최근 하림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으로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하림이 HMM을 품으면 자산은 42조8000억원으로 불며, 재계 순위는 기존 27위에서 13위로 단숨에 14계단이 뛰게 된다.

    시장에서는 HMM의 현금성 자산 유출을 경계하고 있다. 하림은 6조4000억원에 달하는 인수금액을 마련하면서 절반 이상을 외부에서 충당했다. 해운업황의 장기 불황에 대비해 HMM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장기투자계획을 세워 이행 중이다. 이를 뒷받침할만한 자금 여력을 갖춘 곳이 새 주인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우려에도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하림은 국내 1위 벌크선사인 팬오션뿐 아니라 국내 1위, 글로벌 8위 컨테이너선사인 HMM까지 거느리며 국가의 해운물류를 책임지는 초대형 국적선사로 도약하게 된다. 팬오션과 HMM이 시황 변동성을 완화하면서 시너지를 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