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병원서 개념 확장한 '서울패밀리병원'… 지역의료 新 모델 구축 의대증원도 의료전달체계 못 갖추면 '도로아미타불' 환자와의 신뢰 형성이 열쇠… AI 검진 도입으로 진단 격차 줄여
  • ▲ 박양동 서울패밀리병원 원장. ⓒ박근빈 기자
    ▲ 박양동 서울패밀리병원 원장. ⓒ박근빈 기자
    지역의료의 공백을 막기 위한 의대증원이 최대 화두로 떠올랐고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정책 패키지 발표도 임박했다. 하지만 의료전달체계의 부재 탓에 결국 제자리걸음을 걸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10년 이상 걸리는 의사 배출을 기다리기 전 지역, 중소병원 역할론 강화를 위해 새로운 모델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기존 아동병원서 개념을 확장한 창원에 위치한 서울패밀리병원 박양동 원장이 목표이기도 하다. 

    30일 본보와 만난 박 원장은 "모든 문제는 의료전달체계의 부재에서 시작된다"며 "아무리 의사를 늘려도 이 개념이 명확해지지 않으면 도로아미타불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원가와 병원급에서 환자를 주로 돌보고 중중도가 높으면 상급종합병원에 이동하는 기본적 절차를 준용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최고의 권역외상센터인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은 이러한 문제를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했다. 

    진단과 관리 차원에서 1, 2차 의료기관 기능이 명확해지고 환자와의 신뢰를 견고히 형성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체계가 구축돼야만 수도권 또는 빅5병원 쏠림이 억제되고 지역 내에서 최종진료까지 가능해진다는 결론이다. 

    박 원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시기에 2번의 암을 판정받았고 현재 극복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이 과정에서 그는 국내의 수술 환경은 잘 정비됐지만 그 외 예후나 사후관리 측면에서 미흡한 지점이 있음을 몸소 느꼈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가족 주치의'로 개념 확장이 중요하다는 판단이 섰다. 창원에 위치한 서울아동병원을 '서울패밀리병원'으로 명칭을 교체하고 이달부터 새로운 모델을 구축한 것이다. 

    박 원장은 "병원 인프라의 중심은 소아청소년 진료이지만 가족 전체로 그 영역을 확대해 말 그대로 '주치의'가 되고자 하는 것"이라며 "편하게 방문해 경증부터 중증 질환까지 같이 고민을 하고 만약 심각한 병에 걸렸다면 가장 효율적 방법을 찾아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아직 제도적으로 가족 주치의 병원이라는 모델은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지역, 중소병원이 해야할 중요한 과제이기에 선제적 데이터를 만들어 제시하겠다는 목표다. 

    ◆ AI 검진 도입으로 격차 줄여… '환자 우선' 병원 역할 강화 

    "전 생애주기별 명확한 진단이 이뤄지고 아플 때 언제든 물어볼 수 있는 의료진이 있다면 지금과 같은 지역의료의 붕괴를 해소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그는 수도권 대형병원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AI검진 체계 가동을 1순위 과제로 설정해 적용하기로 했다. 발전하는 기술을 최대한 빨리 접목해 환자들이 우려하는 부분을 불식시켜 주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시급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조직검사 없이 혈액으로 암을 진단하는 액체 생검(아이엠비디엑스의 캔서파인드), AI 뇌동맥류 예측검사(탈로스의 ANRISK), AI 정량뇌파검사(아이메디신의 아이싱크브레인) 등 시스템을 도입해 적용하고 있다. 

    박 원장은 "가족 주치의 개념을 탑재한 새로운 병원 모델을 만들었지만 당장 거창한 변화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환자의 입장에서 필요한 의료체계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 지역의료의 활성화를 위한 가장 바람직한 길"이라고 했다. 

    그는 "정부도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의료전달체계의 구조 속에서는 어떤 정책도 제대로 통할 리가 없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본질은 환자이므로 그 영역에 있어 심도 있는 고민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