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PIF, 지난해 세계 국부펀드 투자 25% 차지축구-골프-게임 분야 '통 큰 투자'…업계 지각변동EU 주식 위축-美 경기 불안…국부펀드들 '신중모드'
  • ▲ G20 정상회의 참석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221115 ⓒ연합뉴스
    ▲ G20 정상회의 참석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221115 ⓒ연합뉴스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전 세계 국부펀드 투자액의 약 4분의 1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국부펀드의 투자 규모가 줄어드는 동안 공격적으로 투자처를 확대한 결과다.

    로이터통신은 1일(이하 현지시각) 전 세계 국부펀드 전문업체 글로벌 SWF의 예비 연례보고서를 인용, 2023년 PIF 투자액이 315억달러(약 40조원)로 전 세계 전체 국부펀드 투자액 1238억달러(약 160조원)의 4분의 1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글로벌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이면서 전 세계 국부펀드가 관리하는 자산은 11조2000억 달러(약 1경4515조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국부펀드의 투자 규모는 줄어들었다. 글로벌SWF는 지난해 세계 국영 투자기관의 총투자액은 전년대비 20% 감소한 1247억달러로 추산했다. 2020년 891억달러부터 2022년 1558억 달러까지 3년 연속 증가하던 추세가 꺾였다. 사우디의 투자가 없었다면 투자 규모는 더 급격히 줄었을 것이란 평가다.

    친환경 수소에서 리튬 채굴에 이르기까지 에너지 전환 분야 국부펀드 총투자가 259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다른 분야 투자액이 적어 전체적인 지출은 줄었다.

    글로벌 국부펀드의 투자 성향이 보수적으로 바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의 주식시장이 위축되고 미국 경제가 불안정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선진국 주식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자 국부펀드들이 신흥 시장에 눈을 돌렸다. 위험도가 높은 탓에 투자를 더 신중히 결정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SWF의 디에고 로페즈 전무는 "국부펀드의 자본이 부족한 것은 아닌데 투자액이 줄었다는 것은 국부펀드들이 지나치게 신중한 접근을 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 6년간 펀드 자산 투자를 주도했던 싱가포르 국부펀드 GIC도 자산이 1440억달러 늘었음에도 전년대비 48% 적은 금액을 투자했다.

    2022년 GIC는 싱가포르 재정부가 소유한 국부펀드 테마섹의 작년 투자액은 전년대비 53% 줄어든 63억달러로 집계됐다. 캐나다의 국부펀드 세 곳도 지난해 투자액을 전년 대비 36% 감축했다.

    PIF는 지난해 축구와 골프, 게임 분야에서 통 큰 투자를 보여줘 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왔다.

    지난해 6월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사우디의 4대 축구 클럽인 알 이티하드, 알 알리, 알 힐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알 나스르를 PIF가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사우디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 DP 월드투어 그리고 이들의 라이벌인 LIV 골프를 합병하겠다고 발표해 골프계를 놀라게 했다. 이 합병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PIF는 다른 분야 투자도 많이 했다. 미국 게임업체 스코플리를 49억달러에 인수했으며 스탠다드차타드의 항공기 리스 사업부 인수에 36억달러, 철강업체 하디드 인수에 33억달러를 투자했다.

    PIF는 항공사와 자체 브랜드의 전기자동차도 출시할 계획이다.

    PIF는 게임 회사 액티비전 블리자드와 일렉트로닉아츠, 테이크-투 등에 81억달러의 지분을 갖고 있다면서 이는 사우디를 게임 허브로 만들려는 계획의 일환이라고 글로벌 SWF 보고서는 밝혔다.

    이는 모두 사우디 정부가 추진하는 투자 다각화의 일환이다.

    디에고 로페즈 전무는 "사우디가 '비전 2030'을 달성하기 위해 투자처를 다각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전2030은 빈 살만 왕세자가 석유산업에 치우친 사우디의 산업구조를 재편하려는 경제 개혁 프로젝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