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 전기차 부진에 판매부진 계속완성차 업체 1000억대 보상금만 내고 차일피일조기 양산 위해 투자한 90조 그대로 빚더미양극재 4형제도 투자부담 계속
  • ▲ 전기차 충전소ⓒ연합뉴스
    ▲ 전기차 충전소ⓒ연합뉴스
    K-배터리의 수주잔액이 ‘1000조’를 넘어섰으나 전기차 부진에 숫자로만 쌓여가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보상금을 지불하면서까지 계약서에 명시된 배터리 최소 주문량을 지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넘쳐나는 수주에 맞춰  ‘조 단위’ 설비투자를 집행한 국내 배터리와 소재 기업들은 90조에 육박하는 빚더미를 떠안게 됐다.

    8일 하나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1분기 국내 배터리 3사인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에 지급한 보상금은 1659억원이다.

    3사의 1분기 배터리 부문 합산 영업이익 400억원의 4배가 넘는 금액이지만 언론에 알려진 5000억~6000억원에는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나마도 영업이익에서 미국 정부로부터 받은 IRA AMPC 보조금과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로부터 받은 보상금을 제외하면 실제는 4000억원의 영업손실이라는게 김현수 하나증권 애널리스트의 설명이다.

    3사는 1분기에 받은 미국 IRA 보조금 2741억원을 받은 바 있다.

    통상적으로 완성차 기업은 계약서에 명시된 최소 구매 물량 미달 시 배터리 공급사에 보상금을 제공한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완성차 기업들과의 공급계약을 지키기 위해 매년 조 단위 설비투자를 하고 있지만, 완성차들은 1000억원대의 보상금을 내는데 그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보상금이 2분기에 대폭 축소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1분기에 보상금 규모가 유럽 여러 완성차업체로부터 크게 발생했다”며 “2분기에도 일부 있겠지만 1분기처럼 큰 규모는 아닐 것이라고 기업(LG에너지솔루션)에서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상금 지급이 매 분기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마찬가지로 삼성SDI와 SK온도 유럽 완성차업체 다수를 고객사로 보유하고 있어 유사한 보상금 흐름이 예상된다. 보상금이 축소될 경우 2분기 영업이익 타격이 불가피하다.

    완성차업체들의 ‘손절’이 진행되는 가운데 공격적인 설비투자를 감행한 국내 주요 배터리 및 소재 기업들의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9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차입금은 1분기 기준 12조8500억원에 달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1분기에만 2조9000억원의 설비투자를 집행했으며, 올해 총 10조900억~12조원을 계획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의 ‘담대한 투자’ 주문에 따라 공격적인 설비투자를 감행하고 있는 삼성SDI의 부채는 1분기 기준 14조4100억원으로, 유동부채와 비유동부채가 각 9조8300억원, 5조100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SDI의 올해 설비투자는 5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0%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자회사 SK온이 부진이 계속되면서 지난해 말 28조9600억원이었던 차입금이 1분기 기준 30조원을 돌파한 31조9200억원으로 불어났다. 올해 투자액 총 9조원 중 7조5000억원을 SK온에 집중할 예정이다.

    배터리 양극재 4형제도 사정은 비슷하다. 

    LG화학의 차입금은 1분기 기준 총 24조7000억원으로, 단기차입금이 7조7800억원, 장기차입금이 16조8900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LG화학은 향후 3년간 매년 4조 규모의 설비투자가 집행되면서 매년 2조~3조원 적자가 예상된다며 이를 외부 차입금으로 메꾼다는 계획이다.

    포스코퓨처엠의 차입금은 1분기 기준 3조1500억원을 기록했고, 순차입금이 2조27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0.4% 급등했다. 회사는 올해 2조8000억원 규모의 공격적인 설비투자를 감행하되 부채비율을 200% 이내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에코프로그룹의 핵심 계열사 에코프로비엠의 차입금은 1분기 기준 1조95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4% 증가해 2조원 돌파를 목전에 뒀다.

    오는 9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엘앤에프의 차입금은 지난해 말 기준 1조2600억원에 육박하며 올해 수천억원의 설비투자 집행이 예정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