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액 중 80% 청산… 청산액 무시하고 체불액만 강조임금체불액만 놓고 보면 '친노동' 文정부도 비판 받아야 해노조 "건설업 임금체불 증가는 처벌 안 하는 정부 탓"… 전문가 "PF 부실화 원인"
  •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4일 경기 성남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에서 '임금체불 근절 및 피해 지원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4일 경기 성남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에서 '임금체불 근절 및 피해 지원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지난해 임금체불액이 1조7845억 원에 달하는 가운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은 임금체불액 상승 이유가 정부의 방치 때문이라고 비판하지만, 대부분은 청산 절차를 밟았던 것으로 나타나 근거 없는 흠집내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양대 노총은 지난달 25일 성명을 내고 2023년 임금체불액이 1조7845억 원으로 역대 최대라며 정부를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노동자 임금 앞에서만 무색한 정부의 노사법치'란 제목으로 성명을 내고 건설업종의 임금체불 규모가 크게 증가한 원인으로 "사업주가 돈을 떼먹어도 손해를 보거나 처벌을 받지 않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임금체불을 막겠다는 (정부의) 실질적인 의지가 있었는지도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한국노총 역시 "정부의 안일한 인식과 허울뿐인 대책으로는 임금체불을 청산하고 더 나아가 예방하는 것은 한계가 분명했다"며 "고용노동부가 보다 강력한 의지로, 임금체불 청산과 예방을 위해 지속적인 지도·감독에 나설 것을 강력 촉구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동계 비판은 임금체불액 '청산액'은 언급하지 않고 임금체불액만 강조한 '억지 비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부에 따르면 2023년 임금체불액 1조7845억 원 중 80%인 1조4122억 원이 청산됐다. 체불발생 근로자 수 기준으로 보면 임금을 못 받은 노동자 27만5000명 중 95%(26만3000명)를 청산했다. 2022년은 임금체불액 1조3472억 원 중 85%(1조1352억 원)를 청산했다.

    양대 노총이 지적하는 것처럼 임금체불액만 두고 정부가 임금체불을 방치했다고 비판한다면 친노동계 성향이었던 문재인 정부 때도 심각했다.

    최근 6년간 임금체불액을 보면 문 정부 시절인 2019년이 1조7217억 원으로 지난해 다음으로 높았다. 2018년에는 1조6472억 원으로 세번째로 높았다. 오히려 박근혜 정부(2013년 3월~2017년 5월) 때가 문재인 정부 시절보다 임금체불액이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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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데일리DB
    ◇건설업 임금체불 상승이 정부가 처벌 하지 않아서?

    노동부 노사누리 '2023년 업종별 임금체불액'을 보면 건설업은 2022년(2925억 원)보다 2023년에 49.2% 올라 4363억 원을 기록했다. 임금체불액이 가장 많이 증가한 업종은 제조업으로 2022년(4554억 원) 대비 19%(5436억 원) 늘었다.

    민주노총은 임금체불 급증 원인으로 "사업주가 임금을 노동자에 지급하지 않아도 처벌 받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노동부가 13일 발표한 '2022년 말 기준 임금체불 현황'을 보면 임금체불 신고건수는 15만5424건이다. 이 중 74%인 11만4318건을 지도 해결했으며, 검찰에 기소하거나 송치한 건은 3만9024건이다. 당시 기준 처리중인 건은 2082건이었다.

    민주노총의 지적과 다르게 전문가는 지난해 건설업 임금체불 증가 원인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에 따른 건설업 불황을 꼽았다.

    부동산 PF란 부동산 개발에 필요한 자금 조달 방법으로, 부동산 사업을 통해 미래에 발생할 수익을 담보로 잡는다. 금리가 높거나 건설업 경기가 안 좋으면 연체율이 높아지고 돈을 빌려준 금융 기업과 보증을 선 기업의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태영건설의 PF 대출 잔액은 3분기 말 기준 4조4100억 원에 달했다. 태영건설은 당시 미착공 상태의 사업장이 47%나 됐다. 

    태영건설을 시작으로 부동산 PF 대출 상환 어려움이 건설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노동자에 대한 임금 체불이 상승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 기간 건설업계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34조3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PF 부실이 임금체불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며 "사업장이 안 돌아가니 진행이 안 되고 공사 대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서라도 임금을 줘야 하지만, 건설사들이 보증선 것을 못 갚고 대외변제도 못하는 상황에서 대출도 어려웠을 것"이라며 "결국 사업이 잘 안 되고 공사 대금은 못 받아 임금 체불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