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인 이상 기업, 이사회에 '직원대표' 포함해야…국유기업 '공산당 지도' 강화반간첩법 이어 외국기업 부담 가중…삼성전자 등 한국기업도 비상
  • ▲ 중국 티베트 산난시 한 수공예품 공장. 230622 ⓒ연합뉴스
    ▲ 중국 티베트 산난시 한 수공예품 공장. 230622 ⓒ연합뉴스
    중국이 노동이사제 확대와 서방식 기업 제도 도입, 주주·경영자의 책임과 국유기업 통제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회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반간첩법을 개정해 외국기업의 활동을 위축시킨 데 이은 조치로, 가뜩이나 중국에서 고전하고 있는 한국기업에 회사법 개정 부담이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3일 관영 신화통신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중국의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지난달 29일 상무위원회를 통해 회사법 개정안을 승인했다. 개정 회사법(이하 개정법)은 올해 7월1일부터 시행된다.

    신화통신은 "회사의 조직과 행동을 규제하고 회사‧주주‧직원과 채권자의 정당한 권익을 보호하며 중국 특색의 현대 기업 시스템을 개선하고 기업가 정신을 촉진하며 사회경제적 질서를 유지하고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이 법을 제정했다"고 설명했다.

    2018년 개정된 현행 중국 회사법은 13장 218조로 이뤄져 있다. 이번 개정법 초안은 이를 기초로 조문을 신설·수정해 총 15장 266조로 규모를 키웠다.

    개정법은 종업원 300인 이상의 유한책임회사는 이사회 안에 직원들이 선출한 직공 대표를 포함하도록 했다. 이보다 작은 기업도 직공 대표를 이사회에 포함할 수 있다.

    현행 노동법에서 국유독자회사(國有獨資公司)와 국가가 자산 전액을 출자한 유한책임회사에만 적용됐던 노동이사(職工董事) 제도가 민영기업과 외자기업 등 모든 소유제 형태의 기업으로 확대된 것이다.

    개정법은 또 유한책임회사와 주식회사, 국유독자회사는 이사회 안에 감사위원회를 두고, 이사회 바깥에 별도의 감사회는 만들지 않게 허용함으로써 이사회 중심의 영미식 단층제도 기업지배구조로서 중국이 선택 가능한 모델로 받아들였다.

    단층제도는 이사회가 경영 업무의 집행·감독을 담당하고, 주주 가치를 중시하는 지배구조다. 이사회와 감사회가 서로 독립적으로 구성되고 자금 조달을 주로 은행에 의존했던 독일·일본식 중층제도와 구별되는 방식이다.

    회사 설립을 쉽게 해주는 규정이 추가되기도 했다.

    회사를 만들 때 주식 총수 중 일정 부분만을 발행해도 되도록 해 기업 진입 문턱을 낮춘 수권자본제와 1인기업의 지위를 분명히 한 신설 조항이 대표적이다.

    전인대는 "투자·융자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해외 회사법제의 경험을 흡수하고, 회사 자본 제도를 개선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와 함께 종류주식을 인정하는 차등의결제 등이 도입된 것도 변화로 꼽힌다. 종류주식은 보통주에 상대되는 개념으로, 이익 배당과 의결권 행사나 재산 분배 등에서 다른 기준이 적용되는 주식을 일컫는다.

    주주와 경영인의 책임은 한층 강화된다.

    전인대는 개정법에서 이사·감사·고위 경영자의 충실의무와 근면의무(주의의무)의 내용을 구체화, 개선하는 한편 관계자 거래 관련 규정을 손보면서 관계자의 범위도 넓혔다고 설명했다.

    이사·경영자가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타인에 손실을 입히면 회사와 함께 연대책임을 진다는 조항과 사실상의 지배주주와 실제 지배인이 지배 지위를 남용해 회사와 중소주주의 권익을 침해하면 이 행위에 참여한 이사·경영인도 연대책임을 진다는 규정도 신설됐다.

    개정법에는 주주의 출자금이 회사 설립일로부터 5년 내 완납돼야 한다는 조항도 새로 들어갔다. 자본금을 제때 내지 않은 주주는 권한을 상실하게 된다.

    국유기업에 대한 '당의 지도'는 법률 수준으로 명확해졌다.

    개정법은 "국가출자회사(국유기업) 내의 중국공산당 조직은 중국공산당 장정(당헌)의 규정에 따라 지도적 역할을 발휘하고, 회사의 중대 경영·관리 사항을 연구·토론하며 주주총회·이사회·감사회·경영진이 합법적으로 직권을 행사하게 지원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국유기업 관련 내용이 규정됐던 회사법 내 '국유독자회사 특별규정' 절은 '국가출자회사 조직기구 특별규정'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국가 지분이 100%인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가 지배하는 유한책임회사·주식회사로도 국유기업 관련 규정을 동일하게 적용한다는 의미다.

    한편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의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포스코 등 중국에 진출한 대기업이 노동이사제를 도입해야 한다. 이는 회사 경영에 노조의 영향력이 미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2년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가 도입됐으나, 민간기업에는 아직 적용되지 않고 있다.

    또한 유한회사 실권 제도의 경우 중국에 진출한 외국인 투자기업은 대부분 유한회사 형태로, 통상 10년 이상에 걸쳐 자본금을 분납하고 있었던 만큼 자본금 납입에도 비상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