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강 대치 속 환자들은 살얼음판전공의 회장 사직 예고… 한림대부터 의대생 동맹휴학 시작 의대증원 반대, 공감대 얻으려면 환자 편에 서야전공의 사직 행렬에 내달 대형병원 공백 불가피 정부도 의사단체도 '사망자 속출 방조' 극단적 분위기
  • ▲ 대한의사협회 회관에 붙여진 의대증원 반대 포스터. ⓒ서성진 기자
    ▲ 대한의사협회 회관에 붙여진 의대증원 반대 포스터. ⓒ서성진 기자
    극단적 의과대학 정원 확대는 전문가 집단을 향해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압박이라는 주장에 동감한다. 만약 타 부처와 달리 보건복지부만 초고령사회를 대비한다는 목적 아래 예산은 그대로 두고 진입장벽을 낮춰 인력을 확대한다면 반발의 수위가 높을 것이다. 

    의대생을 65% 늘린다는 것은 어떤 대의명분이 있더라도 젊은 의사들에게는 제도의 폭력이 될 소지가 있다. 소수의 엘리트가 양질의 의료행위를 진행한다는 전제가 꺾이면 환자들도 직업 자체의 신뢰도를 인정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필수, 지역의료의 보강이 중요하다는데 반론의 여지는 없으나 의사 직군의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은 정책은 질 하락의 원인이 된다. 이에 단계적 확대 등 접근이 필요한 것인데 이미 국민적 차원에서 요구도가 높아졌다. 의대증원이 대한민국 의료를 살린다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민하게 움직였고 사전 절차를 밟아 호응을 얻었다. 다수의 정권을 거치면서도 실패한 정책을 드라이브를 걸어 강행한 이유다. 의사들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진보적 정책인 의대증원 탓에 보수로의 세대교체를 원했지만 결국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힌 꼴이 됐다.

    그 공분은 이날 의료계 궐기대회로 표출되고 점차 확장돼 총파업을 향하고 있다. 이미 많은 수의 전공의들은 병원을 떠날 채비를 했다. 그 대표 격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오는 20일부로 가운을 벗기로 했다. 

    동시에 의대생들도 대응 수위를 올리고 있다. 선발대로 한림대 의대 4학년 학생들이 반발하며 1년간 '동맹휴학'하기로 했다. 이 분위기는 전체 의대로 확산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지난 14일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의대증원을 막겠다고 선언하며 후배 의사들과의 투쟁을 결의했다. 여기엔 정부를 향한 분노와 함께 일련의 보도 행태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언론 탓에 파업을 한다는 주장까지 했다. 그러나 환자를 먼저 생각하는 의사의 본분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의료계 취재를 전담하는 기자는 사실 의대증원 부작용이 눈앞에 고스란히 보여 의사들 편에서 글을 써왔지만 이번엔 실망감이 크다. 직역 이기주의로 비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었다는 점은 패착이다. 

    의사들의 파업과 투쟁은 명분이 있어도 결과론적으로 그 피해가 사망으로 이어진다는 측면에서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 의사들이 공격적 행태를 보이는 순간 환자는 공포감에 휩싸인다.

    여론을 돌리고 싶다면 환자 편에 서야 한다. 궐기대회로 분노를 알리고 왜곡된 진실을 알리되 그 이상은 멈춰야만 한다. 의사 파업은 국민생명권과 직결된 영역으로 선을 넘으면 돌이킬 수 없다. 

    다음 달 큰 수술이 잡힌 지인이 전공의 사직과 의사 파업이 이어지면 제때 치료가 가능하겠냐고 물었고 "이달을 넘기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수시로 응급실을 넘나들어야 하는 중증 환자에겐 "절대로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환자들은 숨죽이며 의사들이 파업과 사직을 하지 않고 현장에 남아 있기만을 바라고 있다. 지난 2020년 파업 때도 의료공백 탓에 사망한 환자가 나왔고 수면 아래에 드러나지 않은 피해도 막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엔 그 규모가 커질 클 것으로 관측돼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강대강 대치의 희생양은 환자가 되고 의사들이 포기한다면 누구도 이들을 지켜줄 수 없다. 재차 강조하지만 여기서 멈춰야 한다. 

    복지부도 갈등만 조장하는 강경 발언은 멈추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어떤 형태로든 의료계와 합리적 조율점을 찾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당장 환자의 생명이 꺼져가는 상황에서도 날 선 대응으로 일관한다는 것은 동일한 책임소재가 있는 것이다.

    김성주 암환자권익협의회장은 "정부와 의사단체들은 이번 사태를 상대 탓으로 돌리면서 생존이 위협받는 환자를 배려하고 있지 않다"며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한데 지난 파업 때처럼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떠밀기만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