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 돌입… 업무범위 모호한시적 적용 후 전공의 복귀하면 다시 불법되나간호사 '번 아웃' 우려… 이미 업무량 과중 호소
  • ▲ 지난해 국회에서 PA 간호사들이 간호법 제정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연합뉴스
    ▲ 지난해 국회에서 PA 간호사들이 간호법 제정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연합뉴스
    전공의 이탈로 대형병원 중심으로 의료공백이 시작된 가운데 간호사의 무게감이 커졌다. 특히 불법의 경계에 서 있던 PA(진료보조·Physician Assistant) 간호사의 역할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현장에선 갑작스런 변화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보건복지부는 이날부터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이미 전국 수련병원에는 시범사업과 관련한 지침을 배포했다. 시범사업 적용기간은 보건의료위기 '심각' 단계부터 별도 공지가 있을 때까지다.

    시범사업은 진료 지원 인력이 할 수 있는 업무 범위를 의료기관장이 위원회를 설치해 설정하거나 간호부장과 협의해 정하도록 했다. 이 범위 내에서 행해지는 진료 지원 인력의 행위는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보건의료기본법 제44조를 법적 근거로 한다.

    이번 대책은 사실상 전공의 공백을 막기 위해 시행된다. 그간 전공의는 전문의 지휘에 따라 수술이나 처치 보조, 수술 전후 환자 상태 확인 등 업무를 수행했다. 전공의 외에도 PA 간호사가 해당 업무를 수행했었다. 

    절개, 봉합 등의 의료행위로 PA 간호사의 몫으로 남겨두는 병원도 많았다. 여기에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으로 추가 업무가 발생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대법원 판례상 금지된 일부 검사와 사망 판정 등 행위는 여전히 금지되지만 전공의 공백 상황에 따라 업무 범위가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간호계가 요구했던 '법에서 허용하는 범위 내 업무'라는 기준이 여전히 모호하다는 것이다. 구체적 업무범위를 설정하지 않은 채 시범사업으로 드라이브를 걸게 되면 업무량만 많아져 '번 아웃'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간호협회에 따르면 PA간호사의 경우 16시간 2교대 근무 행태에서 24시간 3교대 근무로 변경된 이후 평일에 밤번근무(21:30∼8:00)로 인해 발생하는 나이트 오프(Night Off)는 개인 연차를 사용해 쉬도록 강요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수가 당직일 경우 "처방 넣는 법을 모른다"는 이유로 쉬는 날임에도 강제 출근 시킨 경우도 있었다. 외래 진료 조정, 수술 취소 전화 및 스케줄 조정 관련 전화 안내, 교수 당직실 준비 등으로 인한 불만이 커진 상태다. 

    결국 전공의가 있어도 그 대체 업무를 PA 간호사가 불법으로 해결하고 있는데 근본적 대책 없이 한시적 권한만 부여해 업무량만 많아진 꼴이다. 

    탁영란 간호협회장은 "많은 간호사들은 지금도 전공의들이 떠난 빈자리에 법적 보호 장치 없이 불법진료에 내몰리면서 하루하루 불안 속에서 과중한 업무를 감당해 내고 있다"며 "전공의 빈자리는 PA 간호사들만이 아닌 전체 간호사가 격고 있다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끝까지 의료현장을 지키겠다는 간호사들이 (한시적 허용이 아니라) 법에서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환자간호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간호사를 보호할 법 제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