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연일 ELS 판매사 압박…금융사 퇴출도 불사은행 홍콩H지수 ELS 발행 중단…증권사 덩달아 부담증권사 신규 발행 상품 쿠폰금리 낮추고 발행 규모 감소
  • ▲ ⓒ뉴데일리DB
    ▲ ⓒ뉴데일리DB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의 만기 손실이 본격화하면서 증권사들의 ELS 관련 수익성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최근 금융당국이 ELS 판매사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연일 높여가는 가운데 주요 시중은행들이 ELS 판매를 중지하면서 증권사의 자금 조달원 다변화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을 제외한 KB·신한·하나·농협 등 국내 주요 은행 4곳이 홍콩H지수 연계 ELS의 대규모 손실 사태를 계기로 위험 관리 차원에서 ELS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ELS의 주요 판매 창구였던 시중은행이 판매를 중단하면서 증권사들의 발행 규모는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통상 증권사가 ELS를 출시하면 해당 상품을 은행이 신탁 판매해 수수료를 받는 형식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이 연일 ELS 관련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히면서 증권사들은 ELS 발행 규모를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이복현 금감원장은 전일 열린 '2024년 금감원 업무계획 브리핑'에서 "불완전판매 등 고객 이익을 외면하고 단기이익에 치중하는 금융회사에 엄정 대응하겠다"라며 금융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금융사에 대해선 시장 퇴출 방안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수를 추종하는 ELS뿐만 아니라 종목형 ELS에서도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 증권가에선 긴장감이 더 높아진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이 지난 2021년 발행해 이날 만기가 도래한 '미래에셋대우 29492회 ELS'는 58.17% 손실을 기록한 채 투자자들에게 상환됐다. 이 상품은 LG화학과 현대차를 기초자산으로 하고 있다.

    이에 증권사들은 일제히 ELS 쿠폰금리를 내리고 있다.

    실제 KB증권은 이달 코스피200·유로스톡스50·S&P500지수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청약을 진행 중인데, 해당 ELS 3종은 모두 6.3~6.5%대 쿠폰금리를 제시하고 있다. 몇 달 전만 해도 KB증권이 내놓은 ELS 가운데 쿠폰금리가 가장 낮은 상품은 7%대였다.

    이밖에 주요 증권사들이 청약을 진행했거나 진행 중인 지수 추종 ELS들은 6~7%대 금리를 제시하고 있다. 앞서 이들이 같은 상품에 10%대 금리를 제시한 것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증권사들이 무리하게 ELS의 쿠폰금리를 올리지 않고 있다"라면서도 "이보단 최근 금융권에서 ELS 관련 손실을 겪으면서 발행 규모를 늘리 않는 것이 더 주요하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증권사의 자금 조달원 다변화에 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증권사가 발행한 파생결합증권 잔액 가운데 ELS가 차지하는 비중은 40.3%로 가장 컸다. 이 중에서도 은행 신탁에서 인수한 규모는 25조2000억원으로 전체 ELS의 62.8%를 차지했다.

    윤재성 나신평 연구원은 "주요 은행의 ELS 판매 축소 조치는 증권사의 파생결합증권 관련 수익과 자금 조달원 다변화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헤지운용 이익이나 조기상환 관련 수수료 수익을 얻을 가능성이 줄어드는 등 수익 창출 다변화 기회가 적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수익 창출 다변화 기회가 적어지는 데 따른 손실 규모는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윤 연구원은 "한편으로는 그만큼 운용하는 증권사의 헤지 손실 가능성이 커질 수 있는 리스크가 감소하므로 일방적인 수익성 하락 요인으로 보기 어렵다"라며 "자금조달 타격의 수준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