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이-하마스 전쟁 발발 이래 첫 민간상선 공격스위스 MSC, 물류 공격에 해운 운임 30~40% 인상일부 상선은 습격 피해 우회 결정도
  • ▲ 예멘 근해에서 좌초되어 기름이 가득찬 채로 8년째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 에멘 유조선 FSO 세이퍼 호의 2020년 6월 17일 위성사진(기사와 관련 없음).ⓒAP/뉴시스(사진=막사르 테크놀로지 제공)
    ▲ 예멘 근해에서 좌초되어 기름이 가득찬 채로 8년째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 에멘 유조선 FSO 세이퍼 호의 2020년 6월 17일 위성사진(기사와 관련 없음).ⓒAP/뉴시스(사진=막사르 테크놀로지 제공)
    인도 서부 인도양 해상에서 화학제품을 실은 민간 상선이 이란에서 날아온 드론에 의해 공격받으면서 세계적으로 유가와 보험료 등이 들썩이고 있다. 

    지난 10월 중동 전쟁이 발발하고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상선을 지속적으로 습격하는 가운데 이란이 이들의 배후로 지목된 것은 처음이다. 이번 공격으로 상선들의 물류 공급에 차질이 빗어지게 되면 글로벌 공급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3일(현지시간) 미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인도 서부 해안에서 약 200해리(370km) 떨어진 인도양에서 라이베리아 국적, 일본 소유, 네덜란드가 운영하는 화학 유조선 '켐 플루토'호가 이란에서 발사된 공격용 드론에 피격됐다"고 밝혔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켐 플루토호는 사우디아라비아 동부 주베일 항구에서 정제 제품을 인도 서부 망갈로르로 이송하던 중이었다.

    미 국방부는 "유조선에 발생한 화재는 진압됐고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상선은 미 해군 함정과 교신하며 인도를 향해 항해를 계속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란이 과거 유조선에 대한 공격을 감행한 적은 있지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미국이 이란을 선박 공격의 주체라고 지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WSJ은 전했다.

    유엔 주재 이란 대표단 대변인은 이란이 이번 공격에 연루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한 질문에 즉각적인 대답을 거부한 상태다.

    정부는 후티 반군의 물류 위협이 국내 기업 수출과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아직 없다고 보고 있다. 다만 사태가 장기화 경우 글로벌 공급망에 미치는 여파는 국제 운임과 유가 상승을 부추겨 물가 상승의 시발점이 될 수 있는 가능성도 보인다.

    ◆예멘 반군, 해상운송경로 공격에 운임 급등

    후티 반군의 민간 상선 공격은 홍해와 바브엘만데브 해협, 아덴만 일대 전역에서 이뤄지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날 홍해 남부를 순찰하던 아이젠하워 항모전단 소속 구축함이 반군 통제지역에서 출발한 드론 4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이어 같은날 민간 상선 2척이 홍해 남부에서 후티 반군의 드론 공격을 받았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전했다. 

    후티 반군의 드론을 이용한 선박 공격이 공급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위기감이 현실화하면서 해운 운임도 상승하고 있다. 21일 미 CNBC에 따르면 세계 최대 해운선사인 스위스 MSC는 인도에서 출발해 미국으로 가는 컨테이너 운임을 30∼40%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미국 동부 해안 노선의 운임 요금은 1달 만에 40피트 컨테이너를 기준으로 2000달러에서 7000달러로 급등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상하이~영국 노선의 경우도 운임 요금이 2400달러에서 1만달러로 오르면서 4배 가까이 뛰었다.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과 에퀴노르 등 세계 석유회사들은 홍해를 우회하는 방향을 선택하고 있다.

    정부는 아직까지 유가 인상이 국내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산 석유는 홍해를 통하지 않고서도 아라비아반도 동쪽 페르시아만을 통해 수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물류 위협이 지속될 경우 국제적인 운임지수와 유가 상승으로 물가가 함께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