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대통령 신년사, 반도체·방산 위주5일 과학계 신년사, AI·양자·바이오 강조高금리·미국규제·중국공세 불구 관심 적어
  • ▲ 윤석열 대통령이 갑진년 새해 첫 날인 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대통령실
    ▲ 윤석열 대통령이 갑진년 새해 첫 날인 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사에서 배터리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빠졌다. ‘K-배터리’가 고금리, 미국 규제, 중국 공세 ‘3중고’에 시달리는 가운데 윤 대통령의 초점이 다른 산업 위주로 맞춰지고 있다. 

    11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반도체 ▲인공지능 ▲방산을 언급했지만 배터리는 언급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이번 신년사에서 반도체를 ‘국가전략기술’, 방산을 ‘국가전략산업’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신년사에도 배터리를 언급하지 않았다. 당시 윤 대통령이 언급한 분야는 미래전략기술(▲우주항공 ▲인공지능 ▲첨단바이오)을 비롯해 방산, 원자력 등이었다. 

    안보를 중시하는 윤 대통령의 정책기조에 따라 방산 등의 분야는 수혜를 보고 있지만 배터리는 좀처럼 관심을 끌지 못하는 모양새다. 방산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단순히 ‘수출동력’으로 묘사됐지만 올해 신년사에는 ‘국가전략산업’으로 격상됐다. 

    윤 대통령의 과학계 신년사에도 배터리는 제외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일 ‘2024년 과학기술인·정보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 격려사’에서 ▲인공지능 ▲첨단바이오 ▲양자를 “3대 게임 체인저(Game Changer) 미래 전략기술”로 지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과학계 신년사에서 국가전략기술로 ▲차세대반도체 ▲AI 모빌리티 ▲우주항공 ▲원자력 ▲양자 컴퓨팅을 언급했는데, 여기서도 배터리는 언급되지 않았다.

    앞서 배터리는 2022년 윤 대통령에 의해 ‘12대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된 바 있다. 과학기술비서관실에 따르면 국가전략기술이란 “기술패권 경쟁시대에 우리나라 미래성장과 경제안보에 기여할 기술”이다.

    한때 세계무대를 호령하던 ‘K-배터리’는 현재 고금리와 미국 규제라는 악재가 겹쳐 고전하고 있다. 고금리로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를 주저하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보조금 대상 전기차를 기존 49종에서 올해 19종으로 대폭 축소하면서다. 북미는 K-배터리의 핵심 시장이다.

    국내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가 지난 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의 지난해 1~11월 글로벌 점유율은 23.1%로 전년 대비 1.3%p 하락했다. 

    반면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내수와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CATL과 BYD의 글로벌 점유율은 같은 기간 37.4%, 15.7%를 기록해 각각 1.7%p, 1.8%p 증가했다.

    K-배터리의 하향세는 LG에너지솔루션 실적에서 두드러진다.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 9일 발표한 4분기 실적발표에 따르면 회사는 영업이익 3382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분기 대비 53.7% 감소한 수치다. 매출은 8조14억원으로 전년 대비 6.3% 감소해 역성장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산업의 성장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올해만큼은 숨고르기가 불가피하다”며 "어려운 시기일수록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