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2030 MENA·2040 글로벌 바이오허브 성장 목표SK바사, 백신 생산 거점 '글로컬라이제이션' 기대루닛, 정부 주도 디지털 의료혁신 프로젝트 '헬스케어 샌드박스' 참여오스템임플란트, 장비 생산·유통·교육 인프라 구축 협력
  • ▲ ⓒ사우디아라비아 '비전2030' 소개 홈페이지 캡처
    ▲ ⓒ사우디아라비아 '비전2030' 소개 홈페이지 캡처
    중동, 특히 사우디아라비아가 K바이오에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영역을 확장하려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과 세계적 바이오허브 지역 도약을 꿈꾸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이해관계가 맞아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가 중장기 성장전략으로 삼은 ‘글로컬라이제이션(세계화와 현지화의 합성어)’ 사업 지역을 사우디아라비아로 삼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세계 거점지역에 백신 R&D(연구개발) 및 생산시설 기반을 구축한다는 글로컬라이제이션 전략을 추진 중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국가간 백신 공급 불균형을 해소할 목적으로 백신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에 제조시설과 기술을 이전해 새로운 판로를 열겠다는 것이다. 팬데믹이 발생했을 때에는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백신 공급을 신속히 늘리고 평상시에는 해당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을 생산하는 거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7월 태국 국영 제약사 GPO와 처음으로 백신 생산 및 개발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면서 글로컬라이제이션 사업의 첫발을 내딛었는데 다음 지역으로는 중동이 꼽힌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해 1월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2023 리야드 글로벌 메디컬 바이오테크놀로지 서밋’에 참석해 중동 지역에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R&D·생산 역량 이식 협력을 제안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달 25일 발표한 국가생명공학전략에서 백신과 바이오의약품의 자급률 제고를 주요 목표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제안은 매력적일 수 있다.

    안 사장은 “R&D와 생산에 있어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백신 제조시설과 기술, 제품을 필요로 하는 국가에 이식해 줄 수 있다”며 “대상 국가가 글로벌 이니셔티브를 바탕으로 자금과 인적 자원, 의약품 개발 제조 전반을 지원한다면 양자 간 파트너십 구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 루닛, 사우디아라비아 디지털 생태계 구축 역할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도 잇따라 사우디아라비아 의료기관과 AI 영상분석 솔루션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시장 선점에 공을 들이고 있다.

    루닛은 지난해 10월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주도하는 디지털 의료혁신 프로젝트 ‘헬스케어 샌드박스’ 참여를 확정한 뒤 사우디아라비아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헬스케어 샌드박스는 사우디아라비아 보건부(MoH)가 보건의료 분야의 디지털 대전환을 통해 국가 의료서비스를 혁신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이보다 3개월 앞선 7월부터 보건부가 사우디아라비아 전역 의료기관에 가상병원 도입을 추진하는 것에 협력해 흉부 엑스레이 AI 영상 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CXR' 및 유방 촬영술 AI 영상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MMG'를 공급했다. AI솔루션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인되면 사우디 전역 170개 국공립 가상병원에서 활용될 예정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루닛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의료시스템을 선진화하고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하는 역할을 맡는 셈이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프로젝트의 경제적 효과가 막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루닛이 SEHA 가상병원 프로젝트에 본격 참여하는 만큼, 수익성이 높은 중동 의료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 사우디아라비아가 먼저 손짓, 오스템임플란트 인프라 구축 협력

    오스템임플란트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적극적인 구애 속에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사우디아라비아 산업광물자원부 산하 국가산업개발센터와 현지 치과 의료장비 생산·유통·교육 인프라 구축을 협력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자국 치과산업 활성화를 위해 오스템임플란트에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템임플란트는 한국과 미국, 중국에 생산시설을 두고 있는데 사우디아라비아에도 생산시설을 추가함으로써 중동과 아프리카, 넓게는 유럽 시장 수요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직판(직접판매) 유통망을 구축해 사우디아라비아 치과시장을 직접 공략할 예정이다.

    엄태관 오스템임플란트 대표는 “사우디아라비아는 걸프국 수출 요충지로, 생산시설 건립시 한국에서 수출하는 것보다 훨씬 물류가 용이해진다”며 “사우디아라비아에 직판 조직을 구축하면 현지에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2030년까지 석유 산업의존도를 낮추고 산업을 다각화하는 내용을 담은 ‘비전(VISION)2030’을 발표했는데 헬스케어 산업에 650억달러(86조5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을 세웠다. 이를 통해 2030년 MENA(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바이오허브, 2040년 글로벌 바이오허브로 성장하는 게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