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동부 온화한 날씨로 수요 낮아…휘발유 재고 상승률, 30년 만 최고중동 정세 불안 여파로 홍해 운항 중단…공급 기간 늘면서 가격에도 영향
  • ▲ 서울시내 한 주유소. 230614 ⓒ뉴시스
    ▲ 서울시내 한 주유소. 230614 ⓒ뉴시스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한 공급 우려에도 미국의 휘발유 재고 증가 소식에 4일(현지시각) 국제유가가 하락세로 전환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브렌트유는 전장 대비 0.8%(66센트) 하락해 배럴당 77.59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미 서부텍사스원유(WTI)는 0.7%(51센트) 떨어져 배럴당 72.19달러에 마감했다.

    최근 중동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두 유종 모두 전날 3% 급증해 5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데이터에 따라 낮은 연료 수요와 대규모 재고 증가가 이날 유가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

    EIA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로 끝난 한 주간 원유재고는 전주대비 550만배럴 줄어든 4억3106만배럴로 집계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시장 전문가들은 270만배럴 감소를 예상했다.

    전체 원유재고는 시장 예상보다 줄었으나, 휘발유 재고가 증가하면서 유가 하락을 이끌었다.

    휘발유 재고는 한 주간 1090만배럴 늘어난 2억3695만배럴로, 30여년 만에 주중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디젤 및 난방유 재고는 1010만배럴 증가한 1억2585만배럴을 기록했다. 디젤 및 난방유 재고는 원유 수요를 대표하는 품목으로, 1999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리터부쉬 어소시에이츠의 짐 리터부쉬 사장은 "이번 주 3주차까지 지속한 북동부 지역의 온화한 날씨 때문에 원유 수요가 예상보다 적었다"며 "재고 증가는 유가에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미즈호 에너지 선물의 밥 야거 선물 담당 이사는 이 같은 상황은 선박들의 홍해 운항 중단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홍해 상황이 많은 정유업체와 원유 구매자를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하는 대신 미국으로 향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후티 반군이 예멘 서부 해안에서 선박을 공격하는 등 지역 내 안보 상황을 악화시키면서 글로벌 해운사들이 홍해와 연결된 수에즈운하 운항을 중단하고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하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

    이에 따라 무역 차질뿐 아니라 공급 비용도 증가하고 있다. 수에즈운하가 아닌 희망봉을 우회할 시 유럽과 아시아 항로는 무려 9000㎞ 늘어나며 운행 기간도 7~10일 추가된다.

    이 가운데 미국이 다국적 안보 구상인 '번영의 수호자' 작전을 출범시켜 군함 등 자산을 홍해 남부로 보내 상업용 선박을 보호하고 있으나, 후티 반군은 지속해서 선박에 대한 공격을 강행하고 있어 여전히 지역 내 안보 상황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