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리스크 하이리턴' 디벨로퍼사업 비중 줄일 전망"태영건설 꼴 날라"…공격적 확장 탓 부채비율 479%리스크 덜한 도시정비 집중…대어급 많고 규제 풀리고
  • ▲ 서울 아파트 공사현장. ⓒ뉴데일리DB
    ▲ 서울 아파트 공사현장. ⓒ뉴데일리DB
    수익 증대를 위해 자체개발사업 비중을 높여왔던 건설사들이 다시 단순도급·도시정비사업 위주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

    과도한 자체사업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를 초래한 주요인으로 지목되자 리스크가 적은 사업 위주로 새판짜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 워크아웃발 유동성 위기가 확산하면서 건설사들은 올해에도 보수적인 수주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핵심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High Risk, High Return)'을 꼽히는 자체개발사업을 줄여나가는 것이다.

    자체개발사업은 건설사가 시공만 하는 단순도급과 달리 디벨로퍼로서 시행과 시공을 도맡는 사업방식이다.

    사업으로 발생한 수익을 모두 가져갈 수 있어 영업이익률이 높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크다.

    토지매입 등에 막대한 자본이 소요되기 때문에 대부분 PF를 일으켜 필요한 자본을 조달한다.

    이로 인해 부채비율 등이 높아질 수 있어 자칫 사업이 지연되거나 수익이 나지 않을 경우 모든 손실을 건설사가 떠안아야 한다.

    대형사보다는 브랜드파워가 열세인 중견건설사들이 주로 이 방식을 통해 사세를 확장해왔다.

    태영건설이 대표적인 예다.

    부동산 활황기 자체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해 수익성을 높였지만 건설시장이 빠르게 침체되면서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과도한 자체개발사업 탓에 부채비율도 작년 3분기 기준 479%까지 치솟아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에 이르렀다.

    워크아웃 신청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도 서울 성동구 성수동 오피스2 개발사업에서 발생한 400억원 대출만기였다.
  • ▲ CJ공장부지. 사진=박정환 기자
    ▲ CJ공장부지. 사진=박정환 기자
    대형사들도 전국 곳곳에 다수 디벨로퍼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인창개발과 손잡고 4조원대 서울 강서구 가양동 CJ부지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크라운호텔 개발사업도 추진중이다. 시행사는 케이스퀘어용산PFV이지만 해당 PFV 지분 49.5%를 현대건설이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사업 주체로 볼 수 있다.

    밀레니엄힐튼호텔 개발사업과 가양동 이마트 부지개발사업도 현대건설이 추진중인 프로젝트다.

    대우건설은 자체개발사업으로 수원·안산·전남·광주 등에서 연료전지 발전사업허가를 승인받아 입찰 참여를 검토중이다.

    롯데건설은 4조2000억원 규모 마곡 마이스 복합단지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기존엔 중견사들이 주로 자체개발사업에 나섰지만 5년전부터 대형사들도 '디벨로퍼 도약'을 외치며 너도나도 뛰어들었다"며 "사업을 신규로 확장하는 것보다는 현재 진행중인 프로젝트를 착공까지 이어지게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중견건설 B사 관계자는 "리스크가 큰 자체개발사업도 서울이면 괜찮다는 인식이 강했는데 태영 사례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며 "빨라도 올해까지는 건설사들이 단순도급·도시정비사업 위주 선별수주 기조를 이어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건설사들이 자체사업 비중을 줄이는 대신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도시정비사업 수주를 늘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판은 깔렸다. 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면제 등을 골자로 한 '1·10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면서 도시정비사업 추진이 한결 수월해진 까닭이다.

    이런 가운데 금리만 잡히면 그동안 억눌렸던 시장이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각사가 전년보다 수주목표를 소폭 상향해서 잡고 있는 상황"이라며 "올해 대어급 사업지가 많고 하반기부터 시장이 조금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산에선 공사비 1조원대 '촉진2-1구역 재개발'을 둘러싼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포스코이앤씨간 수주전이 벌써부터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작년 하반기 서울시 개입으로 사업이 중단됐다가 최근 본궤도에 오른 서울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은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간 2파전이 예고됐다.

    한남4·5구역 재개발과 노량진1구역 재개발 등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사업지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사들의 탈출구였던 해외시장마저 중동리스크로 상황이 악화되고 있어 도시정비사업 비중이 늘 수밖에 없다"면서도 "하지만 중견사들은 PF위기로 자체개발사업이 막히고 도시정비시장에선 브랜드파워가 밀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