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DS 성과급 '0'SK하이닉스도 격려금 200만원에 그쳐메모리 회복 더뎌… 내년 성과급도 기대 어려워
  •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근무 직원들 모습 ⓒ삼성전자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근무 직원들 모습 ⓒ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직원들 상당수가 올해 성과급을 받지 못하면서 예년처럼 풍요로운 설 명절을 즐기기가 어려워졌다. 일부 격려금을 받긴 했지만 SK하이닉스 직원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 같은 상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반도체업계에 한숨이 길어지고 있다.

    11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이 매년 설 연휴를 앞두고 지급하는 성과급이 올해 대폭 줄어들거나 아예 지급되지 않으면서 예년 같은 명절 분위기를 느끼기 어려워졌다.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업계는 사상 초유의 업황 악화로 실적이 곤두박질치면서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보냈다. 삼성전자 DS부문은 지난해 연간 14조 8500억 원의 손실을 기록해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에 가까스로 적자 탈출에 성공했지만 연간 기준으로 적자 규모는 7조 7303억 원으로 집계됐다.

    실적 타격으로 이익을 기반으로 책정되는 직원들의 성과급도 사실상 거의 받지 못하게 됐다. 삼성전자의 경우 한 해 최대 금액을 받는 성과급인 초과이익성과급(OPI)에서 지급률 '0%'를 확정했다. 이에 앞서 상반기와 하반기에 나눠 지급하는 목표달성장려금(TAI)에선 메모리 사업부가 월 기본급의 12.5%를, 반도체연구소와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는 25%를 받게 되는 반면 파운드리 사업부와 시스템LSI사업부는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돼 '제로 성과급'이 예고된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그나마 사정이 조금 나은 편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AI(인공지능)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HBM(고대역폭메모리)를 중심으로 D램 사업에서 실적을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고 삼성보다 1분기 빠른 지난해 3분기 D램 사업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4분기에는 전사 기준 흑자전환까지 이뤄내면서 직원들에게도 200만원 격려금과 함께 자사주 15주 가량이 지급돼 자칫 빈 손으로 맞이할 뻔 했던 명절에 한 숨을 돌렸다.

    앞서 반도체 기업들은 설 명절을 앞두고 많게는 수천만 원씩 성과급을 받아 여유로운 휴일을 보냈다. 삼성전자 DS부문은 지난 2014년 이후 두 해를 제외하고는 매년 연봉의 50%를 OPI로 받아 넉넉한 마음으로 명절을 맞았다. 지난 2019년과 2020년에도 성과급 최고 기준인 연봉의 50%를 받지는 못했지만 각각 연봉의 29%와 47%를 받아 개인 고과와 연봉에 따라 수천만 원대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올해를 시작으로 이제는 한동안 두둑한 성과급으로 맞는 명절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삼성전자는 올해도 메모리 반도체 업황과 실적이 예년 호황기 수준을 되찾기는 어렵다고 보며 DS부문 영업이익이 최소 11조 5000억 원을 넘겨야 성과급 지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직원들에게 공지했다. 과거처럼 연봉의 50%에 해당하는 성과급 최고 기준을 받으려면 DS부문에서만 29조 원 영업이익을 달성해야 할 것이란 계산도 나왔다.

    증권가에서 예상하는 올해 삼성전자 DS부문의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는 12조~13조 원 수준이다. 이번처럼 성과급을 한 푼도 받지 못하거나 받더라도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얘기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이미 직원들이 올해 성과를 기반으로 한 내년 OPI에도 기대를 걸지 않는 분위기"라며 "과거 같은 성과급 잔치는 옛 말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