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사태에 PF시장 우려 다시 고조유진證 관련 인력 감원…조직 효율화 나서하이·현대차 등 증권업계 전반 조직·인력 축소 잇따라
  • 태영건설 사태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시장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과거 증권사의 새 먹거리로 효자노릇을 해온 PF 시장 위축에 증권가에선 인력 감원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진투자증권은 PF 및 WM 부문을 비롯해 일선 관리 부서들까지 50여명의 인력을 내보냈다. 

    지난 9월 기준 전 직원(906명) 6%에 가까운 적지 않은 인원이다. 통상 연말 10여명 정도 선에서 인력 감축이 이뤄져왔다면 이번엔 그 규모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전언이다. 정규직 감원은 물론 그간 누적 실적이 부진한 영업직원들을 재계약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인력 감축은 부동산 PF로 인한 부담 등 악화된 경영 실적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 효율화 차원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에서 손실을 면치 못했다. 3분기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41억원, 18억원으로, 2분기 별도 기준 4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해외부동산 대출채권 및 차액결제거래(CFD) 미수채권 관련 대손비용 부담 등으로 지난 2분기에 이어 3분기도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분석된다. 회사는 지난해 해외 오피스빌딩 담보대출 및 국내 PF 투자자산 대손충당금으로 151억원을 쌓았다. 올해에도 해외 오피스빌딩과 관련해 추가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다.

    이에 유진투자증권은 지난해 부동산PF 매입확약 금액을 축소시켰고, 연말 조직 개편에선 시장 환경에 발맞춰 조직 효율성 확보를 위해 PF1실과 PF2실을 PF실로 통합하는 등 리스크 관리 강화에 힘쓰고 있다.

    비단 유진투자증권만이 아니다. 지난 연말부터 증권업계는 부동산PF 부서의 축소·통합 등에 따라 인력 이동 및 감축에 돌입한 모습이다. 고금리 장기화 속에 부동산PF 부문 실적이 악화되고 부실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책임을 피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현대차증권은 실적 부진으로 연말 PF본부 내 팀 전원이 회사를 나갔다. PF 조직도 PF본부에서 팀 단위로 몸집이 줄었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 연말 부동산 영업조직 등에 대한 조직 개편과 인사를 실시했다. 7명의 임원을 교체하고, 이 중 김진영 투자금융총괄 사장을 포함한 2명은 면직 처분을 받았다. 15명가량 PF 임직원이 중징계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기존 총괄급 조직이었던 부동산금융 부문도 대표이사 직속 4개실로 조정됐다.

    미래에셋증권은 연말 부동산사업부를 기존 7개 본부에서 4개 본부로 통폐합했다. 투자개발부문과 프로젝트금융 부문 산하 각각 3개 본부와 인프라금융본부를 합쳐 7개 본부였지만 투자개발부문과 프로젝트금융부문이 대체투자금융부로 합쳐졌다.

    메리츠증권도 연말 임원 인사와 함께 IB사업부문의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3곳의 본부를 단일 본부 체제로 통합하고 기존 2, 3본부는 팀 단위로 축소했다.

    업계에서는 증권사의 부동산PF 사업이 당분간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당분간 증권업계의 경영 효율화 기조는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기업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만기 도래하는 증권가 PF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은 약 11조9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부실 발생이 나오면 전액 손실 위험이 큰 중·후순위 PF 위험노출액이 6조9000억원으로 절반을 웃돈다. 특히 태영건설 관련 증권사 익스포저는 한국신용평가 추산 1조1422억원으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증권사들의 부동산, 기업투자를 포함한 IB부문 전반의 신규 딜 취급이 저조한 가운데 PF유동화증권 마진 축소 등 채무보증 관련 수수료 수익 감소세도 이어지고 있다"며 "브릿지론의 본PF 미전환, 사업성 저하 등으로 기 대출, 채무보증 건의 건전성 저하 등 수익성 하방 압력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